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인간이 되고 싶었다>는 홍일 스님이 직접 쓴 글을 가려 엮은 책이다. 책에는 탁월한 예술가의 삶을 버리고 출가한 이유, 계율과 염불을 중시하는 불교관, 인생을 단련하고 죽음 앞에 당당해지는 방법 등이 담겨 있다. 대사는 지계행을 통해 우리가 잊고 사는 ‘인간의 조건’을 일깨워준다.
제1부에 수록한 단식일지는 홍일 대사가 출가하기 2년 전 신경쇠약증을 치료하기 위해 했던 20일간의 단식 체험이 담겨 있다. 단식을 시작할 때 필요한 것들, 단식 중 보이는 증상, 단식 중에 마음 다스리는 방법 등이 세세하게 기록돼 있다.
각 부가 끝나는 곳에는 명구들을 수록했다. 이는 1941년 홍일 대사가 서선사에서 산문을 닫고 은거했을 당시 불경이나 고승 대덕이 남긴 말씀 가운데 인상 깊었던 구절들을 정리해둔 것이다. 모두 101가지 명구가 실려 있는데, 구절 하나하나가 인생에 대한 날카로우면서도 따스한 통찰을 담고 있어 삶의 지침으로 삼기에 모자람이 없다.
스님은 법문 때 대중으로부터 다양한 질문을 받고 답했다. 수많은 문답 속에는 홍일 대사가 바라본 불교의 고갱이가 담겨 있다.
문: 인생에서 부딪히는 역경을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
답: 고통이 없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역경을 통해서 업장을 닦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잘 풀리지 않는 상황 속에서 청정한 서원이 더 견고해집니다.
문: 정토종은 죽음을 맞이할 때나 필요한 것인지요?
답: 정토종은 대비심으로 중생 구제의 큰 뜻을 품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토종을 닦는 자라면 응당 중생을 대신해서 그들의 고통을 대신 받겠다는 마음을 내야 합니다.
문: 임종 시에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답: 가족을 불러 이것저것 묻거나 이야기를 나누지 말아야 합니다. 대화를 하다 보면 이러저러한 미련이 생기기 마련이고, 이승에 대한 집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왕생에 방해가 됩니다.
문: 계는 일단 받고 보는 것이 좋습니까?
답: 수계를 하고 계를 지키지 않는 사람은 계를 받지 않은 사람보다 죄가 무겁다는 점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스스로 역량에 따라 수지할 수 있는 만큼의 계를 받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문: 어떻게 자신을 존중합니까?
답: 스스로 위대한 사람이 되고, 스스로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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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인간이 되고 싶었다┃홍일 스님 지음┃전영숙 옮김┃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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