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해, 침묵 대신 침묵을 말하다
만해, 침묵 대신 침묵을 말하다
  • 서현욱 기자
  • 승인 2023.05.08 14: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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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학원 만해 한용운 79주기 추모행사 다채
6월 4일 국립극장서 ‘침묵을 말하다’ 무대에 오른다
6월 15일 ’만해 학술제’ 6월 29일 ‘만해 추모재’ 봉행

隴山鸚鵡能言語(롱산앵무능언어) 농산의 앵무새는 언변도 좋네그려
愧我不及彼鳥多(괴아불급피조다) 내 그 새에 못 미치는 걸 많이 부끄러워했지
雄辯銀兮沈黙金(웅변은혜침묵금) 웅변은 은이라지만 침묵은 금
此金買盡自由花(차금매진자유화) 이 금이라야 자유의 꽃 다 살 수 있네

만해 한용운 선사의 ‘獄中吟(옥중음-옥중에서 읊는다’이란 시다.

농산은 중국 섬서성의 산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농산의 앵무새는 사람의 말을 곧잘 흉내 낸 모양이다. 만해 한용운은 이전에는 그 새의 언변에 못 미치는 걸 부끄러워했지만, 옥에 갇혀 침묵이 금이라 깨닫고 쓴 시로 보인다.

3.1 운동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끝까지 변절하지 않은 만해 한용운(1897~1944)은 독립운동을 하다가 마포형무소에 수감됐다. 옥중에서 쓴 만해의 시는 자신의 느낌을 적은 한시 13 수와 시조 1수 그리고 안중근의 기개와 황현의 충절을 기린 한시 2수를 합해 모두 16수로 알려져 있다. 만해의 옥중 한시 가운데 7언 절구 5수는 자유와 독립 열망을 표출했으며, 5언 절구 8수 가운데 4수는 그의 선승으로서의 참모습을 드러낸다. 또 다른 4수는 시간성과 부자유의 문제가 크게 부각한다.

옥중시는 만해 한용운의 고초와 마음을 드러낸다.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이었던 그에게 일제가 어떤 회유와 협박을 했는지 짐작하게 한다. 침묵이라는 금으로 자유를 살 수 있다는 만해 한용운의 독백은 ‘경계’하는 스스로를 보여준다.

만해 한용은은 옥중에서 ‘침묵’하면서 한시로 침묵을 대신했다. 침묵 대신 침묵을 말한 만해 한용운의 고뇌를 해석한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재단법인 선학원은 ‘79주기 만해 추모 기념 공연-만해예술제’를 6월 4일 오후 3시 서울 남산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갖는다. 선학원이 주최하고 국가보훈처가 후원하는 만해79주기 추모행사 중 예술제이다. 선학원은 만해 한용운 선사가 입적한 달이자 호국보훈의 달인 6월 △만해 예술제 △만해 학술제 △만해 추모재를 개최한다.

올해 예술제는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돼 3년간 옥고를 치른 만해 스님의 옥중 저항을 테마로 한 스토리텔링 뮤지컬 ‘침묵을 말한다’가 무대에 오른다. 지난해 한용운 선사의 심우장 시절을 다룬 창작 뮤지컬 ‘심우애서(尋牛愛書)’가 스님이 말년을 보내다 입적한 서울 성북구 심우장에서 첫선을 보였었다. 올해는 옥중에서 고초를 겪으며 3년을 견딘 만해 선사의 옥중 고뇌와 코로나 팬데믹 현실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우리의 현실을 노래할 예정이다. 이 공연에는 ‘청년에게 부친다’는 부제가 붙었다.

코로나 팬데믹은 세계의 위기로, 한 국가나 한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많은 홍수와 가뭄, 화재, 지진, 기아와 각종 질병, 그치지 않는 분쟁과 전쟁들, 예기치 못한 사건 사고들. 우리의 현실은 혼란하다. 늘 존재하고 존재할 현실은 만해 한용운 선사가 옥중에서 보낸 3년의 그 시절과 어떻게 닮았을까. 독립은 만해 한용운 선사만의 염원이 아니었다. 그 시대 중생들의 바람이었고 희망이었다. 붓과 펜으로 일제에 저항하며 고난의 세월을 보낸 만해 한용운은 그 시절 일제의 억압에 신음하는 중생들의 아픔을 고스란히 짊어졌다.

만해 한용은은 침묵 대신 침묵으로 말했다. 침묵이라는 금으로 자유의 꽃을 사겠다던 그는 수많은 한시와 글로 옥중에서조차 쉬지 않았다. 글과 말로, 몸으로 한 독립의 염원은 사그라들지 않고 옥중 시로 침묵 아닌 침묵했다. 그의 옥중시는 조국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자 희망이었다. 그의 옥중 투쟁 3년은 2023년 우리에게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선학원은 만해 한용운 선사 입적 추모행사를 통해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전해 왔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 ‘거짓의 시대, 만해를 생각한다’, ‘님으로 다시 온 만해 선사’, ‘만해ː 만개의 바다’, ‘고난의 칼날 위에서 정의를 구하라’ 등을 주제로 추모행사를 가졌다. 지난해 ‘뮤지컬 ‘심우애서(尋牛愛書)’를 통해 “의로운 사람은 옳은 길을 위하여칼날을 밟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올해 만해 추모행사의 표어는 ‘당신은 흙발로 나를 짓밟습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이다. 이 글귀는 1926년 만해 스님이 처음 발간한 시집 《님의 침묵》에 수록된 <나룻배와 행인>의 한 구절이다. 승려이자 독립운동가였던 만해 한용운 스님의 사상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79주기 만해 추모행사’는 만해예술제 외에도 6월 15일 오후 2시,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지하3층 만해홀에서 ‘만해 학술제’와 만해 스님의 기일인 6월 29일 오후 4시 서울 종로구 부암동 HW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추모재가 봉행할 예정이다.

이사장 지광 스님은 “만해 한용운 선생은 일제 강점기의 냉혹한 현실에 굴하지 않고, 민족의 독립과 진리 구현의 불을 밝히신 우리의 영원한 스승”이라며 “오는 6월 열리는 만해 한용운 선생 79주기 추모행사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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