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종정 총무원장은 왜 비구만 뽑나? ​​​​​​​
불교 종정 총무원장은 왜 비구만 뽑나? ​​​​​​​
  • 조현성 기자
  • 승인 2022.06.14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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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수 교수의 ‘불교와 근대, 여성의 발견’

 

한국 비구니 전통은 1700년에 이른다. 이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유구하고 여법한 비구니 교단 전통이다. 비구니들은 똑같은 수행자임에도 불구하고 한국불교사에서 오랫동안 하위 범주로 다뤄져 왔다. 전통불교의 보수성은 21세기 한국 불교계를 아직도 지배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 불교계 교단에서 제도적으로 극복해야 할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성적 불평등, 특히 여성을 낮춰보고 여성의 종교적 가능성을 폄하 하는 것이다. 종정을 위시해, 총무원장 이하 모든 상위 보직자 선출 자격을 비구만으로 한정하는 현재의 종헌종법의 법제는 타파돼야 할 시대적 화두이다.

근대 비구니들은 오랫동안 잊힌 자신의 정체성과 자아를 회복하고 구도자로서의 제자리를 확보하는 데 노력을 경주했다. 그 결과로 자신의 여성됨의 의미와 사명 등을 자각하고, 스스로의 수행 공간(도량)을 일구는 경험, 자신의 계보와 역사를 반추하고 자신이 서 있는 시간과 공간의 의미를 재인식했다.이들의 노력은 한국 불교 교단에서의 비구니 승단의 존재감을 강화했고, 조선시대 내내 피폐된 불교교단 자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이러한 비구니들의 활동은 개항기, 일제강점기, 해방과 6.25전쟁 시기 각각 시대적 특징과 발전 양상을 보이며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근대 시기 비구니 활동의 의미는 그에 앞선 시기, 즉 근대 이전 시기 한국불교 전통의 흐름에 비추어 볼 때 더욱 도드라지고, 또한 1970년대 이후 비구니 승단의 약진 양상과 대비하여 고찰함으로써 그 의미가 분명해진다.

일반적으로 여성에 대한 연구는 그 분야 연구의 하위 변수로 여겨지기 십상이다. 좀 더 완성되고 전체를 아우르는 진정한 근대 불교의 모습에 대한 이해를 얻기 위해서는 기존의 한국 불교사 연구에서 배제된 여성을 연구하고 밝히는 일이 필수불가결한 일이다.

한국 불교여성 연구에서 또 하나의 장애가 되는 것은 기록의 부재, 부실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불교 자체가 수도자의 일상적인 삶이나 개인사 기록에 무관심한 것에 더하여, 여성의 일상적인 삶과 기록, 그들의 수행 이력은 더더욱 생략되고, 멸실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그나마 근대 시기에 들어 비구니들 자신들을 중심으로 계보를 찾아 기록하고, 구술이나 기타 방법으로 선사(비구니)들의 기록을 찾아 전승하고 편찬 발간하려는 노력들이 점점이 일어났다.

이러한 악조건 하에서의 연구를 통해서, 저자는 한국 근대 불교사에서 여성을 중심으로 서술하는 새로운 종류의 정합적인 역사를 구성해 보고자 새로운 방법론, 근대사를 새롭게 보는 시각을 제창하였다. 근대 시기 불교 여성의 특징은 다음의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비구니 지도자들의 근대적 행보는 전대미문의 사회적 격동과 식민지 치하라는 이중의 과제와 더불어 시작된다. 이러한 대내외적 도전에 응전할 힘을 갖추기 위해 비구니들은 오랫동안 방치된 자신의 수행 전통의 회복을 추구하는 방편으로 선방을 시설하고, 불교 경전의 연구와 교육의 장을 설립해 나갔다.

둘째, 신여성으로 분류되는 근대 초기의 여성들은 저술 활동을 통해 불교의 세계를 표현하였다. 또 이들은 사상적 기조를 가지고 불교여성 단체를 결성하고 조직화를 통해 근대적 동기를 실현하고자 했다. 이는 가능성과 함께, 불교계에 두텁게, 그리고 뿌리 깊게 자리한 여성 억압의 기조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한편에서는 재가 여성들의 신행 조직으로서 부인회들도 다양한 불교여성들의 의식 세계를 반영하며 활동의 장을 개척해 나갔다.

셋째, 근대기의 비구니와 여성들은 자신의 삶을 회고하면서, 능동적이고 자주적인 사유 그리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성찰을 시도하였다. 이것은 그들의 현재의 삶을 규정짓는 조건을 탈피하고 향상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여성 평등을 외치는 목소리는 찾기 어렵지만, 우선 비구니로서의 현재 삶의 부조리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통해, 그리고 자신이 처한 현재 삶의 모순성을 깊이 사유하면서 그 해결점을 모색해 나갔다. 여성에게 근대란 자신의 삶의 모순성을 주체적으로 사유하는 한편으로 그 과정 속에서 체험되는 부조리와 갈등을 극복해 나가는 이중적인 노력의 궤적이다.

근대기에 불교를 만났던 그들은 무척이나 억척스럽고 집요한 사람들이었다. 아무도 무명인 그들의 삶을 주목하거나 기록하거나, 나아가 그들의 삶의 의미를 분석해 재발견해 주지 않을 때 그들은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이를 조직화해 나갔다. 그들이 뿌린 씨앗은 1970년대 불교여성의 약진 속에서 그 성과를 나타냈다.

여전히 한국 불교에서 불교여성의 문제는 깊은 화두에 잠겨 있지만, 숱한 고난을 헤치며 지나온 100년의 역사적 내공이 더해져, 오늘의 불교여성들의 새로운 단계로의 이행을 목전에 두고 있다. 불교여성들의 지위와 역할이 뚜렷이 조명되고, 그것이 오늘의 불교를 새롭게 하는 데 초석으로 활용되는 날이 한국불교의 새로운 도약, 그리고 한국종교와 한국사회의 새로운 근대 개화의 날이 될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한국 불교여성의 새날을 위한 후속연구들의 소중한 길잡이이다.

저자 조은수 교수는 서울대 철학과에서 석사학위, 미국 버클리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미시건대 아시아언어문화학과에서 조교수를 역임했다. 서울대 규장각 국제한국학센터 초대 소장, 불교학연구회 회장, 유네스코 아시아 태평양지역 세계기록문화유산 출판소위원회 의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제19차 세계불교학대회를 준비하는 조직위원장이다.

불교와 근대, 여성의 발견┃지은이 조은수┃도서출판 모시는사람들┃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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