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논란·방역 위협하는 승려대회 안 될 일”
“정치적 논란·방역 위협하는 승려대회 안 될 일”
  • 이창윤 기자
  • 승인 2022.01.17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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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시민사회 17일 입장문…“대회 중단·정부와 대화” 촉구
▲ (서울=연합뉴스) ‘승려대회 취소를 요구하는 불제자’라는 이름으로 모인 승려와 불교 신도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앞에서 "코로나 시국에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승려대회를 취소하라"고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해인 | 연합뉴스 hihong@yna.co.kr
▲ (서울=연합뉴스) ‘승려대회 취소를 요구하는 불제자’라는 이름으로 모인 승려와 불교 신도들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앞에서 "코로나 시국에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승려대회를 취소하라"고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홍해인 | 연합뉴스 hihong@yna.co.kr

대한불교조계종이 불교왜곡과 종교편향을 바로잡겠다며 1월 21일 조계사에서 전국승려대회를 개최하기로 한 가운데 불교시민사회가 승려대회 개최를 반대하는 입장문을 17일 발표했다.

불교시민사회가 발표한 ‘승려대회 개최에 대한 불교시민사회 입장문’은 지난 13일 우리함께발딩 기룬에서 열린 ‘대통령선거와 불교’ 신년토론회에서 수렴된 불교시민사회의 의견이다.

“정부-조계종-시민사회 참여 실무협의기구 구성”

먼저 승려대회 개최의 명분이 된 정청래 의원의 문화재관람료 발언에 대해 불교시민사회는 “일반 시민과 불교시민사회가 오랜 시간 지적해온 사안”이라고 지적하고, 조계종에 “시민의 비난을 받는 문화재관람료 매표소를 사찰입구로 이전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문화재관람료와 불교문화유산 보존정책을 해결하기 위해 조계종단과 불교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상설 실무협의기구를 구성해 법적 제도적 개선책을 협의하자”고 관련 정부기관에 제안했다.

“공무원법 종교 중립 조항에 처벌 규정 신설”

종교편향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에 공무원 종교 중립 의무조항이 있는데도 처벌 조항이 없어 정부기관의 종교편향이 계속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선언적 규정에 그치고 있는 조항에 처벌규정을 신설하여 정부기관의 종교편향을 근절하라.”고 촉구했다.

“사부대중 의견 수렴 절차 없는 대회 여법하지 않아”

불교시민사회는 이어 승려대회를 강행하려는 조계종단에게 “정치적인 의도에 휘둘리지 말라.”며, “뭇 생명의 고통을 구제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불교 본연의 정법구현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불교시민사회는 승려대회를 강행하려는 조계종에 대해 “산문 밖 출입도 삼가는 안거 기간에 전국 선원 수좌까지 소집하는 방식은 안거 수행 전통을 파괴하는 일이며, 정법을 수호하는 여법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질타했다. 이어 “교단은 분쟁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대중공사로 사부대중의 의견을 모으는 대중공의제도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번 승려대회 개최는 사부대중의 의견을 모으는 절차가 없어서 여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불교시민사회는 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중이 모이는 집회를 가지는 것이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것으로 오해 받을 수 있고, 일부 권승이 선거 기간 은밀한 거래를 위해 승려대회 강행을 부추기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며, “정치적 의도에 휘둘리지 말 것”을 촉구했다.

“대규모 행사, 코로나 고통 감내한 국민에 대한 예의 아냐”

불교시민사회는 승려대회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태롭게 해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점도 비판했다. “방역에 성실하게 협조해온 불교가, 대규모 집합 행사를 기획하는 것은 정부 방역 방침에도 어긋나며, 그간 고통을 감내해 온 국민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는 것이다.

불교시민사회는 끝으로 “수행자가 존경받는 것은 출세간의 절대 깨달음을 추구하기 때문”이라며, “대통령 선거 시기에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코로나19 방역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승려대회와 범불교도대회를 중단하고 정부와 대화에 나서라”고 조계종에 촉구했다.

이번 입장문은 바른불교재가모임, 정의평화불교연대, 종교와 젠더연구소,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지지협동조합, 참여불교재가연대, 한국불자회의추진위원회, 만해불교청년회, 불교시민사회 토론회 개별참가자 일동 명의로 발표됐다.

