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교 전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포교 전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
  • 승인 2023.05.0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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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조사로 되돌아본 포교의 의미] 2
박병기 한국교원대 교수 "청정한 삶 보여주는 것
불교적 삶 바탕으로 진정한 고통의 해소책 제시"

[뉴스렙] 2015년 통계청 발표자료에서 불교인구가 300만명감소한 결과는 불교계에 충격을 줬다.

불교계 개혁진영에서는 권력승들의 도박 음주 음행 등 범죄·범계행위로 인한 종교의 신뢰 추락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권승들은 종교인구 감소 추세에 조사방법조차 불교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변명했다. 

불교시민사회단체인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이자 한국교원대 교수인 박병기(사진)의 원인분석이 대체로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있어 박 교수 주장을 싣는다.

우리가 직면하고 잇는 현실과 제도 종교

'2015 통계청 종교인구 집계'는 "개신교는 들떠 있고,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했던 불교계는 당황하고 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으로 교세 확장을 기대했던 천주교는 말을 아끼고 있는 모양새"라는 어느 기사에서 짐작할 수 있는 있는 것처럼 각 종교별로 다양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각 종교별로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종교계 전체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확실한 사실은 종교인구수 자체의 감소다. 1985년에 시작되어 10년 단위로 진행되어온 종교인구 통계 중에서 이번에 발표된 2015년 통계의 가장 큰 특징은 종교를 갖고 있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56.1%인 점이다. 이는 10년 전인 2005년의 종교인구가 52.9%였던 것과 대비되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아마도 가장 쉽게 답할 수 있는 것은 기존 제도종교에 대해 신뢰를 갖지 못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가톨릭과 개신교를 포함하는 그리스도교와 불교가 중심을 차지해온 제도종교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주로 두 종교를 이끌어가ㅏ는 지도자들에 대한 불신과 신도들의 일상에 대한 실망이 더해진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일반인의 도덕성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직자들의 추문과 만나서 대화를 해보아도 아무런 감동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일상에의 함몰, 종교 이름을 건 교유를 거리낌 없이 세속적인 이익추구의 장으로 활용하는 수많은 신자(도)들의 모습 속에서 제도종교에 대한 불신의 늪은 지속적으로 깊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엄혹한 현실은 우리에게 '종교(宗敎.religion)가 도대체 무엇일까' 같은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종교는 말 그대로 근원적인 가르침이고, 그 근원이라는 말은 다시 우리 현실 속 고통에 대한 공감에 기반한 껴안음으로서의 안심(安心)과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한 확고한 답변과 실천으로서의 입명(立命)을 포용하게 된다. 그런데 이 안심과 입명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분리될 경우에는 왜곡되거나 잘못된 삶으로 이끄는 기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고, 특히 후자의 경우 최소한의 윤리적 기반을 상실할 경우 극단적인 종말론이나 폐쇄적인 깨달음의 추구로 나타날 위험성이 상존하고 있다. 이 위험성은 상당 부분 현실화되었고, 그것이 많은 사람들을 제도종교로부터 밀어내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작동하고 있다. 

불교인구 감소 현상을 받아들이는 자세

삶 속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상과 직면했을 때 사람들은 당황하고, 그 당황은 다시 분노와 수치심, 죄책감 등으로 이어지면서 역습과 회피의 욕구를 불러온다. 담론공동체를 이끌어가기 위한 윤리적 기준에서 경청의 자세와 함께 역습과 회피 욕구의 극복을 중요한 요인으로 꼽는 것도 그런 우리 본능에 대한 경계와 담론상황 속 시행착오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삶이고, 그런 삶에 포함되어 있는 진리가 바로 공(空)이라는 가르침이 불교다. 의존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존재자로서의 인간이 그 연기(緣起) 양상을 온전히 바라보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런 어리석은 분석에 기댄 예측이 현실 속에서 구현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또한 황망한 것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붓다의 가르침, 즉 불교의 핵심 지혜다. 그런데 우리 불교계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실망스러움을 넘어 종교의 기본을 지니지 못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통계방법이나 조사과정의 잘못과 자신들에 대한 비판에 책임을 돌리고 있는 바로 그 모습 속에 담긴 역습과 회피의 가련한 몸짓은 우리들로 하여금 실망을 넘어 절망감을 느끼게 한다.
물론 성찰의 모습 또한 없지는 않다. "300만 명이나 감소한데 대해 불교계 내부에서 우리 스스로의 성찰과 반성이 먼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온 데는 미래세대를 위한 포교활동의 부재와 시대 변화에 따른 새로운 대응 전략의 미비 등이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런데 같은 기사 속에 '스님들의 범계행위를 놓고 내부 자정시스템을 인정하지 않고 무책임한 폭로에만 치중하는 등의 해종(害宗) 행위로 불교 이미지를 깍아내려 이같은 결론을 이끌어내는데 일조했다는 지적이 있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는 데, 이후 조계종단의 주된 자세는 바로 이 지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어떤 대응자세가 요구되는 것일까? 이 현사은 한국사회의 모든 현상이 그런 것처럼 복잡성과 복합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따라서 그에 대한 대응자세 또한 그러한 복잡성과 복합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당혹스러움을 감추고 현실을 직기하고자 노력하는 있는 것으로 보이는 가톨릭의 자세는 참고가 될 만하다. 종교에 대한 호감도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가톨릭이야말로 할 말이 많을 테지만, 최소한 외적으로는 침묵을 유지하면서 현실을 분석하면서 받아들이고자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우리 불교계는 개념 규정도 제대로 되지 않은 '해종(害宗)'이라는 신조어를 들먹이면서 남 탓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민망할 따름이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대응이다.

