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공동체에 여당 야당?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
수행공동체에 여당 야당?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
  • 마성 스님 동국대학교 겸임교수
  • 승인 2014.10.2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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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마성 스님의 摩聖斷想-9 마군뇌고(魔軍牢固)

구마라집이 번역한 <금강경종통(金剛經宗通)>에 오뇌고설(五牢固說)이 나온다. 뇌고(牢固)란 굳건하고 견고하다는 뜻이다. 오뇌고설은 다섯 가지가 견고하다는 설이다. 이것은 불교사의 특징을 다섯 단계, 즉 오백년 단위로 끊어서 구분한 것이다.

이른바 불멸 후 첫 번째 오백년은 해탈이 견고[解脫牢固]하고, 두 번째 오백년은 선정이 견고[禪定牢固]하고, 세 번째 오백년은 많이 배움이 견고[多聞牢固]하고, 네 번째 오백년은 불탑과 사찰이 견고[塔寺牢固]하고, 다섯 번째 오백년은 투쟁이 견고[鬪諍牢固]하다는 것이다. 이 종통(宗通)에서는 여기까지만 언급되어있다.

남전불기에 따르면 지금은 투쟁뇌고에 해당된다. 이 시기에는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고 끊임없이 투쟁만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50년대 있었던 비구․대처간의 종권다툼이었다. 94년 종단사태도 그 연장선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앞으로는 어떤 시대가 다가 올 것인가? 필자는 ‘마군뇌고(魔軍牢固)’의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러한 징조가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마군(魔軍, mārasenā)이란 ‘악마의 군대’라는 뜻으로 불교사전에 등재되어 있는 불교용어다. 마군뇌고란 악마의 무리들이 판을 친다는 뜻이다.

마군뇌고는 ‘마강법약(魔强法弱)’이라는 단어와 의미가 비슷하다. 마강법약이란 마군의 힘이 강하고 법의 힘이 약한 상태를 말한다. 바꾸어 말하면 법의 힘이 마군의 힘을 이기지 못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여기서 말하는 법(法)은 붓다의 교법을 의미하지만, 사회의 질서나 규범도 여기에 포함된다.

세상에서는 법과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회를 무법천지(無法天地) 혹은 무법시대(無法時代)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그러한 상태를 마강법약이라고 부른다. 이 마강법약의 시대에는 정의와 진실이 통하지 않는다. 현재의 한국불교를 상징하는 키워드는 투쟁뇌고와 마군뇌고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종권다툼과 주지 쟁탈전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으며, 마군의 힘이 강하고 법의 힘이 약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사이코패스(psychopath)이고, 다른 하나는 소시오패스(sociopath)이다. 사이코패스는 처음부터 양심이 없거나 부끄러움 자체를 모르는 사람을 말한다. 반면 소시오패스는 기본적으로는 양심과 부끄러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런 사람은 필요하다면 살인과 같은 끔직한 범죄까지도 저지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심의 가책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범죄심리학에서는 사이코패스보다 소시오패스가 더 무서운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반사회적 인격 장애자들이 불교승단에 많이 들어와 있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들은 대부분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운 사람, 즉 사회부적응자이다. 이들은 자신의 성공에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복한다. 그래서 종단의 어른이라는 사람들도 그들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것이다.

또한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 중에는 자기가 최고라고 자만하는 과대망상증 환자들도 많이 있다. 이들은 자기가 한국불교에서 최고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과대망상증 환자는 남의 의견이나 충고를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말이 곧 법이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이런 광대망상증 환자는 다른 사람들의 잘못은 지적하면서 자신의 과오나 잘못에 대해서는 참회하지 않고 온갖 궤변으로 변명만 늘어놓는 특징이 있다.

또한 한국불교에서 사이비 교주와 같은 사람들이 증가하는 것도 마군뇌고의 한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겠지만, 그들의 가르침이 붓다의 가르침을 심하게 훼손시키고 있다. 이것은 불교의 발전이 아니라 퇴보를 의미한다. 무지한 재가신도들에 의해 그러한 사람들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현상도 불교를 쇠퇴하게 만드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예전에는 승려들이 교리나 사상 때문에 다투었다. 하지만 지금은 돈 때문에 서로 다툰다. 중요한 선거 때만 되면 서로 싸우는 것도 돈이 되는 사찰을 서로 차지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신도들도 승려들의 싸움에 휘말려 서로 패가 나뉘어져 싸우기도 한다. 이것이 한국불교의 적나라한 현주소다.

수행 공동체 안에서 여당과 야당이 있다는 것도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다. 그런데 권력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수행은 하지 않고 권력승을 찾아다닌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이 오히려 승단을 걱정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 출가하는 것이 아니라 큰 절의 주지가 되기 위해 출가한다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膾炙)되고 있다.

참다운 수행자는 점차 찾아보기 어렵고, 종권을 향해 달려가는 불나방과 같은 승려들이 득실거리고 있다. 그러한 사람들에게 출가자의 본분으로 돌아가라고 호소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은 붓다의 말씀이나 율장의 규정 따위는 고름 닦은 휴지 정도로 여길 뿐이다. 이런 사람들은 일말의 양심이나 부끄러움조차 갖고 있지 않다.

이러한 마강법약의 시대에는 재가신자들이 나서야 한다. 인도의 아소까 황제는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승단에 들어온 많은 가짜 승려들을 환속시켰다. 스리랑카의 역대 왕들도 불순한 의도로 승단에 들어온 자들을 환속시키거나 국외로 추방시켰다. 이와 같은 조치를 취함으로써 청정한 승단을 유지할 수 있었다. 승단을 정화하기 위해서는 법을 위해 목숨마저 버리겠다는 위법망구(爲法忘軀)의 정신이 필요하다. 재가신자들이 순교자적 자세로 나서지 않으면 병든 한국불교를 치유하기 어렵다. 한국불교는 자체적으로 정화할 능력을 이미 상실했기 때문이다.

   
스리랑카팔리불교대학교 불교사회철학과를 졸업했으며, 동 대학원에서 철학석사(M.Phil.) 학위를 받았다. 태국 마하출라롱콘라자위댜라야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학했다. 현재 동국대학교(경주캠퍼스) 겸임교수 및 팔리문헌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주된 관심 분야는 불교사회사상이다. 현실을 떠난 가르침은 현대인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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