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이 지켜가는 우리 역사
[기고] 국민이 지켜가는 우리 역사
  • 김해 여여정사 주지 도명 스님
  • 승인 2023.05.2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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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여여정사 주지 도명 스님

 

요즘 전라도가 뜨겁다. 전라남북도와 광주가 함께 24억을 들여 작년에 <전라도 천년사>라는 전라도 지방의 역사서를 발간하려 했으나 역사 왜곡문제가 대두하며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5월 초에는 광주시의회 의원 일동과 호남지역 국회의원 여섯 명이 '천년사'의 역사왜곡을 시정하라는 입장문을 발표했고, 전라남도의회 도의원들도 '천년사'의 폐기를 강력하게 촉구했다. 며칠 전에는 정읍과 임실의 시·도의원들도 이러한 대열에 합류했다고 한다. 정치인들이 시민들이 주도하는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에 동참하고 있는데 이는 전에 없던 일들이다.

 최근의 이러한 역사바로세우기 운동의 진원지를 살펴보니 '유네스코 가야고분군' 등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남원이 '기문국'이고 합천이 '다라국'이라는 『일본서기』 지명을 가져온 것으로부터 발단이 됐다. 남원은 임진왜란 당시 만여 명의 백성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순절한 ‘만인의총’이 있는 충절의 고장이다. 그런데 일부 학자들이 일제강점기 일본육군 참모본부가 만들어낸 허위의 임나일본부설을 근거로 임나의 지명을 남원에 고정한 것은 순국선열들을 두 번 죽이는 만행이 아닐 수 없다.

 이후 역사 왜곡을 막기 위해 깨어있는 남원 시민들이 궐기하여 기문과 다라의 유네스코 등재에 대한 철회를 요구하였다. 이를 기화로 2021년 ‘가야사바로잡기 전국연대’가 결성돼 가야사 왜곡에 대한 저지와 함께 우리 역사바로세우기를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

 가야의 역사 왜곡은 전라도의 문제만이 아니다. 가야의 주요 무대였던 경상도로 오면 더욱 심각하다. 가야사의 권위자로 불리는 주류의 사학자들이 앞에서는 "임나일본부는 없다"라고 말하면서 뒤로는 가야의 심장 김해를 '임나'로 비정(比定)하고 있다. 또한 다라, 탁순, 탁기탄 등 일본의 역사서 『일본서기』에 있는 임나의 지명들이 모두 가야의 옛 땅에 있었다는 말도 안되는 주장들을 하고 있다. 그동안 국민들은 우리의 학자들이 아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역사 전문가라 자처하는 그들이 오히려, 국민을 속이고 이적행위를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었다는 현실은 충격 그 자체이다. 순진한 국민들이 믿는 도끼에 발등을 제대로 찍힌 것이다.

 자고로 영토는 국민, 주권과 함께 국가를 이루는 3대 요소이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전쟁의 가장 많은 원인이 영토로 인해 발생했고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도 마찬가지이다. 영토의 중요성은 현재에만 국한되지 않고 고대의 영토도 그에 못지않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소위 '역사영토'는 국가 간의 분쟁 시 침략과 수탈의 명분이 되며 과거의 역사를 근거로 현재의 영토 회복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에 나라를 세울 수 있었던 것도 고대 영토에 대한 역사적 근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고대사는 곧 현대사’라고 말해지는 것이다.

 한편, 과거 정치인들의 갈라치기 농간으로 전라도와 경상도는 오랫동안 서로를 불신하는 시기가 있었다. 필자도 경상도 출신이라 어린 시절 어른들과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라도에 대한 좋지 않은 선입관이 형성돼 있었다. 대학을 가고 군대 생활을 하면서 이러한 고정관념은 완전히 무너졌다. 아마도 전라도 경상도 국민들의 견고한 벽이 무너지기 시작한 시점은 '새정치국민회의'의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난 이후부터일 것이다. 전라도의 한이 좀 풀렸다고나 할까. 하지만 오랫동안 정치인들에게 세뇌된 일부의 사람들은 아직도 서로에 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최근 전라도와 경상도가 역사로 인해 뜨겁게 만나고 있다. 남원의 기문 문제에는 경상도의 의인들이 함께하고, 김해의 임나 문제에는 전라도의 역사 의병들이 적극 동참해 주고 있다. 왜냐하면 역사를 학자들에게만 맡겨서는 안되며 국민들이 합심해 지켜야 한다는 자각이 일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지금 깨어있는 시민들에 의해 역사의 흐름이 바뀌고 있다.

