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존중·세계평화 국정철학 부처님 가르침서 나와”
“불교는 민족문화 계승자…문화재 관람료 폐지 감사”
“헌법이 성경을 기초했다”던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정부가 지향하는 인권 존중과 약자 보호, 세계 평화의 국정철학은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7일 오전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불기 2567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 축사에서 “올해 부처님 오신 날 봉축 표어가 ‘마음의 평화, 부처님 세상’이다. 부처님의 세상은 바로 공동체와 이웃을 위하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모든 인간은 존귀하고 존엄하며, 어려운 이웃의 아픔을 보듬고 어루만지라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우리 사회의 따스한 등불이 되고 있다”며 “정부는 어려운 이웃들을 더 따스하게 살피고 국민의 삶 구석구석 희망이 스며들 수 있도록, 그리고 세계시민 모두와 함께 서로 도와가며 평화를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수천 년 동안 이 땅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해 온 한국불교는 우리 국민의 기쁨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나라가 어려울 때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앞장섰다. 국민의 삶과 함께해 온 호국불교의 정신은 우리 역사 곳곳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지진 피해 속에서 수많은 이재민이 일상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우리 불교계의 구호 활동은 큰 감동을 줬다”며 감사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문화재관람료를 폐지한 불교계에 감사의 뜻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한국불교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가꾸고 꽃피우는 민족문화 계승자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우리 국민들께서 전통 문화유산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도록 문화재 관람료를 폐지하는 등 사찰의 문을 활짝 열어주신 불교계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어 “정부도 전통 문화유산의 보존과 전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계종 종교편향특위(위원장 선관 스님)는 윤 대통령이 교회에서 한 “대한민국의 근간이 되는 헌법이 성경에서 나왔다는 전혀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며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의 발언으로 보기 어렵다”는 강한 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위원장 선광 스님은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에 공개사과와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답변을 요구한다”고 했다. 특위는 대통령실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못한다고 판단해,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이날 봉축법요식에는 예년과 달리 사회적 약자가 초청되지 않았다. 그간 봉축법요식에는 사회적 갈등으로 아픔을 겪은 우리 사회의 약자들을 초청해 ‘헌화’를 맡겨 왔다. 올해 봉축법요식에는 사회적 약자 대신 윤석열 대통령, 김진표 국회의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법단에 올라 헌등, 헌향, 헌과 등을 올렸고, 세대를 대표한 불교 신자들이 헌화했다.
윤 대통령은 헌법은 성경에 기초하고, 인권 존중·세계평화의 국정철학은 부처님 가르침에서 나왔다고 발언하면서, 대한민국의 통치구조와 국민의 권리 의무를 규율한 최상위 법인 헌법은 기독교에서, 인권 존중 등 정신은 불교에서 비롯됐다고 말한 셈이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자 가족과 우리 사회가 특별법 제정과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듣지 않던 윤 대통령의 인권 존중 등이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나왔다고 발언하면서 말뿐인 국정철학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법회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과 연등을 불전에 올렸다.
이날 봉축법요식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 원로의장 자광 스님,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 김진표 국회의장,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대표와 국회의원,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이진복 정무수석, 주윤식 중앙신도회장, 이기흥 불교리더스포럼 대표 등 주요 불교계 인사와 정관계 인사, 외교 대사 및 이웃종교 지도자, 시민 등 1만여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2월 초 부인 김건희 여사와 신년대법회에 참석했고,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전국 주요 사찰에 대통령 축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