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렙] 미국 풍자문학의 아버지라고 일컫어지는 마크 트웨인은 일찌기 "은행가는 태양이 빛날 때 당신에게 우산을 빌려주고, 비가 오기 시작하자마자 우산을 다시 가져가려는 자" 라고 설파한 적이 있다.
최근 보도를 살펴보면, 지난해 4대 금융그룹의 상반기 이자 이익이 무려 18조 8000억원을 넘었고, 이중 80%가 대출이자였다니 실로 '휴일에도 이자가 붙는 돈장사' 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더우기 3高라는 살벌한 경제위기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이 대거 몰락하는 가운데 이들 금융 공룡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기본급 300∼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하는가하면 명퇴자들에겐 무려 수억, 많게는 10억 가까이 주었다고하니 기가막힐 따름이다.
자유경쟁사회에서 기업들이 벌어들인 수익을 직원들과 나누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역대급 금리 상승기에 일반 국민들은 등골이 휠 정도인데 은행들만 이자 장사로 나홀로 배를 불리는 모습이 결코 곱게보일리 없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게다가 따지고 보면 거대한 은행 금고에 들어가 있는 돈이 사실상 고객들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고, 그들이 맡겨놓거나 부담한 이자들을 다시 굴려서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인 뒤 그야말로 중학교만 나와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있는 은행원들이 수억원대의 급여를 챙겨가니 아무래도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원래 '금전(金錢)의 융통(融通)'을 의미하는 금융에서 '융(融)'이란 글자는 흙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steam) 모양과 뜻을 본뜬 것이라 한다. 후에 곡식을 찌는 세발솥을 뜻하는 글자인 '력(鬲)'과 충(蟲)의 생략형인 '훼(虫)'로 바뀌어 "물건을 삶아 김을 빼다"는 뜻이 되었다. 결국 이는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다양한 것을 녹여낸다(melt)는 의미인 셈이다.
따라서 다양한 업종들의 결제(clearing) 기능을 해결해주면서 돈이 곳곳으로 잘 흘러들어갈 수 있도록 융통기능까지 맡아야 하는 곳이 바로 은행이다. 즉, 제조업을 유통업이 받쳐주고, 금융업은 다시 이를 리드하는 경제구조로 가야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은행들의 경우 '담보대출'과 '예대 마진'이란 물놀이 기구를 타고 '땅집고 헤엄치기'로 손쉽게 살아왔다는 비난을 면키어렵다.
은행들이 고객만족은 하한가이면서 재무성과는 늘 상한가인 이유가 있다.
날씨 좋은 날에는 24시간 고객만족(CS)을 외치다가 비만 오면 태도가 돌변하기 때문이다. 햇빛이 짱짱한데도 우산을 씌워주는 은행이 있는가 하면,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은행도 있다. 돌이켜보면 IMF 사태 당시, 어음을 제일 먼저 돌린게 주거래은행이었다니 그야말로 초대형 사채업자와 크게 다를 바 없질 않는가.
'경제 피돌기'의 핵심이자 '선진국의 척도'라 할 수 있는 금융업이 제역할을 하려면 대통령의 일시적 공갈협박(?)보다는 여전히 20세기에 머무르고 있는 금융제도의 근본적 개혁이 더욱 절실한 시점이다.
먹이를 발견한 사슴이 배고픈 친구 사슴들을 부르기 위해 울음소리를 낸다는 '시경(詩經)속 녹명(鹿鳴)'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금융의 본질인 '상생상합'(相生相合)의 정신만이라도 깨우칠 수 있게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