 역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잘못된 과거를 거울삼아 현재를 바르게 살자는데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이웃 일본이 성숙하지 못한 것은 과거사에 대한 진정성은커녕 지금도 호시탐탐 역사 도발을 해오기 때문이다. 국가도 실수할 수 있고 학자도 학문적인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명백한 과오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부정하려 한다면 이는 범죄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파렴치 국가란 경제적 수준이 높고 국민들이 친절하다는 것과는 무관하다. 파렴치한 행동을 하면 파렴치한 나라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학자가 인품도 좋고 성실하다는 것과 왜곡된 역사를 추종하는 식민사학자라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우리 역사를 왜곡하고 일제의 식민사학을 계승하는 학자는 식민사학자이다. 민족사학을 하면 민족사학자이고 식민사학을 하면 식민사학자인 것이다. 식민사학자라는 굴레를 벗어나려면 학자적 양심을 속이지 말고 거짓과 위선의 식민사학 유풍을 버리면 된다. 그런데 바른 역사를 하는 시민들에게 '국뽕' '비전문가' '유사사학자'라는 이상한 프레임을 씌워 본인들의 정당성을 주장하려 해선 안된다. 전문가면 전문가에 준하는 실력을 갖추어야 하고 권위자라면 거기에 합당한 학문적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사학자라면 국민들을 상대로 하는 명분 없는 내부총질은 그만두고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역사왜곡을 막는데 학자적 양심으로 학문의 힘을 써야 할 것이다.

 지금 전라도 경상도가 역사를 화두로 한마음으로 뭉치고 있다. 여러 번의 만남을 통해 느낀 점은 잃어버리고 왜곡된 우리 역사를 찾자는 데에 지역색은 조금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가 단군의 자손이라는 뿌리의식과 고조선의 후예라는 자긍심이 가득했다. 이를 통해 일본과 중국이 왜 우리 역사를 파괴하려 했는지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상대를 분열시키고 정복하는 데는 역사만큼 좋은 무기가 없다는 것을 저들은 알고 있다. 저들은 지혜롭게 이를 잘 이용하고 우리는 어리석게 이용당하고 있는 입장이다.

 한반도는 옛날부터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곳이다. 우리가 주변 강대국들의 원심력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우리 스스로가 구심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그것이 바로 역사의식이다. 역사왜곡을 하는 일본과 중국을 탓하기에 앞서 국민 모두가 우리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질 때 우리의 자주성을 회복하고 잃어버린 찬란한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있다.

 경상남도 김해도 전라도 천년사와 마찬가지로 2017년부터 24억 원을 들여 <김해시사>를 편찬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김해를 임나’라고 하는 위험천만한 내용뿐 아니라 가야문화의 주요 줄기인 가야불교를 부정하는 내용을 기술하고 있어 향후 김해불교계와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김해시사(金海市史)에는 김해와 전혀 상관없는 한국 불교사의 치부인 ‘비구 대처 분쟁사’도 기술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한 역사 왜곡이다. 김해시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 위한 ‘시사’에 있지도 않은 일을 기술한다는 것은 ‘김해시사편찬위원회’의 의도가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다.

 한국 불교계가 가야불교를 챙기지 않으면 가야불교는 일부 사학자들의 왜곡된 펜대에 의해 사라질 수도 있다. 전라도의 민초들이 이유없이 봉기하지 않았다. 그들이 궐기한 이유는 국민들이 역사를 지키지 않으면 이른바 학자란 이름으로, 권위자란 이름으로 역사를 팔아먹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깨어있음은 좌복 위에서만 필요한 게 아니다. 호국불교의 기치 아래 우리 역사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이 절실한 작금이다.

/ 도명스님 김해 여여정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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