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종정예하 교시의 종단적 실천
[기고]종정예하 교시의 종단적 실천
  • 법응 스님
  • 승인 2022.04.11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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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단 홈페이지에 ‘종지(宗旨)’에 대하여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종지(宗旨)란 종단의 핵심 사상, 교의를 말한다. 조계종의 종지는 * 종헌(宗憲) 제2조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표현)하고 있다. 조계종은 석가모니 부처님의 자각각타(自覺覺他) 각행원만(覺行圓滿)한 근본교리를 받들어 체득하고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 전법도생(傳法度生)함을 종지로 한다.”

그리고 부연하기를, “이 종지를 한글로 풀어보면 석가모니 부처님의 스스로도 깨치고 남도 깨닫게 하며 깨달음의 행이 원만한 근본 가르침을 받들어 체득하고, 사람의 마음을 바로 가리켜(直指人心) 성품을 보아 부처가 되어(見性成佛) 법을 전하여 중생을 건너게 한다(傳法度生)는 말”이라 하고 있다.

사전은 종지에 대하여 ‘종문(宗門)의 취지’ 또는 ‘근본이 되는 중요한 뜻’라 해석하고 있다. 하여 조계종의 종지는 조계종과 그 소속 승려들의 근본이념이며 가야하는 길이다. 종단과 승려들이 종지에서 어긋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 주시는 분이 종정예하다. 즉 종정예하는 종단과 승려들을 잘 살피어 종지에서 어긋나는 일이 발생할 경우 지체 없이 이를 바로 잡아주어야 하는 의무를 지니고 있다.

육조 혜능 대사께서도 일찍이 (전략)“여등 어후전법 의차전법 의차질상교수 물실종지(汝等 於後傳法 依此傳法 依此迭相敎授 勿失宗旨)너희들이 후에 법을 전할 때에도 이것에 의지하여 서로 바꾸어 가르쳐서 종지를 잃지 않도록 하여라.”고 했다 ‘물실종지(勿失宗旨)’ 즉 종지가 훼손됨을 막아야 한다고 했으니 본분종사의 철학과 종문에 대한 자비심이 넘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고 성철 스님의 교시는 지계청정(持戒淸淨), 화합애경(和合愛敬), 이익중생(利益衆生)이었으며, 얼마 전 임기를 다하신 진제 스님의 교시는 지계청정(持戒淸淨), 정진화합(精進和合), 광도중생(廣度衆生)이었다.

신임 종정예하이신 성파 스님은 교시로 상요청규(常要淸規), 필순화목(必順和睦), 보리군생(普利群生)을 내리셨다.

성파 스님 등 역대 종정예하의 교시가 비슷하다. 다만 성파 스님은 통도사 일주문 양쪽 돌기둥에 있는 “방포원정 상요청규(方袍圓頂 常要淸規) 이성동거 필수화목(異姓同居 必須和睦)”이란 구절에서 청규의 첫 번째와 두 번째 항목을 차용하고 역대 종정스님의 ‘이익중생’, ‘광도중생’과 유사한 ‘보리군생’을 마지막 항으로 했다.

성파 스님께서 통도사 방장으로 재임하실 때의 ‘상요청규(常要淸規)’는 통도사 내부의 청규로써 통도사 대중에게 한정되는 것이나, 종정예하의 위치에서 교시로서 ‘상요청규’라 할 때 그 범주는 종단차원이 된다. 즉 법령으로 ‘승려법’ 등 종단의 청규를 종도들이 일상에서 잘 준수하기를 바란다는 의미일 것이다.

종정예하가 취임하신지 열흘이 넘게 지나가고 있다. 집행부는 종정예하의 교시를 종무와 종도에게 구현하는 종무방안을 수립해서 진행하고 널리 알려야 마땅하다. 청규를 적용함에 있어서 신분과 직위의 고하를 따져서는 안 된다. 종단의 고위직일수록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종단의 청규가 고무줄이고 차별적으로 적용한다면 성파 종정예하의 교시에 대한 불경이며, 종단은 물론 한국불교의 수명을 재촉할 뿐이다.

아래 글은 만해 스님이 1936년에 '조선일보'에 연재한 '심우장 만필(漫筆)' 중 내용이다. 현재 불자와 출가자 감소문제 등 한국불교가 위기라 하면서 대부분의 유명스님들은 시대 탓, 종교인 감소 탓, 인구 감소 탓 등 온갖 외부의 요인을 들먹인다. 그러나 냉철히 보면 불교계 내부에 원인이 먼저 있음을 알아야 한다. 혁신을 외면하고 권력에 천착하며, 특히 종지의 구현을 게을리 함을 부정키 어려운 현실에서 외적 요인부터 거론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불행한 경지를 만나면 흔히 하늘을 원망하고 사람을 탓한다. 강자를 원망하고 사회를 저주하고 천지를 원망한다. 얼핏 보면 영웅처럼 보인다. 그러나 자기를 약하게 한 것은 다른 강자가 아니라 자기며, 자기를 불행케 한 것은 사회나 천지나 시대가 아니라 자기다. 망국의 원인이 제거되지 않는 이상 제이, 제삼의 정복 국이 다시 나게 되는 것이다. 자기 불행도, 자기 행복도 타에 의하여 오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가련하기도 하지만 가증스럽기가 더할 수 없다.’ ‘상요청규(常要淸規)’는 모두의 과제이며, 종단이 주도적으로 해야 하는 실천 덕목이다.

/法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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