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과 준비되지 않은 청와대 이전
금강경과 준비되지 않은 청와대 이전
  • 법응 스님
  • 승인 2022.04.0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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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응 스님/불교사회정책연구소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달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달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금강반야바라밀경>의 마지막 단락에 ‘불취어상 여여부동 하이고 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 (不取於相 如如不動 何以故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 應作如是觀)’이라는 대목이 있다.

풀어쓰면, “상을 취하지 아니하니 여여하여서 흔들림이 없느니라. 어찌된 까닭인가? 일체의 유위법은 꿈과 같고, 환상 같고, 물거품 같고, 그림자 같으며,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개와 같으니 마땅히 이와 같음을 알아야(觀) 한다.”는 것이다. 원전에는 ‘별, 눈앞의 그림자, 등불, 환상, 이슬, 물거품, 꿈, 번개, 구름’ 등 아홉 가지에 비유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한역은 여섯 가지로 축소되어 있다.

앞 대목 “불취어상 여여부동(不取於相 如如不動)”, 즉 “상을 취하지 아니하니 여여하여 부동하느니라”라는 구절에 주목해 보자. 상(相), 즉 유위법은 부질없는 것이기에 가치와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으며 이에 천착하면 마음이 요동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지도자가 되어서 그 권력에 천착해서 남용하면 유위법이다. 재산 증식이 도를 넘고 사치하는 것도 유위법이다. 측근이라 해서 무능한 자와 예스맨을 기용하면 유위법이다. 법과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고 힘으로 밀어붙이면 유위법인 것이다.

깨달은 자는 생각과 판단 등 모든 것이 무위를 바탕으로 하기에 부처님은 항상 진리에 대해 바른 견해를 제시하시고 삶의 문제도 바른 길로 인도해 주셨다. 국가의 지도자도 이러해야 하니 지도자가 유위법에 천착하면 불행과 더불어서 위기에 처할 수 있으며, 사회와 국민도 불안하게 되고 삶은 도탄에 이르게 된다.

국가지도자의 무능과 무지와 부패로 인해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죽고 다치며 핍박 받으면서 고단한 삶을 살았는지는 우리의 지난 100년의 역사만 봐도 잘 증명이 된다.

불교는 죽은 사람 극락가게 하는 사후 뒤치다꺼리나 하는 종교가 아니다. 현실 고통의 원인을 제거해서 삶의 안락한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성불에 이르게 하며 불국토를 장엄하는 종교다. 하여 지도자가 무지와 헛된 것에 현혹돼서 오판을 하고 이로 인해 국민이 고달프게 된다면 말려야 마땅하다. 그런데 종교지도자들도 권력에 눈치 보는 악습으로 함구한다면 진정한 종교인의 자세가 아니다.

용산의 용(龍)이 무엇인가? 인간의 상상에 의해 영험과 힘이 부여된 가상의 동물이다. 고대 북반구 유라시아의 사람들은 밝은 눈으로 관찰한 결과 북극성을 부동의 별로 인식하여 좌표의 중심으로 삼았다. 그리고 은하수를 거대한 물길로 여겨 거기에 용이 산다고 상상했다. 이러한 상상은 신비감과 더불어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맑은 물은 용이 사는 신성한 곳으로 여겼으며 동해에는 용왕이 산다고 믿었다. ‘미리내’는 은하수의 우리말인데 용을 의미하는 ‘미르’와 강물을 뜻하는 ‘내’가 합쳐진 말이다. 풍수가들은 장엄한 산줄기를 꿈틀거리는 용으로 빗대기도 했다.

남산에서 한강 사이 삼각지와 녹사평 일대 용산(龍山)은 길지일까? 13세기 말 원나라 황제 쿠빌라이 칸은 용산에 일본을 정벌하기 위한 병참기지를 두었으나 태풍으로 실패했다. 임진왜란 때는 고니시가 평양 전투에서 패한 뒤 용산에 잠시 주둔하다가 패퇴했다.

19세기 후반에는 청나라 군대 3000여 명이 용산에 주둔한 적 있으나 청일전쟁(1894-1895)에 패하면서 물러갔다. 이후 그곳은 해방 전까지 일본군의 후방기지로 사용되었다. 해방과 더불어 일본군이 물러간 다음 용산에는 미군이 머물게 되고 한국전쟁 이후로 용산은 주한 미군 주둔지가 되었다.

미군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고 있는 바는 분명하나 북한의 도끼 만행 등 참변의 사례가 허다하며, 월남전 등 결코 적지 않은 희생의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역사는 용산에 무력의 기지를 두었던 국가들이 순탄하지 않았음을 잘 증명하고 있다. 우리도 아직 전쟁의 위험이 있는 분단국가다.

