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53. 마음이 추워
[전재민의 부르지 못한 노래] 53. 마음이 추워
  • 전재민 시인
  • 승인 2022.03.14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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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추우면

옷을 입고 난로를 피우면 돼

마음이 추우면 어쩌지

너의 손을 내 호주머니에 넣고

너도 호주머니에 넣어 다니고 싶다 말했었지.
 

#작가의 변
육체적인 고통보다 정신적인 고통을 더 힘들어한다. 몸이 힘든 것은 얼마든 견딜 수 있어 하지만 정신적 고통은 정말 견디기 힘들어하고 말을 하는데, 그 정신적 고통은 지속적인 괴롭힘, 즉 잔소리를 계속하거나 아니면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을 한다든지 많은 직원 앞에서 모욕을 주거나 아래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모욕을 주는 등의 갑질은 경영자들이나 오너들이 많이 하는 것들이다. 그들은 이것이 그들이 일하는 방식이고 그것이 업무의 연속이라고 강변하기도 한다. 정상적인 업무는 지시하고 확인을 하는 것이 정상이다. 물론 업무는 업무 시간 안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들이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군중 속에서의 외로움은 정말이지 참기 힘들다. 따돌림이나 왕따는 무의식중에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새로 입사한 사람에게 새로 입사했으니 그 정도 힘든 것은 해도 돼, 하는 식은 직장에서 적응을 더욱 힘들게 한다. 새로운 직장에 적응하는 일은 늘 스트레스 만땅이다. 모든 것이 조심스럽다.

많은 직장은 똑같은 상황이 반복된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도 그 정도가 지나치면 스트레스가 되고 견디기 힘들다. 더불어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함께한다면 더욱 힘들다.

어릴 적에 동네에 오는 엿장수는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었다. 군것질할 것이 없는 시골에서 엿장수가 오면 아이들은 집에 있는 못 쓰는 쇠붙이나 떨어진 고무신 등을 가져다주고 엿으로 바꾸어 먹는데 때론 쓰는 물건을 가져다주고 엿으로 바꿔 먹기도 했다. 엿장수의 가위 소리만 들어도 행복이 만땅이어서 입가에 미소를 띠던 아이들은 지금처럼 가게에 가면 수없이 많은 과자 때문에 어떤 것을 먹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아니고 어쩌다 한 번씩 찾아오는 엿장수에게 엿을 바꿔 먹을 그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넓적한 정 같은 것을 엿 위에 대고 무거운 엿장수 가위로 툭툭 쳐서 울릉도 후박 엿을 떼어 주거나 깨엿이라고 해서 깨를 뭍인 엿을 주기도 했는데 코리아 초콜릿이라 이름을 붙이고 싶다. 카라멜이나 초콜릿을 먹어 보지 못한 그 당시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이었다.

가끔은 뻥하고 폭탄 터지는 듯한 소리를 내는 뻥튀기 아저씨가 동네에 오면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성화에 옥수수나 쌀을 튀겨서 아이들 간식을 마련했다. 고막이 나갈 것같이 커다란 소리를 내던 뻥튀기는 사실 놀라서 경기할 정도였는데 이쯤 되면 터진다는 것을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서는 그렇게 놀라는 일은 없었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까닭 없이 갑작스레 상사에게 욕을 먹고 나면 재수 없는 날이었다고 액땜 한 날이었다고 넘기기도 하지만, 준비하지 못한 마음 상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학교 때 동네에 부모가 떡방앗간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그 아이는 가끔 나를 불러서 기계를 분해해서 기계 안에 있는 떡을 떼어서 함께 먹었는데 그 기계에 붙은 떡을 얻어먹으면서 기계에서 나와 뜨끈뜨끈할 때 기다란 가래떡을 들고 먹던 생각을 하고는 했다. 물론 화롯불에 올려 떡을 구워서 조청에 찍어 먹는 상상도 했다. 명절 때만 되면 쌀을 씻어서 떡방앗간에 긴 줄을 세웠던 쌀 씻은 그릇들의 풍경이 이젠 시골에서도 사라졌지만, 그 추억을 기억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추운 날이면 함께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걸어가던 여자친구도 떠오른다. 이젠 아주 오래된 일이어서 얼굴조차 기억이 나지 않지만, 기분이 좋고 따뜻했던 순간이었다는 것은 기억난다. 길에서 만난다 해도 못 알아볼지도 모르는 남은 사랑의 자리가 추운 날 손이 시리면 찾아오는 기억처럼 슬픈 기억도 늘 함께한다. 마음이 추우면 보듬어 주어야 할 이유이다. 세상엔 몸도 마음도 추운 사람들이 정말 많다. 마음에 작은 불씨만 있어도 따뜻해질 수 있다. 손에 손만 잡아도 추위를 이겨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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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민(Terry)
캐나다 BC주 밴쿠버에 사는 ‘셰프’이자, 시인(詩人)이다. 경희대학교에서 전통 조리를 공부했다. 1987년 군 전역 후 조리 학원에 다니며 한식과 중식도 경험했다. 캐나다에서는 주로 양식을 조리한다. 법명은 현봉(玄鋒).
전재민은 ‘숨 쉬고 살기 위해 시를 쓴다’고 말한다. ‘나 살자고 한 시 쓰기’이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공감하는 이들이 늘고, 감동하는 독자가 있어 ‘타인을 위해 해 줄 수 있는 것이 있음을 깨닫는다’고 말한다. 밥만으로 살 수 없고, 숨만 쉬고 살 수 없는 게 사람이라고 전재민은 말한다. 그는 시를 어렵게 쓰지 않는다.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해서다. 종교인이 직업이지만, 직업인이 되면 안 되듯, 문학을 직업으로 여길 수 없는 시대라는 전 시인은 먹고살기 위해 시를 쓰지 않는다. 때로는 거미가 거미줄 치듯 시가 쉽게 나오기도 하고, 숨이 막히도록 쓰지 못할 때도 있다. 시가 나오지 않으면 그저 기다린다.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회를 꿈꾸며 오늘도 시를 쓴다.
2017년 1월 (사)문학사랑으로 등단했다. 2017년 문학사랑 신인 작품상(아스팔트 위에서 외 4편)과 충청예술 초대작가상을 수상했다. 현재 문학사랑 회원이자 캐나다 한국문인협회 이사, 밴쿠버 중앙일보 명예기자이다. 시집 <밴쿠버 연가>(오늘문학사 2018년 3월)를 냈고, 계간 문학사랑 봄호(2017년)에 시 ‘아는 만큼’ 외 4편을 게재했다.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했다. 밴쿠버 중앙일보에 <전재민의 밴쿠버 사는 이야기>를 연재했고, 밴쿠버 교육신문에 ‘시인이 보는 세상’을 기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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