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 “맨발이 출가정신…알리려 썼다”
한승원 “맨발이 출가정신…알리려 썼다”
  • 조현성
  • 승인 2014.04.2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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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싯타르타의 삶 다룬 장편소설 ‘사람의 맨발’

“자본주의 달콤함에 빠져 승가도 재가도 싯다르타가 출가한 참뜻을 잊고 산다. 맨발이 출가정신이다. 참다운 출가정신이 무엇인지 알리고 싶어 글을 썼다. <사람의 맨발>이 그것이다.”

불자작가 한승원 선생(사진)이 불기2558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붓다의 일대기를 다룬 장편소설 <사람의 맨발>을 펴냈다. <초의> <정약용> <원효> 한국사를 장식하는 크고 굵직한 인물에 이은 것이다. 등단 48년 만이다.

“싯다르타는 왜 출가했을까?”

한 작가는 28일 인사동 한 찻집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7년 서울 생활을 마치고 장흥 바닷가로 귀향하면서부터 역사인물 소설 집필에 매진했다. 가장 완성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 싯다르타의 삶을 마지막으로 썼다. 내게 더 이상의 역사인물 소설은 없다”고 했다.

한 작가는 <사람의 맨발> 집필에 5년을 쏟았다. 그가 싯다르타의 삶을 소설로 쓴 가장 큰 까닭은 싯다르타가 왜 출가했는지, 그 뜻을 대중에게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한 작가는 “소설가가 한 사람의 인생을 작품으로 승화시킬 때는 왜 그 사람인지, 덤벼드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부분에 명쾌한 답이 없다면 훌륭한 작품이 나올 수 없다”고 했다.

한 작가는 이를 남녀 간의 사랑에 비유했다. “자신이 왜 저 사람을 사랑하는지 스스로 선택한 사람을 사랑하는 당위성을 설명하지 못한다면 그는 바람둥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한 작가는 “싯다르타의 삶을 쓰기 전 헤르만 헤세 등 많은 작가의 작품을 읽었다. 지금까지 대중이 알고 있던 싯다르타 이야기는 허망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

싯다르타가 마야부인 옆구리에서 태어난 이야기를 비롯해 고아로, 왕자로 살고 사문유관을 거쳐 출가한 이야기가 그 본보기라고 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절대 고독 선언”

한 작가는 “싯다르타가 출가한 것은 (카스트 제도를 비롯해) 모든 것이 신의 뜻이라는 구조적 악습을 타파하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한 작가는 “탄생게인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은 ‘하늘 위·아래 나 홀로 우뚝 서있다’는 말이다. 이를 오만한 존재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선도 악도 없이 인간은 절대 고독자라는 이야기”라고 했다.

싯다르타 열반에 즈음해 사촌 아난과 나눈 대화가 있다.

아난이 싯다르타에게 묻는다.
“세존께서 열반하고 나면 우리는 누구에게 의존해야 합니까?”
싯다르타가 답한다.
“모든 세상은 어지럽게 변한다. 세상은 어두운 망망대해이다. 각자 자기의 섬에 자기의 등불을 밝혀 의지처로 삼기 위해, 부디 게으름 없이 정진하라.”

한 작가는 “열반을 앞둔 싯다르타가 아난에게 당부한 말도 인간의 절대 고독을 밝힌 것”이라고 했다.

“길에서 태어나 길 걸었던 싯다르타”

한 작가는 “싯다르타는 맨발로 걸어 다녔다. 싯다르타는 길에서 태어나 길을 걸었다”고 했다.
이어 “길은 도(道)를 뜻하기도 한다. 붓다가 된 싯다르타는 참된 길을 알려주고 길을 걸은 사람이었다”고 했다.

