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찮은 역삼청소년수련관 관장 해임
석연찮은 역삼청소년수련관 관장 해임
  • 이혜조
  • 승인 2007.08.14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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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장 "위탁해서 4억 내고도 해임당해"...봉은사 "경영부실·사유화 원인"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청소년 수련관 위탁 계약을 따낸 뒤 관장에 취임, 자비로 4억여 원을 부담하는 등 헌신적인 노력을 한 것으로 알려진 불자를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찰이 내쫓은 일이 발생했다.

사찰이 수련관 관장을 강제 해임하는 과정에서 스님의 성추행과 협박까지 동원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종단 차원의 조사가 불가피하다.

강남 봉은사(파라미타협회 서울지부)와 역삼청소년수련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파라미타청소년협회는 지난 3월 4일 2대 역삼청소년수련관장인 박모(여. 56)씨를 전격 해임하고 후임 관장에 ㅈ씨를 임명했다.

역삼청소년수련관은 강남구청이 지난 2004년 1월 준공한 시설로 봉은사가 위탁운영 해왔으나 봉은사는 경영부실, 시설 사유화 등을 이유로 박관장을 해임했다.

이에 대해 박관장은 "당초 이 시설의 위탁 계약과정에서 가장 큰 공로를 세웠고, 실제 법인에서 부담해야 할 전입금 4억3,200만원도 모두 개인이 대납했는데 이제 와서 갑작스레 관장을 해임하고 용역을 동원해 수련관을 접수하는 봉은사의 태도를 불자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인전입금 4억3,200만원 누가·왜 부담했나

봉은사측은 법인전입금은 봉은사에서 파라미타청소년협회에 납부했으며, 파라미타는 이 돈을 다시 역삼청소년수련관(법인전입금)에 입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박관장은 "내가 직접 당시 주지였던 원혜스님을 찾아가 '법인전입금 가져왔다' 며 5,000만원씩 수표로 여러 차례 건넸다"며 수표사본 및 영수증 등을 취재진에 증거로 제시했다. 박씨가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박관장이 봉은사에 법인전입금 조로 대납한 수표 총액은 4억3,200만원.

강남구청 등에 확인한 결과, 강남구청은 몇 차례 법인전입금 납부를 파라미타에 명령했고, 봉은사는 이를 바탕으로 역삼청소년수련관에 공문을 보내 법인전입금 납부를 지시했다. 박 관장은 "강남구청에서는 법인전입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수련관 위탁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하고, 봉은사에서도 수련관에서 법인전입금 대책을 세우라는 공문을 내용증명으로 보내와 관장인 내가 전입금을 대납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정황들은 당초 강남구청과 약속한 법인전입금 5억 가운데 4억3,200만원은 봉은사가 아니라 박관장이 재정능력이 미흡한 법인 측의 강요에 따라 대납했다는 증거로 충분하다.



△ 박관장이 법인전입금 조로 봉은사에 대납한 금액 영수증의 일부. ⓒ2007 불교닷컴

봉은사 "직원 채용 미보고" VS 박관장 "보고했으나 묵살"

봉은사가 박관장의 해임사유로 제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수련관 직원 채용 시 봉은사 등 상부에 전혀 보고하지 않는 등 시설 자체를 박관장이 사유화했다는 점이다. 역삼청소년수련관은 엄연히 파라미타 서울지부인 봉은사가 운영하는 만큼 관장이 봉은사에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 등에 해당한다.

그러나 역삼청소년수련관과 박관장의 주장은 정반대다. 탈의실 등 들락날락하는 일부 일용직과 수영교사 등을 지연 보고한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봉은사에 보고했다는 것이다.

수련관이 이와 관련한 공문을 법인에 발송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봉은사나 파라미타에서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수련관 운영규정과 예결산 관련 등 보고 서류도 봉은사나 파라미타에서 문제가 있으면 보완지시를 하거나 보류시키거나 조치하여야 함에도 어떠한 결재나 지시도 없었으며, 공문자체도 분실하여 재발송한 사례도 부지기수여서 수련관이 시설운영상 애를 먹었다고 수련관 관계자는 주장했다.

