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학 스님 “茶 한 잔 속 깨달음 알리려”
원학 스님 “茶 한 잔 속 깨달음 알리려”
  • 조현성
  • 승인 2014.04.30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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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푼 ‘동다송’…‘향기로운 동다여 깨달음의 환희라네’ 펴내

“술은 마시면 근심을 잊게 해준다고 해 망우군(忘憂君)이라고 하고, 차는 번뇌를 씻어준다고 해 척번자(滌煩子)라고 불렀다. 술은 깨면 다시 근심이 시작되는 임시방편이지만, 차는 마시면 마실수록 번뇌를 씻어낸다. 망우군을 가까이 하겠는가, 척번자를 가까이할 것인가?”

봉은사 주지 원학 스님(사진)이 초의 선사(1786~1866)의 <동다송(東茶頌)>을 쉽게 푼 <향기로운 동다여 깨달음의 환희라네>를 펴냈다.

<동다송>은 우리 차를 철언절구 17송으로 정리한 시집이다. 차의 생장과 맛, 차를 대하는 마음, 차 생활을 통한 선의 실현 등을 고사를 인용해 노래했다. ‘동다’는 초의 선사가 우리 차를 중국차와 구별하기 위해 붙인 이름이다.

“<동다송> 통해 인간 초의 만나보니”

원학 스님은 30일 봉은사 인근에서 출판기념 간담회를 개최했다.

스님은 “국내 <동다송> 번역이 5종이지만 대부분 직역을 했다. 대중이 읽기에 어려움이 많아 쉽게 풀고자 했다”며 “1998년 조계종 종단사태 후 중앙소임을 내려놨을 때 지방에서 <동다송> 강의를 하고 원고를 집필한 것을 다듬어 책으로 엮었다”고 했다.

스님은 “<동다송>을 읽으며 차를 생활화 하다 보니 초의 선사는 누구보다 정이 많았던 인물인 것을 알게 됐다. 차생활은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을 살피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초의 선사가 <동다송>을 통해 차를 예법이 아닌 심성순화 방편으로 강조한 것도 맥락을 같이 한다”고 했다.

“초의는 대단한 포교전략가”

스님은 “억불숭유로 승려가 도성도 출입하지 못하던 때, 초의 선사는 차를 통해 유생들과 교류했다. 차를 통해 차 생활이 마음공부[禪]와 다름 없다는 것을 유생들에게 알린 포교전문가였다”고 했다.

이어 “이는 초의 선가가 머물던 일지암이 자리한 대흥사의 역사만 봐도 알 수 있다”며 “국가의 불교 지원에 사세가 흥했던 다른 사찰과 달리 대흥사는 국가가 불교를 홀대했을 때 사세를 확장했다. 이는 서산 대사를 모신 표충사 때문이기도 했지만 초의 선사의 영향이 컸다”고 했다.

“차를 통해 자기 마음 돌이켜보자”       

스님은 “초의 선사가 <동다송>을 통해 우리에게 전달하려던 메시지는 차를 통해 우리 마음의 모습을 바로 보라는 것이었다”고 했다. 차 색깔처럼 밝고 맑은 삶, 차 향기와 같은 향기 나는 삶, 차 맛처럼 맛깔 나는 삶을 차를 마시는 여유를 통해 일깨우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차를 여럿이 함께 마시는 것은 건강·기호식품으로 마시는 것이다. 이는 차를 대화의 여백을 메꾸는 수단으로 마시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초의 선사는 ‘홀로 마시면 그윽하고(獨啜曰神)’라고 했다. 차를 제대로 마시려면 혼자 마실 것을 강조했다. 더불어 마실 벗이 필요하거든 낮에는 떠가는 구름을, 밤에는 밝은 달을 벗 삼을 것을 권했다”고 했다.

스님은 “현대인은 정보의 홍수 속에 살며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혼자 마시는 차가 현대인에게 얼마나 효용이 있을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중점을 두고 책을 집필했다”고 했다.

“차 마시는 행위가 수행이어야 선다”

스님은 “선은 중국에서 정려, 사유수로 번역됐다. 이는 마음을 고요히 하는 것을 뜻한다”며 “선다는 차를 마시면서 수행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행주좌와 어묵동정 모두가 선이어야 하는 것처럼 차를 마시는 것이 수행과 일치돼야 선다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초의 선사가 <다신전>에서는 우리 차의 산지·채다·저장 등을 기후 등 우리 실정에 맞게 서술했지만, <동다송>은 차의 성질을 불교사상을 가미해 설명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초의 선사는 수행을 통한 해탈·깨달음이 개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초의 사상을 압축해 책제목을 <향기로운 동다여 깨달음의 ’환희‘라네>라고 지었다. 환희는 대중이 함께 회향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차? 전혀 어렵지 않다”

스님은 “차 마시기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전혀 어렵지 않다. 떠나는 구름·달이 무언의 대화를 주고받는 벗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차를 통해 갖자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행주좌와 어묵동정 모두가 선이라면서도 이왕이면 조용한 곳을 찾아 좌선하는 것처럼, 차도 어

디서든 누구와도 마실 수 있지만 조용한 곳에서 혼자 마시기를 권하는 것”이라고 했다.

스님은 “산사에서 클래식을 틀지 말라는 법은 없다. 산사에는 클래식보다 국악이 더 어울리지 않느냐. 커피를 마시지 말라는 법도 없지만 차가 더 울리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책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차의 소중함을 알기 바란다”고 했다.

향기로운 동다여 깨달음의 환희라네┃초의 선사 짓고┃원학 스님 엮다┃김영사┃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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