이 달이 가면
저 달이 오고
초승달이 가고 나면
반달이 온다
거꾸로 선 달처럼 힘겹게 매달린 나뭇가지 사이로
나는 가고 그대는 오고
달은 가고 나는 바라보고
오작교 같은 다리에서
크리스마스이브 같은
그리움이 달과 함께 구름과 함께.
#작가의 변
외로움은 홀로 있다고 찾아오지 않는다. 수많은 군중 속에서도 외로울 수 있고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을 수 있다. 외로움에 그리움에 힘들어 하는 많은 사람들이 마약 같은 쉬운 길로 외로움을 달래려 하지만 결국 깊은 수렁 속에 빠져 들 뿐이다.
많은 사람들이 송년회다, 회식이다 해서 들뜨기 쉬운 연말이지만, 반대로 외로움과 그리움이 사무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구름에 달 가듯이 시간은 흐르고 가다보면 만나게 되는 삶에 동반자, 친구, 연인이 한 번쯤은 뒤돌아보고 안부를 물어봐야 할 때이기도 하다. 외로운 달이 구름과 만나 덕담을 나누듯이 추운 겨울 서로에게 한줄기 빛이 되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주에 다시 가족이 있는 밴쿠버로 돌아간다. 새로운 직장에서 또 적응하기 힘들지 모르지만 그래도 가족이 옆에 있어 힘이 되리라. 2년전 아프고 나서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일과 길 찾는 일이 더더욱 힘들어 졌다. 그래도 달이 가듯 나도 뚜벅뚜벅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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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민(Terry)은
캐나다 BC주 밴쿠버에 살고 있는 ‘셰프’이자, 시인(詩人)이다. 경희대학교에서 전통조리를 공부했다. 1987년 군 전역 후 조리학원을 다니면서 한식과 중식도 경험했다. 캐나다에서는 주로 양식을 조리한다. 법명은 현봉(玄鋒).
전재민은 ‘숨 쉬고 살기 위해 시를 쓴다’고 말한다. ‘나 살자고 한 시 쓰기’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고, 감동하는 독자가 있어 ‘타인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밥만으로 살 수 없고, 숨 만 쉬고 살 수 없는 게 사람이라고 전재민은 말한다. 그는 시를 어렵게 쓰지 않는다.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해서다. 종교인이 직업이지만, 직업인이 되면 안 되듯, 문학을 직업으로 여길 수 없는 시대라는 전 시인은 먹고 살기 위해 시를 쓰지 않는다. 때로는 거미가 거미줄 치듯 시가 쉽게 나오기도 하고, 숨이 막히도록 쓰지 못할 때도 있다. 시가 나오지 않으면 그저 기다린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회를 꿈꾸며 오늘도 시를 쓴다.
2017년 1월 (사)문학사랑으로 등단했다. 2017년 문학사랑 신인 작품상(아스팔트 위에서 외 4편)과 충청예술 초대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문학사랑 회원이자 캐나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밴쿠버 중앙일보 명예기자이다. 시집 <밴쿠버 연가>(오늘문학사 2018년 3월)를 냈고, 계간 문학사랑 봄호(2017년)에 시 ‘아는 만큼’ 외 4편을 게재했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밴쿠버 중앙일보에 <전재민의 밴쿠버 사는 이야기>를 연재했고, 밴쿠버 교육신문에 ‘시인이 보는 세상’을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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