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불 스님 “간화선 수행 진전 없다. 안다”
수불 스님 “간화선 수행 진전 없다. 안다”
  • 조현성
  • 승인 2014.10.0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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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심법요’ 쉽게 푼 수행 길라잡이 ‘흔적 없이 나는 새’ 펴내

“간화선 수행을 오래해도 진전이 없다는 것에 대해 잘 안다. 자기를 버리고 넓게 바라보길 바란다. 한국불교 대중으로서 남방수행도 하지 않나. 북방수행인 간화선 수행을 못할 이유는 없다. (간화선 수행이) 어렵다고 해서 포기해서는 안 된다. 선배스님들이 왜 간화선을 받아들이고 수행하며 수승한 수행법이라고 했는지 후학으로서 잘 살펴야 한다.”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안국선원장ㆍ사진)은 1일 서울 정동에서 <흔적 없이 나는 새> 출판기념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말했다. 책은 <전심법요>를 스님이 쉽게 풀이한 것이다. 지난 2005년 <황금빛 봉황이>에 이은 스님의 두 번째 출간이다.


알고 보면, 선서 어렵지 않다

<전심법요>는 배휴 거사(797∼870)의 물음에 황벽 선사(?~850)가 친절히 답한 것을 기록한 선서이다. 황벽 선사는 <전심법요>를 통해 달마 조사가 전한 ‘마음이 부처’라는 조사선의 핵심 대의를 전했다. 선문의 절대진리를 재가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상대언어로 풀어낸 모범적인 본보기로도 꼽힌다.

“많은 사람이 <전심법요> 등 선서를 어렵게 여기고 헤매는 듯 하다. 공부하던 내 모습을 돌아보며, 어려운 선서의 내용을 많은 사람에게 쉽게 전달하고 싶었다. 소박하게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보고 많은 평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손가락 톡…무엇이 하게 했나

책 제목 <흔적 없이 나는 새>는 원문에는 없다. 스님은 “수행하는 이를 비롯해 일상생활을 하는 대중 모두가 마음에 둘 자세라고 생각해 책이름으로 지었다”고 했다.

스님은 한국불교 간화선을 널리 보급하고 있다. 서울‧부산 등에 안국선원을 세워 재가불자도 간화선 수행을 할 수 있다는 본보기를 보였다. 한해 서울-부산을 100회 이상 오가면서 출‧재가자들을 지도하고 있다.

스님은 “종정 등 큰스님의 간화선 수행 경지를 두고 일각에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평가를 할 수 없다. 폄하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비판은 조심스럽다. 비판은 쏟아지는 물과 같아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스님은 쉬운 간화선 지도의 본보기를 들었다.

“손가락을 탁 튕겨보라.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렇게 손가락을 튕기게 했는가. 손인가. 머리인가. 많은 이유를 댈 수 있지만 실질적인 것은 누가 하는 것인지 잘 모른다. ‘마음이다’ ‘정신이다’라고 말하는 그 실상을 알라는 것이 선의 가르침이다.”

스스로 궁금해야만 간화선 할 수 있어

스님은 “처음부터 선의 경지를 바로 말하면 고준해서 대중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안국선원에 신도가 찾아오면 ‘왜 종교를 믿느냐’는 것부터 묻는다. 스스로 본질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된 사람에게만 참선수행을 유도한다”고 했다.

스님은 “사람들은 태양이 (밤이 돼) 사라지면 어디로 갔는지 생각한다. (밤이 지나고 새벽이 찾아와) 인연이 되면 나타난다. 언제나 해가 떠오르길 바라는 것은 깨달음이 지속되길 바라는 것과 같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재가자 가운데 공부가 높은 사람이 (스님보다) 더 많다. 공부의 경기자 높은 재가자가 출가하면 좋겠지만 특별히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스님은 “나는 은사스님에게서 출가 권유를 받았을 때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내가 출가를 권하지 않는

이유는 내게 충격적인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하기 싫은 까닭도 있다. 무엇보다 출가할 사람은 다 하게 돼있다. 때가 되면 온다”고 했다.

스님은 “상대적인 지식은 ‘알 수 있지만’ 절대에 대한 지혜는 ‘직접 깨달아야만’ 한다. 선공부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부딪쳐봐야 할 가장 높은 차원의 공부이다. <흔적 없이 나는 새>가 많은 사람에게 깨달음의 인연을 심는 씨앗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흔적 없이 나는 새┃수불 스님┃2만5000원┃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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