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빗살무늬토기의 비밀
[서평]빗살무늬토기의 비밀
  • 법응 스님
  • 승인 2021.12.2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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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응 스님

관음시식에 「고혼청」이라는 대목이 있다. 영가를 청하여 영원한 평안의 세계를 일깨워주기 위한 소절이다.

생종하처래사향하처거(生從何處來死向何處去)
생야일편부운기(生也一片浮雲起)
사야일편부운멸(死也一片浮雲滅)
부운자체본무실(浮雲自體本無實)
생사거래역여연(生死去來亦如然)
독유일물상독로(獨有一物常獨露)
담연불수어생사(湛然不隨於生死)

태어남은 어디로부터 오는 것이며, 죽음은 어디로 향하는 것인가?
태어남은 마치 한 조각 뜬구름 일어나는 것이며,
죽음이란 한 조각 뜬구름이 스러지는 것이다.
뜬구름은 실체가 본래 없듯이
인생이 나고 죽는 것도 또한 이러하다.
다만 한 물건만이 있어 항상 홀로 드러나서
침착하고 고요하며 나고 죽음을 따르지 않는다.

함허득통화상(涵虛得通和尙)의 게송을 시식문에 인용한 것이다.

본시 ‘부운자체철저공(浮雲自體徹底空)’ ‘환신생멸역여연(幻身生滅亦如然)’인데 후대에 변형되어 현재의 문장으로 통용되고 있다. 생사의 현상을 구름에 비유한 게송으로 하늘의 구름을 다시 보게 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은 구름(雲)에 대해 “공기 중의 수분이 이슬점 이하에서 응결하여 미세한 물방울이나 얼음입자로 되어 대기의 고층에 떠 있는 기상현상”이라 밝혀 놓고 있다. 구름도 그 높이에 따라 상층운(권적운·권원·권층운), 중층운(고층운·고적운), 하층운(층적운·난층운)으로 구별되며 상층의 권적운은 맑은 하늘의 양털이나 줄무늬모양의 구름이다. 하층의 난층운은 눈비를 내리게 하는 소위 먹장구름이다.

일만여 년 전 석기시대의 사람이나 오늘을 사는 우리는 하늘과 구름을 보면서 기분이 홀가분해지거나 상념에 젖을 수도 있다. 가뭄 시에는 먹장구름이 몰려와서 비가 오기를 바라고, 장마나 폭우 시에는 멈추기를 고대한다. 봄비는 만물의 소생을 여름철의 비는 생장을 재촉하고 가을에 내리는 비는 수확과 휴식을 준비하라고 한다. 어린 시절 장맛비가 바람결에 따라서 좌우로 세차게 엇갈리면서 내리던 모습은 아직도 선하다. 도대체 하늘에는 얼마나 큰 물 창고가 있기에 이렇게 비를 내리는지! 구름은 어디로부터 와서 비를 내리고 어디로 가는가?

김찬곤(호서대 교수) 교수가 최근에 저서 <빗살무늬토기의 비밀>(펴낸곳:뒤란)을 펴냈다. ‘한국미술의 기원’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을 통해 저자는 하늘의 구름과 비, 물 창고와도 같은 ‘하늘 속 물’ 그리고 이 하늘 속 물이 나오는 통로(구멍)로서의 ‘천문(天門)’을 거쳐 빗물이 땅 속 심원(深源)에까지 다다르는 ‘천문화생(天門化生)’⋅‘우운화생(雨雲化生)’의 세계관을 담고 있는 것이 현재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신석기 시대의 ‘빗살무늬토기’라는 이론을 전개하고 있다.

저자는 석기시대의 사람들은 사후에도 본래의 출발지인 천문으로의 회귀(回歸)를 원했다고 한다. 또한 그 ‘빗살무늬’에 담긴 운행의 세계관은 이후 삼국시대에서 통일신라와 고려를 거쳐 조선에 이르기까지 이어져 왔으며, 토기-청자-분청사기-백자와 같은 그릇에서부터 사찰의 단청과 막새기와 등 선조들의 생활문화 곳곳을 장식한 다양한 문양과 구조물을 구축하는 근원이 되어 왔다고 한다. 아울러 그러한 문화 창달에 사상적으로도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는 지난 100여년이 넘도록 세계 도처에 널려있는 빗살무늬토기의 그 무늬에 대해 기하학적 추상무늬라거나 알 수 없는 무늬로 치부해 왔으나 저자는 책의 600면이 넘는 지면을 통해 아시아, 중동, 유럽, 미국 등 세계 도처의 지역과 시대를 넘나들며 수집⋅연구한 500여장의 사진 등 방대한 자료를 제시하면서 석기시대의 토기무늬는 철저하게 의도된 구상무늬라는 논리를 전개한다.

