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타 스님 “나는 空을 머리로 깨쳤다”
용타 스님 “나는 空을 머리로 깨쳤다”
  • 조현성
  • 승인 2014.02.05 18: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0년 수행담은 ‘공’ 출간, “사유 끝에 깨달음, 당신도 가능”

“언제까지 깨달음을 남의 일로 바라만 볼 것입니까? 당신이 석가모니 제자라면 3개월 안에 아라한이 돼야 합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공의 이치만 이해하세요.”

행복마을 용타 스님이 50년 수행을 한 권에 담아 <공(空)>을 펴냈다. 책은 스님이 창시한 동사섭 수행프로그램 가운데 고급과정 교재이기도 하다. 동사섭은 불교에 심리학, 상담학을 접목해 정체(正體) 대원(大願) 수심(修心) 화합(和合) 작선(作善)을 5대 원리로 삼은 마음수련프로그램이다.


“공은 불교 대표 개념이자 전부”

스님은 “불자들은 공을 숭늉처럼 익숙하게 여길 것이다. 공은 불교 대표 개념이자 전부”라고 했다. 이어 “‘이러이러한 것이 공이다’라는 선명한 대답을 듣기 어려워 공이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스님은 자신이 공을 머리로 깨쳤다고 했다. 대학 2학년 때 친구가 흥얼거리는 노래 가락이 궁금했다. <반야심경>이었다. 개신교인이던 스님은 <반야심경>의 ‘색즉시공’ 구절에 마음을 빼앗겼다. ‘색즉시공’만 알면 <반야심경>을 모두 알겠다 싶었고, 만나는 사람마다 ‘색즉시공’을 물었다.

스님은 “당시 ‘색즉시공’은 내 화두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 화두는 지금 조계종이 말하는 화두와 다르다. 간화선에서는 화두를 머리로 따져들지 말고 사유해서는 안된다고 가르친다”고 했다. 스님은 “한국불교는 사유를 서자 취급 한다”며 “내가 말하는 화두는 사유하는 것이다.무조건 궁금해 하는 것이 아니라 왜 색이 공인지 투철하게 이치를 밝히는 과정”이라고 했다.

스님은 두 달 간 몰두 끝에 답을 얻었다. 이를 스님은 “이러이러해서 색이 공하다는 논리적 사고였다”며 “우주가 두 쪽 난 듯 했고, 내 몸을 감싸던 투명보자기가 벗겨지는 시원함과 같은 상태를 느꼈다”고 했다.

청화 스님, 단번에 “그것은 해오”

그때까지만 해도 용타 스님은 출가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 스님을 바꾼 것은 청화 스님이었다. 친구를 통해 청화 스님을 만났다. 밤새 이야기를 나누다가 머리로 깨우친 ‘색즉시공’ 자랑을 했다.

청화 스님은 “그것은 증오(證悟)가 아니라 해오(解悟)입니다”라고 했다. 그 말씀을 듣기 전까지 의기양양하던 모습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온 몸의 힘이 빠졌다.

청화 스님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러나 한국에 색즉시공을 그정도로 요해한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 말끝에 용타 스님은 다시 기운을 얻었다. 스님은 “청화 스님은 말 한마디로 나를 들었다 놨다 했다. 내겐 거목 중에 거목, 거산 중에 거산인 어른”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청화 스님 가풍은 이 자리에서 색즉시공을 깨치면 그만인 것이 아니었다. 선정을 닦고 닦아 사선을 지나 멸진정까지 이르는 증오였는데. 내 깨침은 머리로 헤아린 해오였다는 말”이라고 했다.


“석가모니도 사유 끝에 연기 깨쳐”

용타 스님은 1990년대 금산사 화엄학림에서 ‘석가모니 생애와 사상’을 강의했다. 당시 스님은 석가모니 속에 젖어들었고, 때마침 인도성지순례를 통해 자신의 믿음을 확인했다.

스님은 “석가모니 부처님 일생 가운데 중요한 두가지를 꼽으라면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것과 녹야원에서 초전법륜을 하던 것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석가모니는 외도 수행과 고행을 거쳐 다시 보리수 아래에 앉았다. 석가모니가 나무 아래에서 했던 것은 사유였다”고 했다.

스님은 “당시 석가모니는 ‘나는 죽는다. 나는 죽기 싫다’ 고민 끝에 ‘나는 무엇인가’에 생각이 다다랐고 세상 모든 것들이 실체적 존재가 아닌 연기적 존재임을 깨달았다. ‘나’는 본래 없고 존재하는 것은 연기뿐이라는 사실을 직시했다”고 했다.

“아라한? 연기법 옳게 이해한다면 누구나”

스님은 “석가모니 정각 후 설법을 통해 깨침을 얻었다는 60아라한은 연기 가르침을 듣고 무아를 이해한 이들이었다. 말로 이해하고 내게 집착했던 마음을 놓아버리는 것은 누구라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스님은 “불교에 들어섰다면 몇 달 안에 깨침을 이루고 아라한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석가모니의 보리수 정각과 60아라한이 남의 일이 아니다. 당신 스스로 정각을 얻고 아라한이 돼야 한다”고 했다. 아라한은 연기 법문을 통해 공과 무아를 이해한 존재이고, 공을 깨달아야만 해탈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스님의 설명이다.

스님은 “불교는 이고득락의 방편이다. 모두의 가르침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멘토 종가 행복마을, 동사섭 수행자 2만명 배출

책은 스님이 깨친 공의 이치(空理)를 27가지로 풀어놓은 것이다. 이 이치는 자비명상을 전파하는 마가 스님, 이 시대의 힐링멘토 법륜 스님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용타 스님의 행복마을은 명실공히 멘토 종가인 셈이다.  행복마을에서는 33년 동안 SK그룹 최창원 부회장을 비롯해 2만여 명이 수련을 통해 행복을 얻었다.

스님은 “나이 먹어 늙어가고 보다 많은 사람에게 행복의 비결을 전하고자 책 발간을 결심했다”며 “이 책은 해오를 위한 책이다. 증오는 해오를 반복하다보면 얻어진다”고 했다. “머리로 깨치는 해오만으로는 몸에 익은 악습을 완전히 떨치기 어렵다”고도 했다. 그러면서도 스님은 “한국불교가 활발발 하게 역동하려면 해오가 살아나야 한다”고 했다. 

“한국불교에는 머리로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안된다는 신념이 만연돼 있다. 닦음 없이 깨달을 수 없다는 것은 잘못이다. 닦음 없이도 충분히 깨달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이 책은 한번만 읽고 말 책이 아니다. 거듭거듭 읽고 사유하면서 공의 이치가 거듭거듭 ‘아하’로 다가와야 한다. 그렇다면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뭇 실체·개념이 봄 산에 눈 녹듯 사라져 감을 느끼고 또 느낄 것. 이렇게 사는 것이 ‘응당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어라(應無所住而生其心)’는 삶이라는 고백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공-공을 깨닫는 27가지 길용타 지음민족사1만원

[기사제보 cetana@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34-733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법인명 : 뉴스렙
  • 제호 : 뉴스렙
  • 등록번호 : 서울 아 0043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7-09-17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뉴스렙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etana@gmail.com
  • 뉴스렙「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조현성 02-734-7336 cetana@gmail.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