봉은사측은 전체 27명의 직원 가운데 14명에 대해 승인요청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불교닷컴이 확인한 결과 2004년 2월 4일부터 2007년 1월 3일까지 수련관에서 파라미타와 봉은사로 발송한 공문 12건에 대해 회신공문이 없었다. 12건의 내용은 이들 14명의 채용과 예결산 및 사업계획서 승인요청 공문들이다. 수련관에서 채용을 보고했음에도 봉은사 등이 관련 공문을 처리하지 않았다는 결론이다.

외부 진단결과 ‘우수’시설로 판명, 봉은사는 ‘부적격’

봉은사가 박관장의 경영부실과 시설사유화 등을 이유로 해임한 것과 달리 실제 역삼청소년수련관은 국가기관으로부터 우수한 평가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국가청소년위원회가 16개 시도 120개 청소년시설 종합평가 결과 24위를 차지했다. 봉은사에서 문제 삼는 예산편성 부분에서도 A등급을 받는 등 전체 평균인 134.7점을 상회하는 162.5점을 획득했다.

봉은사가 박관장의 경영부실을 주장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박관장 취임 후 누적적자가 2억5,000만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수련관이 강남구청에 제출한 운영정상화 방안보고서에도 연간 7,898만원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시인하고 있다. 그러나 적자의 원인에 대해 수련관측은 "최초 시설 설계 및 공간용도의 부적정에 따른 개선조치로서 시설비를 집행한 부분과 수영장 하자보수공사에 기인한 세입결손액(약1억2천만원) 발생 및 타 시설과 달리 강남구청에서 한 푼의 지원금도 주지 않은 것이 적자의 주원인"이라고 주장했다.

2005년 서울시립청소년수련시설의 시비보조금은 평균 4억3,571만원, 시립청소년특화시설의 시비보조금은 평균 8억3,447만원에 달한다. 구립 청소년수련시설의 보조금 지원현황을 보면 대개 4억~7억원 가량을 연간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유독 역삼청소년수련관은 강남구청에서 한 푼도 지원하지 않은 것이다. 구청에서 타 시설처럼 보조금만 지원했더라면 적자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다. 박관장 등은 구청에 예산을 지원받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으나 강남구청에서 지원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관장 "성추행·협박당해"vs봉은사 "모르는 일"

봉은사가 박관장을 해임한 이유가 이같이 석연치 않은 가운데 보직해임을 전후로 봉은사의 모스님이 박관장을 상대로 회유와 협박 및 사직 강요를 했으며 성추행, 성희롱도 서슴지 않았다고 박관장은 주장했다.

박관장의 주장에 따르면 봉은사 모 스님이 상의할 것이 있다며 지난 3월 6일 만나자고 제의해 대치동 소재 모 음식점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스님이 박관장에게 술시중을 들게 하고 사직강요와 협박과정에서 손을 잡고 몸을 더듬고 껴안는 등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성추행을 했다는 것이다. 이후에 스님에게 이끌려 다시 옮긴 삼성동 소재 모 음식점에서도 물컵을 던지고 술상을 뒤엎는 등 행패를 부렸다고 박관장측은 주장했다.

박관장은 당시에 두려움에 떨다 새벽1시 반경에 도망치듯 간신히 빠져나왔다고 밝혔다. 다음날 음식점에 들렀더니 깨어진 접시와 벽수리비 등 22만원이 나왔다고 한다. 이날 스님은 박관장에게 향후 관장을 연임하려면 4억원을 더 내야하고 지금 그만두면 1억원을 돌려주겠다는 말을 했다고 박관장은 주장했다.