일찍이 고고학자이자 선사학자인 마리아 김부타스(Marija Gimbutas)는 오랜 세월 조사⋅연구한 기원전 7000~3500년경의 유럽 신석기 유물 2천여 점을 분류하고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당시의 회화적 모티프의 근간이 이른바 ‘위대한 어머니 여신’의 신성을 나타나고 있음을 밝혀낸 바 있다. 이는 당시 인류의 삶이 모계제 질서에 기반을 둔 삶이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김찬곤 교수는 그러한 선행연구들을 ‘일부’ 인정하면서도 동아시아 일대의 전통적 사상과 정서에 입각하여 방대한 도상 및 상당한 고문헌들의 거증자료를 제시하면서 자신의 이론을 나름 논리적이고도 입체적으로 그 여실함을 증명해 내고 있다.

석기시대의 문양과 기구들의 그 용도가 함용하고 있는 세계관으로 볼 때 석기시대 사람들이야말로 살인과 같은 범죄는 상상도 하기 어려우며, 자연을 있는 그대로 읽으면서 천진무구한 삶을 살았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 물론 그러한 주장은 마리아 김부타스의 핵심적 주장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 고립과 반목을 자처하며 이전투구와 자연환경 파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화두를 던져주는 내용이 아닐 수 없다.

삼국시대 구멍단지의 중간에 왜 구멍을 내서 물이 새어 나오도록 했는지, 그동안 관심을 두지 않았던 쌍영총의 화병의 실체는 물론이거니와 신라의 뼈단지에서부터 이집트의 각종 문양, 미국의 미시간주 호튼(Houghton)신석기 빗살무늬토기와 각처의 인디안 신석기토기 등 그동안 학계는 물론 그 누구도 설명하지 못한 부분들에 대해서도 명쾌한 답(해석)을 제시한다.

타이 반치앙 유적의 신석기 시대 그릇, 러시아 아무르강 수추섬 토기, 시리아 샤가르 바자르 신석기 토기를 비롯해서 고대 그리스 암포라(amphora: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몸통이 불룩나온 항아리)등 세계 도처의 신석기 시대의 그릇에 새겨진 다양한 문양에 대한 일관된 정리와 시각은 놀랍다. 특히 일본의 학자도 풀지 못한 화염형 조몬토기(繩文土器)에 대한 해석은 탁월하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한마디로 저자는 지구촌 곳곳 석기시대의 모든 문양과 그 세계관은 천문에서 나온 비구름 속에서 이 세상 만물이 생겨나고 평화롭게 살아간다는 천문화생(天門化生)과 우운화생(雨雲化生)이라고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친 법당의 살미(山彌-공포를 구성하는 부재 중 주두 위에 보 방향으로 중첩해 설치한 장방형 단면의 긴 부재)에 대해서도 ‘우운화생(雨雲化生)’이라는 논리를 전개하는바 고건축과 단청 장인들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김찬곤 교수는 중국의 자서(字書) 육서통(六書通) 등을 근거로 구름(云), 수(水), 비(雨), 기(氣), 천(天), 위상(上/二) 자들의 탄생 및 발전 단계를 예시하면서 빗살무늬토기에서 부터 조선백자, 막새기와 등 각종 기물의 문양과의 인과관계를 전개하고 있다. 서구 학자들이 접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정보가 분명하다.

이 그림은 책 457페이지 「제11장 밑굽 패턴과 바닥없는 골짜기」의 ‘도4 - 세계 신석기 세계관’이다. 이 도식과 저자가 주장하는 이론으로 볼 때 고대 중국의 일부라 하나 문자의 태생과 사상은 새로운 해석과 지평을 열어야 하며, 일응 「신석기문화학」의 창설을 재촉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는 빗살무늬토기(또는 새김무늬토기)의 문양들은 △하늘 속 물(하늘 너머의 물/은하수) △천문(구멍/하늘 문) △구름 △비 그리고 △땅(구주, 구야)을 거쳐서 땅속 △심원(深源) 또는 귀허(歸墟/바닥이 없어서 빗물이 흘러와도 넘치지 않는 기슭이나 바다)로의 작동과정 이며, 이를 ▷장자 소요유(莊子 造遙遊)편의 남명(南冥) 즉 천지(天池)의 개념 ▷회남자(淮南子|전한 회남왕 유안이 편찬한 일종의 백과사전) 지형훈(墬形訓)의 구주(九州), 팔인팔택(八殥八澤)의 구름(雲), 팔굉(八紘)과 팔극(八極), 팔문(八門) 그리고 ▷열자(列子)의 탕문편(湯問編)의 귀허(歸墟)의 개념을 그림으로 비교 제시하면서 명쾌하게 풀어나가고 있으며, 성서의 기록들도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중국 고대 사상가들의 이론과 비교한 그림의 중심에 헌걸차게 자리하고 있는 것이 황해북도 봉산군 지탑리 유적의 새김무늬토기다. 좀 심하게 말하면 중국 고대 철인들의 사상이 신석기인들의 빗살무늬토기(문양)를 바탕으로 하거나 동일하다는 주장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세계관은 우리의 삼국시대 막새기와 문양에도 그대로 형상화되었다고 한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현대를 사는 우리 역시 석기시대의 문화 속에서 숨 쉬고 있음이다.

기실 필자 역시 불교가 들어오기 전 고구려 벽화의 연꽃문양이 과연 연꽃문양이며, 연꽃 문양이라면 불교가 들어오기 전 고구려인들이 연꽃을 신성시 했었나 하는데 의문이 있었다.