다음은 입장문 전문.

승려대회 개최에 대한 불교시민사회 입장문

불교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월 13일, “대통령선거와 불교”라는 제목으로 신년토론회를 개최한 바, 미래사회를 위한 불교시민사회의 정책 제안서를 정리하여 대선후보들에게 전달하기로 했으며, 불교 현안인 조계종단 승려대회 개최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의견을 수렴하였음을 밝힌다.

1. 정청래의원의 문화재관람료 발언과 종교편향에 대해

문화재 관람료 문제는 일반시민들과 불교시민사회가 오랜 시간 지적해온 사안이다. 조계종단은 시민들의 비난을 받는 문화재관람료 매표소를 사찰입구로 이전하라. 관련정부기관은 문화재관람료문제와 불교문화유산보존정책을 해결하기 위하여, 조계종단과 불교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상설실무협의기구를 구성하여 법적 제도적 개선책을 협의할 것을 제안한다.

종교편향문제는 불교계가 해방이후 지속적으로 제기한 사안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2009년 정부와 조계종이 협의하여 국가공무원법 제59조의 2, 지방공무원법 제51조의 2에 공무원의 종교중립의무조항을 신설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규정에는 처벌조항이 없어 최근에 이르기까지 정부기관의 종교편향이 계속되고 있다. 선언적규정에 그치고 있는 조항에 처벌규정을 신설하여 정부기관의 종교편향을 근절할 것을 촉구한다!

2. 승려대회를 강행하려는 조계종단과 불교계에도 촉구한다.

조계종단은 부처님 정법 수호의지를 천명하고 종교편향을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승려대회를 여법하게 치를 것을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수행자들이 부처님의 혜명을 밝히기 위해 수행에 전념해야 하는 동안거 기간으로, 하물며 안거 기간에는 산문 밖 출입도 삼가 온 것이 불가의 전통이다. 그런데 안거 정진중인 전국 선원 수좌들까지 승려대회에 소집하는 방식은 부처님 당시부터 전해 내려온 안거수행의 전통을 파괴하는 일이며, 이를 정법수호를 위한 여법한 행위라고 보기가 어렵다.

또한 불교교단은 교단내외의 분쟁으로 인하여 위기에 처했을 때 대중공사를 통하여 사부대중의 의견을 모으는 대중공의제도가 있다. 그러나 이번 승려대회 개최는 이러한 사부대중의 의견을 모으는 절차가 없어서 여법하다고 볼 수 없다. 더구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중이 모이는 집회를 가지는 것은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것으로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상왕이라고 불리우는 일부 권승이 선거기간 정치와 종교의 은밀한 거래를 위하여 승려대회 강행을 부추기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현 조계종총무원 집행부는 이러한 정치적인 의도에 휘둘리지 말고, 뭇 생명의 고통을 구제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불교본연의 정법구현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3. 코로나19 방역을 위태롭게 하여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한국사회는 일상이 멈추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영업자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있지만 하루속히 코로나19를 종식시키기 위해 거리두기 정책에 따르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방역에 성실하게 협조해온 불교가, 대규모 집합 행사를 기획하는 것은 정부의 방역 방침에도 어긋나며, 그간 고통을 감내해 온 국민들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또한 불교에 대한 반감을 불러일으키는 일이다.

4. 승려대회, 범불교도대회를 자중하고 정부, 시민사회와 대화에 나서라.

그러므로 불교시민사회는 현 대통령 선거 시기에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코로나19 방역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승려대회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대규모 대중 집회인 범불교도대회 역시 중단하고, 정부와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수행자가 존경받는 것은 출세간의 절대 깨달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세속의 이해를 쫓아 정치적 행보를 하는 이를 수행자라 존경하기 어렵다.

지금도 제방에서 묵묵히 수행하고 포교하고 봉사하는 모든 스님들께 찬탄 귀의하며, 모두가 힘을 모아 코로나19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내기를 불보살님께 기원 드린다.

2022년 1월 17일

바른불교재가모임, 정의평화불교연대, 종교와 젠더연구소,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지지협동조합, 참여불교재가연대, 한국불자회의추진위원회, 만해불교청년회, 불교시민사회 토론회 개별참가자 일동

※ 이 기사는 제휴매체인 <불교저널>에도 실렸습니다.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budjn200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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