이에 대해 봉은사 관계자는 "전혀 모르는 일이며, 그런 일이 있었으면 당시에 문제제기하지 지금 문제 삼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박관장은 “처음에는 약자여서 그냥 넘기려고도 했었지만 봉은사의 태도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아 법의 도움을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해당 스님은 바쁘다는 이유로 취재진과의 통화를 거부했다.

박관장은 해당 스님을 상대로 성추행 등의 혐의로 지난 6월 29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박관장은 이 일로 정신과치료를 받았으며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고 주장했다. 이날까지도 자신이 관장직에서 해임된 줄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 수련관 박관장을 강제로 끌고 가 술을 마시던 중 스님이 뒤엎은 상과 그릇등에 의해 파손된 음식점 벽면

박관장 "용역 동원해 접수" VS 봉원사 "봉은사 직원이다"

지난달 14일 새벽 5시. 봉은사 측은 봉은사 종무원들 외에 정체불명의 건장한 사내들 10여명을 대동하고 역삼청소년수련관을 인수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수련관 직원 등에 따르면 새벽에 용역직 10여명이 한꺼번에 몰려와 시설 내에 있었던 2~3명은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으며 순식간에 직원과 회원 등의 출입을 전면 봉쇄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봉은사 관계자는 "박관장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이 기각했고, 해당 판사도 접수해도 된다고 말해 14일 새벽에 수련관 인수를 시도한 것일 뿐, 그날 현장에 갔던 사람들은 모두 봉은사 직원이며 증거자료는 종무소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관장측이 제시한 당시 사진자료에는 OO특수경호대 등이 표시된 차량들이고, 입수한 사진으로 봉은사에 확인한 결과 상당수 사람들이 봉은사 종무원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봉은사가 설사 이날 용역업체와 일일 계약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경비업법 등에 위배된다고 박관장 측은 주장했다.

이날 수련관을 점거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에 오전7시께 도착한 박관장은 용역업체 직원들과 밀고 당기는 과정에서 집단폭행을 당해 부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 입원했다. 박관장은 상해 3주 진단을 발부받았으며 봉은사 종무원 및 용역직원 등을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검에 주거침입, 집단폭행, 절도, 직무유기(수서경찰서 관계자) 등으로 고소했다.



△ 지난달 14일 새벽5시 역삼청소년수련관을 급습한 정체불명의 사람들과 수련관 직원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박관장 "회색옷 입은 사람들이 이러면 안된다"

봉은사는 수련관을 지난달 14일부터 17일까지 휴관한 뒤 18일부터 정상운영중이라고 밝혔다. 신임 관장은 이번 사태를 의식한 때문인지 최근 조계사 인근 한정식집에서 교계기자들과 간담회를 자청, 아무런 문제없이 정상운영중이라며 신임관장으로서의 역점사업과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박관장은 불교닷컴과 인터뷰에서 "처음 위탁 받을 때도 그랬고 이번에 재위탁 받을 때도 봉은사나 종단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 직원들의 노력만으로 재위탁 심의를 통과했는데 봉은사가 지금 와서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중생을 구제해야 할 회색옷 입은 사람들이 불교를 욕 먹이고 불자를 마음대로 평가하고 무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운영상 잘못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논의구조 속에서 풀어나가고 문제점이 있으면 지적하고 이를 수정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한 법"이라며 "지금이라도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아야 한다. 돈과 권력은 아무 필요 없다. 56년을 살아온 내 명예 회복을 위해 흑백을 가릴 것이며, 나로 인해 수련관 직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마음 아프다"고 밝혔다.



△ 지난달 14일 강남 한 병원에 입원한 박관장. 그는 봉은사에서 동원한 용역직원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 문제는 강남지역 언론과 일부 중앙언론사에서 기사화했다.

박관장의 조부가 대모산의 모 사찰의 가운데 부처를 모셨으며 박관장의 법명은 도안심이다. 조상대대로 불교와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종무행정 절차상의 문제점은 각종 소송으로 인해 법정에서 가려지겠지만 불교계가 불자들에게 이런 식의 상처를 왜 줘야하는 지는 봉은사가 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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