선조들이 단청에 문양을 넣을 때 절대로 아무런 의미 없이 구상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늘 그 부분이 궁금하여 단청을 하는 분들에게 단청 문양이 왜 이러한 구도냐고 질문을 하면 단지 단청의 형식을 말하거나 ‘초’대로 그릴 뿐이라는 대답이 돌아오곤 했었다. 이 책에 관심을 가진 이유다.

이 책 제목이 『빗살무늬토기의 비밀』로 자칫 먼 시대의 이야기인줄 착각 할 수도 있으나 절대 아니다. 김찬곤 교수도 제목 앞에 ‘한국미술의 기원’이라 표식을 한바 지금도 우리가 사용하는 의류의 문양, 생활도구 등 온갖 것들의 무늬는 저자가 주장하는 빗살무늬토기문양 그 자체와 그 세계관의 전개 내지는 일부 변형에 불과한 연장선임을 알 수 있다.

책은 ‘제1장 한반도 빗살무늬토기 패턴은 다섯 가지’부터 ‘제14장 암사동 신석기 미술에서 세계 신석기 미술을’ 까지 총 14단락 612면으로 자칫 읽기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내용 곳곳에서 그동안 학계 등에서 얼마나 석기시대의 미술에 대해 연구가 미진했고 전도된 정보로 대중과 후학을 가르쳐 왔는지에 대한 답답함과 더불어서 자신 있게 답을 제시하기에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이제 학계가 답을 해야 한다. 그동안 오인되거나 기분에 따라서 대충 붙인 명칭을 사용해 왔고 해석해 왔다면 반성과 더불어서 바로잡아야 하며, 김찬곤 교수가 착각을 했다면 반박해야 한다. 소위 "정통한 역사"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궁금하다. 이 책이 영역 등 외국어로 번역되어서 세계의 관련 학계로부터 평가를 받기를 바란다.

그동안 우리는 지도자와 지식인들의 전도된 정보와 해석으로 인해 사회에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었는지 역사를 통해서 잘 알고 있다. 학자는 물론 지도자가 전도된 인식을 갖고 있었다면 두려움과 책임감을 느껴야 하며, 이것이 용기 있는 자의 자세다.

물론 저자도 더 깊은 연구를 통해 주장한 이론을 더욱 공고하게 함은 물론이거니와 더욱 명백한 증거로서 증명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착각이 있었다면 교정을 해야 마땅하다. 이 세상 어느 구석이든 전도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 그래야만 생각이 바뀌어서 세상이 살만한 모양으로 장엄된다.

〇 목차

머리말 : 신석기 패턴, 기하학적 추상무늬일까 _ 4
1장 한반도 빗살무늬토기 패턴은 다섯 가지 13
2장 한국 사학 빗살무늬토기 연구의 문제점 _ 33
3장 한반도 신석기인이 새긴 하늘 속 물과 파란 하늘 65
4장 위상과 이래하, 하늘 속 물과 구름 _ 83
5장 암사동 신석기인과 천문 세계관 _ 115
6장 반원형 구름과 삼각형 구름 _ 181
7장 제주 고산리 덧띠무늬토기와 일본 조몬토기의 자연주의 _ 249
8장 그리스 기하학시대, 기하학적 추상미술일까 _ 325
9장 괴베클리 테페의 클라우드백에서 아시리아의 워터백까지 _ 375
10장 구름에서 비는 내리고 _ 415
11장 밑굽 패턴과 바닥없는 골짜기 _ 447
12장 가뭄과 홍수와 구멍 그리고 구멍단지 471
13장 도토리 모양 디자인의 비밀 _ 517
14장 암사동 신석기 미술에서 세계 신석기 미술을 543
찾아보기 _ 613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〇저자소개
저자 : 김찬곤

1968년 전라남도 나주 금천 감나무집 둘째로 태어났다. 감나무보다는 배나무가 더 많았지만 마을 사람들은 크나큰 감나무를 보고 감나무집이라 했다. 감이 노랗게 익어갈 때쯤이면 장사꾼들이 찾아왔다. 아버지는 흥정을 끝내고 나면 꼭 막걸리를 자셨다. 그 감나무집 아들이 자라, 우리말과 아이들의 삶을 가꾸는 어린이신문 《굴렁쇠》를 발행하고, 광주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공부했다. 지금까지 쓴 책으로는 《우리 민족문화 상징100 ①·②》, 《문화유산으로 보는 역사 한마당 ①·②·③》, 《한국유산답사》, 《조선왕조실록》, 《목숨을 걸고 기록한 사실》, 《삼국유사-역사가 된 기이한 이야기》, 《인간답게 평등하게 그래서 인권 》, 《짜장면이 오면》, 《이원수 동요동시 연구》가 있고, 엮은 책으로는 대학생 글모음 《우리네 마음속에는 이야기가 산다》가 있다. 호서대학교 창의교양학부에서 ‘글쓰기와 커뮤니케이션’과 여러 교양과목을 강의하고, 또 배우고 있다.( 출처 : 인터넷 교보문고)

법응(法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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