한 작가는 “자본주의 사회를 사는 현대인은 배고픔을 모른다. 자본주의의 달콤함에 빠져 산다. 참담한 삶을 살아봐야 인생의 참모습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싯다르타의 정신을 이어야할 스님들도 자본주의에 물들어 산다. 고급승용차를 타고 음주를 하는 등 서슴치 않고 산다. 더 이야기하고 싶지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비교적 초기불교 모습을 잘 지키고 있는) 동남아 와불을 보라. 맨발이다. 맨발이 출가정신”이라며 “맨발로 걸어보지 않은 사람은 아픈 삶을 모른다. 맨발의 참된 의미를 알아야 싯다르타의 가르침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한 작가는 “개신교에서는 다락방을 생각하자며 (대규모) 성전을 경계한다. 스님들이 싯다르타의 맨발을 가슴 깊이 새기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우리 시대 싯다르타…만해·법정”

한 작가는 “싯다르타는 중도를 말했다. 자기 혼자 수행해 혼자만 편안해지는 것을 경계했다. 그것은 올바른 깨달음이 아니라고 했다. 실천을 중시했다”며 “싯다르타가 남긴 불교의 실천은 다른 것이 아니다. 중생과 함께 하는 삶 그것이 불교의 실천”이라고 했다.

이어 “과거에는 원효 대사가, 근현대에서는 만해·법정 스님이 싯다르타의 삶을 실천했던 선지식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도 젊었을 때는 ‘속아지’ 없었다. 불교를 공부하며 인생의 깊이를 더해갔다”며 “철이 들고 한참 지나니 다시 ‘속아지’ 없던 순수함으로 회귀하게 되더라”고 했다.

성철 스님을 통해 유명해진 청원유신 선사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다. 다시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와 같다고 했다.

한 작가는 “한 없이 순수했던, 인간답던 싯다르타의 고행의 삶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한편, 한 작가는 싯다르타의 정신세계를 가장 잘 말해주는 경전으로는 <화엄경>을 꼽았다.

“세월호·원전비리…결국 같은 원인”

한 작가는 “세월호 참사는 편의주의에 빠진 우리 사회의 자화상”이라고 했다. 선박개조·증축, 안전점검 소홀, 구조시스템 미비 등 모두를 지적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나 최근까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원전비리 등 우리 사회 문제들은 같은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규제는 암덩어리라며 규제철폐 회의를 개최한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규체철폐 회의를 여는 것으로 적당히 넘어가는 분위기로 읽힌다”고 했다.

한 작가는 “지켜야할 규제는 엄격히 지켜야 한다. 규제 모두를 암으로 규정한 것이 잘못이고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한 작가는 “우리 시대 구성원, 특히 싯다르타 가르침을 따르는 스님을 비롯한 불자들이 <사람의 맨발>을 읽었으면 좋겠다. 읽고 ‘맨발의 정신’을 깨쳤으면 좋겠다. 맨발의 정신으로 사회를 이끌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람의 맨발┃한승원 글┃불광출판사┃1만3800원

한승원 작가는 1966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목선’으로 데뷔한 후 수많은 작품을 통해 한국문학의 거목으로 자리매김한 작가이다. 1996년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인 전남 장흥으로 내려와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1995년 구도소설의 대표작인 <아제아제 바라아제>를 비롯해 <초의> <원효> 등 불교 관련 작품을 썼다. 이 외에도 <불의 딸> <아버지와 아들> <사랑아, 피를 토하라> 산문집 <차 한 잔의 깨달음>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한 작가가 기억하는 불연은 증조할머니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심 깊던 가정환경에서 자라 어려서부터 불교가 베어들었다. 젊은 시절 친구를 통해 “깨달으면 부처다”라는 말을 들은 뒤, 지나가다 스님을 만나면 다짜고짜 다방으로 데려가 물은 적도 있었다. 대학 진학 후 故 도안 스님(美 LA관음사 창건주)을 만나 많은 도움을 받았다. 스님의 말씀을 따라잡으려 <반야심경> 강의를 듣고 공부했다. 40년 동안 불교공부를 하게 된 또 하나의 계기였다. 장흥 천관사에서 출가를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한 작가는 고향 장흥의 늦가을 억새풀 사각거리는 소리가 내 정서에 베어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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