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이동권 차원 문제…지자체 아닌 중앙정부 차원 지원 필요"
[뉴스렙] 인구감소와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시내버스 무료화 정책을 쏟아내놓고 있어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세종시는 오는 2025년 4월 국제금강정원박람회 추진에 맞춰 전국 광역자치단체중 처음으로 시내버스 요금 전면 무료화를 추진한다. 경기, 충남, 제주, 강원(정선), 서울(광진) 등 일부 지역에서 어린이와 청년, 노인 등을 대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모든 연령을 대상으로 무료화하는 곳은 없다.
이미 충북 영동군과 옥천군은 2015년과 2020년부터 70세 이상 노인이면 무료로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시행 첫해 총 8173명에게 교통카드가 지급됐고, 이용 횟수가 32만6천여 건에 달할 정도로 호응이 컸다.
경북 청송군에서는 올해부터 누구나 무료로 시내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관광객이건, 외국인이건 나이와 연령에 상관없이 요금을 내지 않는다.
춘천에서는 작년 5월부터 65세 이상이면 매달 20차례 시내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시내버스 요금이 인상과 대상자가 증가로 그 예산이 2배 이상 늘어나 올해는 45억 원이 필요하다.
'어르신 무임교통 지원에 관한 조례안' 입법 예고를 한 경남 창원시는 다음 달 10일 열릴 임시회에서 조례안이 처리되면 이르면 오는 10월부터는 75세 이상 어르신 6만 명가량이 시내버스에 무료로 탑승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창원시는 향후 3년 안에 대상 연령을 70세까지 단계적으로 낮춰나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해 소요 재정은 37억∼38억 원 규모다.
제주도는 지난 21일 읍·면 지역 버스 무임승차 연령을 기존 70세 이상에서 '65세 이상'으로 낮추는 조례 개정안 두 가지를 제주도의회에 제출했다. 현재 도내 70세 이상 버스요금 면제 대상은 7만6천여 명가량인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1만5천여 명이 추가된다.
경기도는 만 70세 이상에게 버스 요금 일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15일 '경기도 대중교통 이용 편의 증진 기본 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현재 도는 만 13세 이상~23세 이하 청소년에게 연간 12만 원까지 경기지역 시내·마을버스 요금을 환급해 주는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만 70세 이상 도민 30%가 버스를 이용한다고 가정하고 청소년처럼 12만 원까지 지원할 경우 연간 500억 원가량의 예산이 소요된다.
이같은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지방자치단체들의 '버스요금 무료화 정책'에 대해 반응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청송 유일의 시내버스 업체 관계자는 일명 '무상 버스' 도입에 대해 "장기적으로 인구가 줄어드는 형국에서 급여가 안정적으로 공급되다 보니 승객뿐 아니라 운전기사들도 마음이 편해져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송군민 이 모씨는 "전에는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려고 해도 버스비 생각해서 두 번 가고 싶어도 한번 갔는데 이제는 아플 때 뿐 아니라 볼 일이 있을 때마다 부담없이 집 밖을 나선다"면서 "단순히 금전적인 측면이 아닌 보편적 복지 개념에서 이동권을 보장해주니 서로 좋다"고 말했다.
전면 무임승차 덕에 운전기사와 승객 간 실랑이도 줄어들고 유대감도 높아졌으나 단계마다 추가 비용이라는 '재정 부담' 탓에 적지않은 논란이 야기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실제로 인천시의 경우 민선 8기 선거 공약사업으로 '65세 이상 버스요금 무료'를 내걸었으나 아직 구체적인 시행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내부 검토 중이다.
인천 거주 65세 이상 시민은 지난해 6월 기준 45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5%를 차지한다. 이들이 월 8회만 버스를 이용해도 1인당 연간 12만 원, 전체 지원 예산 규모가 연간 437억 원에 달한다.
인천시는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 212억 원, 버스 준공영제 2656억 원, 지하철·버스 환승할인 620억 원을 지원하는 등 이미 막대한 교통 지원 예산을 지출했다.
제주도 역시 조례안이 개정되면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버스 회사의 적자 폭이 늘어 수익 악화 등 재정적인 부담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 춘천시에서는 예산 문제로 이미 65세로 기준 잡은 무료 승차 연령을 시대변화에 맞춰 70세로 단계적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와관련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자치단체 복지 정책이 각종 수당 제공 같은 현금 지급 방식에서 대중 교통요금까지 무료로 해주겠다는 식으로 변화하는 것 같다"며 "무료화한 버스요금 부담은 고스란히 주민 세금으로 부담할 수밖에 없어 포퓰리즘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재정부담 우려에 대해 최민호 세종시장은 "관련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지, 적자를 어떻게 보충할지는 연구용역과 재정 여건을 고려해 검토할 계획"이라며 "전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시내버스 무료화는 단순 경로 우대 등 복지차원 뿐아니라 경제활동인구 증대로 지역 경제에도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며 "세종시의 모델이 순기능을 할지는 미지수지만 미래전략수도를 지향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에 걸맞는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버스 무임승차를 확대해 이동 선택권을 준다는 건 다각적인 측면에서 사회적 비용을 절약해주는 만큼 단순히 교통 복지를 넘어서는 차원"이라며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 모든 부담을 떠넘길게 아니라 중앙 정부가 이동권 차원의 문제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