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함경’에 이리 공들인 사람 누가 있었나
‘아함경’에 이리 공들인 사람 누가 있었나
  • 조현성
  • 승인 2014.08.1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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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담 스님, 귀명‧불보‧법보‧승보 나눈 12책 ‘아함경’ 펴내

학담 스님(前 조계종 종회의원ㆍ사진)이 <아함경>을 새로 펴냈다. 인문학 전문 출판사인 한길사의 창립 38주년 기념 기획 출판작이기도 한 책은 <학담평석 아함경>이다. 모두 12책이다. ‘한권으로 읽는…’ ‘간추린…’ 여느 불서들과 다른, 유행을 거스른 책이다.

“아함으로 화엄까지 회통한 책”

학담 스님은 19일 인사동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학담평석 아함경> 출간 취지 등을 밝혔다.

스님은 “출가 후 42년 동안 사회운동과 불교개혁운동 등에 참여했다. 무엇을 하든 근본은 선(禪)에 있었다”고 했다. 이어 “선은 단순한 명상도, 고요한 침잠된 상태도 아니다. <금강경>에서 ‘모습에 머무는 바 없이 보시‧반야바라밀다를 행하라’고 했듯이 선과 행이 둘이 아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살아왔다”고 했다.

스님이 <아함경> 출간을 준비한 것은 30년 전이다. 1980년대 해인사 선방에 있을 때였다. 스님은 아함 교설이 화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때부터 아함-화엄을 꿰뚫어 정리하겠다는 원력을 갖고 정리해 왔다.

“돈 안 되는 경전 보급은 내 삶”

스님의 원력은 30년 동안 그침이 없었다. 틈틈이 <아함경>을 읽고 살피고 추리기를 30년, 체계를 구축해야겠다고 생각해 강의 목록을 만들었다. 책 한 권 분량이었다. 그 후 원고를 새로 쓰는 데 다시 4년이 걸렸다. 원고지 4만매의 방대한 원고를 편집하는데는 2년이 걸렸다. 원고의 오류를 잡고, 부처님 당시의 생생함을 원고에 담고 싶어 직접 <아함경> 초고를 들고 인도를 찾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스님은 출가자로서 본분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부처님 말씀을 널리 알리고자 출판사(큰수레)를 만들어 경전 보급에 앞장서왔다. 불서를 다섯 권 째 펴냈을 때 서점에서 150만원이 수금됐다. 그마저도 점차 떨어지더니 50만원이 됐다. 그렇게 20년을 유지했다.

스님은 “경전 보급은 돈과 무관하다. 그저 내 삶의 모습이라는 생각에 불서 출간을 계속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저서들과 달리 <아함경>에는 몇 배의 공력이 들었다. 쓰는 것은 내 생각이니 쉬웠지만 번역은 힘들었다”고 했다.

“4아함을 귀명장‧불보장‧법보장‧승보장으로”

<아함경>은 부처님 열반 후 100일 만에 정법의 인멸을 우려한 제자들이 칠엽굴에 모여 최초로 결집한 경전이다. 1400여 경이 <장아함경> <중아함경> <잡아함경> <증일아함경>에 나눠 담겨있다. 4아함으로 불린다.

스님은 4아함을 자신만의 체계로 새로 구성했다. 귀명장‧불보장‧법보장‧승보장이다.

<학담평석 아함경>은 ▷1책 ‘연기법의 믿음과 우러름’은 귀명장에 해당한다. ▷2책 ‘붇다의 생애’, 3책 ‘붇다의 진실과 보디의 길’은 불보장, ▷4책 ‘연기법의 언어’, 5책 ‘아함경의 비유’ 6책 ‘시대철학과 연기법의 진리’, 7책 ‘연기법의 세계관과 실천관’, 8책 ‘선과 니르바나’는 법보장, ▷9책 ‘상가와 출가수행’, 10책 ‘상가의 아란야와 출가수행자’, 11책 ‘출가의 길과 세간생활의 도’는 승보장 ▷이 외에 12책 ‘아함경 독해의 길잡이’으로 구성됐다.

“대승은 아함으로, 아함은 대승으로 읽어야”

스님은 “모든 대승불전의 문자반야는 아가마(아함)에서 여래가 맨 처음 열어보인 교설의 확대 부연이다. 대승은 아함으로 읽고, 아함은 대승에서 다시 풀이한 뜻으로 읽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만 쪽이 넘는 문자로 경을 번역‧풀이하고 말해도 법계의 경에 한 글자도 늘어남이 없고 줄어듬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경전 백천만억 권을 내 삶 속에서 늘 읽는 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학담평석 아함경>을 책으로 보지 말기를 바란다. 살아있는 부처의 소리로 사유관찰해 세상의 진실을 보기 바란다”고 했다.

스님은 수행법을 본보기로 들었다. 염불 선 등 여러 수행법은 본성을 밝히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스님은 “화두는 문을 열기 위한 것이다. 문고리를 금과옥조로 여겨 집착해서는 진리의 문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것과 같다”고 했다.

“심우송 할 스님... 없나?”

스님은 “오늘날 남북 분단 정치상황과 세월호 참사 등으로 사회 갈등이 심하된 상황에서 <아함경>은 시대의 고통을 해결할 지혜의 눈을 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경허 스님 이후 ‘심우송’을 읊은 것은 아직까지 내가 유일하다. 이후로 말한 스님이 아직

아무도 없다”고 했다.

대승사와 한길사는 오는 29일 오후 7시 <학담평석 아함경> 출판기념식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 중앙홀에서 개최한다.

행사에는 현응 스님(조계종 교육원장), 향적 스님(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도법 스님(조계종 결사추진본부장), 선원수좌회 지환‧일오 스님, 삼화도량 회장 영담 스님, 불광사 회주 지홍 스님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02)764-3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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