가상의 동물이지만 용은 엄청난 에너지로 하늘과 물을 자유자재로 드나드는 역동적 이미지를 가진다. 그런 용의 등에 잘못 올라타면 벼락과 같이 땅에 곤두박질치게 된다. 관세음보살과 같이 자비와 이타심에 의한 시민에게 봉사하는 일이 아니고선 용산(龍山)에 함부로 터를 잡고 그 등에 올라타 권력을 과시하려는 일은 삼가야 한다는 뜻이다. 용산이 길지라고 하기에 하는 말이다.

필자는 10여 년 전 <불교닷컴>에 “朴(박근혜) 당선인, 강 건넜으면 뗏목을 버려라"라는 글을 기고한 적 있다. 2015년에는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 적도 있다.(2015년 6월 9일자) 특수한 배경을 가진 대통령이기에 “단 한 번의 실정이 회복이 어려운 상황을 몰고 올 수 있다.”고 우려했던 것이다.

그 이전 이명박정부의 실정은 또 어떠했던가? 언론들은 4대강 사업의 ‘턴키 발주’로 1조 수 천억 원의 국고가 낭비되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청와대 입주를 극구 거부하며 국방부청사 입주를 고집하는 대통령 당선자 때문에 국방부와 관련기관 및 산하 부대들의 이전과 신축이 줄줄이 예고되고 있다. 모든 진행이 4대강 사업의 ‘턴키방식’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못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혹자는 이명박 대통령이 불과 2년 3개월 만에 해치운 청계천 복원에 대하여 반대의 여론 속에서도 성공하지 않았느냐고 하는데 과연 그러할까? 지면상 세세한 거론은 안하나 조경시설인지, 하천인지, 공원인지 그 정체성부터 애매모호하다. 일일 평균 12만여t의 물을 한강에서 끌어 올려서 충당하니 그 예산도 만만치가 않다. 거기에 소용되는 막대한 전기는 눈에 보이지도 않으니 사람들 뇌리에는 인식조차 되지 않고 있다.

청계천 복원은 역사적 고증을 소홀하게 해서 조선시대의 다리 등 유물⋅유적의 복원을 외면했다. 창고 같은 곳에 쌓여 방치되다시피 했던 셀 수 없는 수많은 유물과 그 파편들은 현재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도 없다. 최소 2~3년만이라도 시간을 더 가지고 연구조사 작업이 이루어졌더라면 망실된 문화의 복원과 더불어 우리는 청계천 역사에 얽힌 풍부한 스토리를 얻게 되었을 것이다. 우리는 제대로 된 준비를 해서 흠 잡을 데 없는 서울의 역사와 자연과 환경이 어우러져서 그야말로 자연과 문화를 호흡할 만점짜리의 천(川)을 가질 수 있었음에도 상실한 것이다.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임기 내 서둘러 치적 쌓기에 골몰했던 한 사람의 고집 때문이 아니었을까?

윤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처의 벼락치기 이전을 고집하면서 용산기지 내 토양오염 복구비용과 관련한 협상에서 한국은 어이없게도 절대적 약자의 위치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든다. 또 다른 차원의 천문학적 비용과 오랜 시간이 소모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계산조차 불가능하다.

당선자가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선보였던 새 집무처 조감도 속의 푸른 잔디와 나무들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주변의 여러 건물들과 미군 주둔시설들을 모조리 삭제하고 그린 상상 속의 공간일 뿐이다. 그러한 공원으로 만들기 위해서 5년은 너무 짧은 임기다.

필자가 용산 국방부 청사로의 입주에 특별히 우려되는 것은 경호상의 문제 때문이다. 당선자는 경호 인력을 축소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무지의 소치다. 경호의 처음이자 마지막 보루는 ‘자기희생의 원칙’ 정신으로 무장된 경호요원뿐임을 알아야 한다. 첨단 기기는 감시와 형상적 정보수집에 한정되며 대응은 결국 인적자산인 훈련된 경호원의 몫이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스스로를 경호하는 자세이어야 한다. 경호는 경호 전문가에게 전적으로 맞기고 대통령은 불편해도 감내해야 한다.

용산에 온 국민에게 그야말로 양질의 문화와 휴식처를 안길 기회를 박탈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 번은 해야 한다. 아는 만큼만 보인다는 말이 생각난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국가적 대사는 충분한 검토와 치밀한 계획이 사전에 준비되어야 한다.

감히 예상하건데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채 취임하는 당선자는 앞으로 더욱 큰 곤궁에 처하게 될 것이고 사회는 출구 없이 혼란스러워질 공산이 크다. 안전과 평온의 유지에는 나름의 공식이 있으니 역사적 교훈이며, 현실을 직시하는 자세이고 과학이며 또한 훈련된 참모의 역할이다. 지도자의 자리가 불안정하면 국민은 더욱 크게 불안하고 동요하기 마련이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남의 일이 아니기에 또 떠들었다.

法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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