바람직한 대응자세에 관한 논의의 물꼬를 트는 의미에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해본다.

우선 현실 직시의 용기와 지혜가 요구된다. 당혹스러움을 넘어서 불교인구 감소라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자 하는 요기에 기반한 지혜의 자세가 절실하다. 그 바탕위에서만 통계적으로 진리의 허구성을 비판하거나 인터넷 기반조사와 표본조사의 한계 등에 대한 비판이 정당화될 수 있다.

다음으로 21세기 초반 한국인의 삶 속에서 종교가 어떤 의미를 지닐 수 있는지와 같은 근원적 물음을 던지면서, 우리 불교가 불교적 관점의 삶의 의미물음을 바탕으로 하는 진정한 고통의 해소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또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모색해가야 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에서 무료함으로 느끼거나 감당할 수 없는 고통을 경험하게 될 때에야 비로소 철락과 종교에 관심을 갖는 경향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 불교가 과연 그 상향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내고 있고 또 해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과 실천적 모색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불교인구 감소 현상은 그러한 실천 과제에 대한 현재의 미비와 미래의 절박성을 함께 보여주는 징후로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마지막으로 우리 불교는 21세기 초반 한국 시민사회의 윤리적 기반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줄 수 있어야만 한다. 최근의 사태는 우리 사회의 외형적 성장이 불러온 윤리의 몰락이 어느 정도인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계기가 더ㅣ고 있기도 하다. 좋은 학력과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돈을 모으는데 치중한 삶을 살았으면서도, 도대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깨닫지 못하는 듯한 모습을 텔레비전 화면이나 인터넷 기사 검색을 통해 질리도록 바라보면서 시민윤리의 절실한 요청과 만나고 있기도 하다. 우리 자신과 자식들의 삶이 저렇게 펼쳐지게 방치할 수는 없다는 자각을 공유해가고 있기도 한 상황을 종교 또한 윤리적 기반을 강화해야만 한다는 요청의 부각으로 이끈다.

포교 전략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윤리적 기반과 함께 일상의 수행을 기반으로 하는 삶의 청정성을 보여주는 한국불교에 대한 요청에 겸허한 자세로 임하는 것이 모든 포교의 출발점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만나는 사람에 대한 친절이 최고의 종교이고, 그런 친절을 바탕으로 삼은 '오직 할 뿐'이라는 일상 수행의 화두(話頭)를 던진 법정과 숭산이라는 스승에 대한 그리움이 더 커지는 시절을 건너고 있다. 그런 스승들이 이제는 사부대중공동체의 온전한 회복을 전제로 하는 재가자에게서도 나올 수 있어야 한다는 실천적 요청이 대승불교의 지향이자 보살정신의 구현이라는 과제로 다가오고 있긷 하다.


#박병기 교수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와 같은 대학원에서 윤리학과 도덕교육학을 전공했고, 불교원전전문학림 삼학원에서 불교철학과 계율을 공부했다. 전주교육대학교 교수, 한국교원대 대학원장,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생명윤리교육평가전문위원회 위원, 가산불교문화연구원 전문위원을 역임했다. 한국도덕윤리과교육학회장으로 2015 초· 중·고 도덕과 교육과정 개정 연구를 총괄했다. 주요 저서로 《윤리학과 도덕교육 1·2》(공저)《우리 시대의 문화와 사회윤리》, 《직업과 윤리》. 《아동인격교육론》, 《도덕심리학의 전통과 새로운 동향》, 《동양 도덕교육론의 현대적 해석》(문광부우수학술도서),《의미의 시대와 불교윤리》《딸과 함께 철학자의 길을 걷다》, 《우리는 어떤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왜 지금 동양철학을 만나야 할까?》등이 있다. 역서로 《철학의 과업》(공역), 《도덕철학과 도덕심리학》(공역), 《보살의 뇌》(공역), 《윤리적 자연주의》(공역), 《도덕적 감정과 직관》(공역) 등이 있다.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교수이자 종합교육연수원장을 맡고 있으며, 계간 <불교평론> 편집위원장, 정의평화불교연대 고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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