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내지 입증, 계약 등 문제점 증명…내달 14일 선고
1970년대 초 3차례에 걸쳐 헐값에 경내지까지 10만여평을 한국전력공사에 넘긴 것이 유효한지 따지는 '봉은사 토지 처분' 항소심이 새국면을 맞고 있다. 당시 일주문 위치를 찾아내 경내지임을 증명했고, 계약 및 허가에서 중대한 하자를 법리적으로 조목조목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봉은사가 제기한 '소유권이전등기 말소등기 등 청구의 소'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제17민사부(재판장 한동기 부장판사)는 현장검증에 이어 지난달 19일 변론을 종결했다.

봉은사는 1심에서 "△2차 매매 매도인이 봉은사가 아닌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이고 △ 2차 매매 처분토지가 경내지이므로 관청의 허가여부와 관계없이 무효이고 △설령 경내지가 아니더라도 1차 허가는 주지 서운 스님 동의가 없었고, 2차 허가는 서운 스님 해임절차나 청담 스님 주지 등록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 알 수 없어 무효이며, 또 허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소급해 효력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2심에서는 1970년 일주문 위치를 확인, 일주문 안의 토지 가운데 삼성동 산24의4번지(2,490평)를 중심으로 청구원인을 주장했다. 이 토지는 △ 중심적 경내지 △반사회적 법률행위 △허가 유효조건 불이행,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등의 이유로 무효라는 청구원인을 추가했다. 이 번지는 2차 매매 당시 팔려나간 땅으로 환지 후 삼성동 167번지가 됐다.

“중심적 경내지 삼성동 산24의4 매매는 무효”
환지 전 삼성동 산24의4번지 2,490평은 봉은사 담장 역할을 하던 임야이다. 1심에서 추정만했던 일주문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문건을 발견했다. 산24의4가 경내지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1970년 8월 총무원의 ‘영동지구 개발계획선 위치 변경신청’와 첨부된 별지 도면, 서울시의 진정처리 기안용지(중간 회신) 문건이다.
이 토지는 불교재산관리법상 ‘사찰의 목적수행 및 존립자체를 위하여 필요 불가결한 재산’이므로 ‘중심적 경내지’에 해당한다. 판례에 따르면 이 토지의 처분은 관할관청의 허가 여부와 관계없이 무효이다.(대법원 1976. 4. 13. 선고 75다2234 판결)

“조계종-상공부 계약은 반사회적법률행위로 무효”
청담 스님은 2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주위지 임야를 비롯한 중심적 경내지를 포함시켰다. 상공부 서영철과의 계약서에 ‘타 목록 토지로서 대체하는데 동의함’이라는 적어 중심적 경내지 여부와 무관하게 봉은사 토지 전체가 제2차 매매계약의 목적물로 포함될 수 있음을 명시했다. 상공부 요청으로 ‘총매각 평수가 10만평에 미달된 경우에는 사사지토(寺社地土)라도 부족 평수를 대체 해주겠다’는 각서도 작성했다. 이 각서는 ‘봉은사 사찰의 중심적 경내지’의 처분을 약속하는 것으로서 ‘봉은사 사찰의 목적수행을 불가능케 하고 나아가서는 그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봉은사 측의 주장이다.
또, 청담 스님이 평당 5,600원으로 2차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은 시가(평당 1만 원 이상) 또는 감정가(평당 6,100원)보다 낮은 가격으로 처분한 것이므로 봉은사에 대한 배임행위에 해당한다. ‘평당 6,000원 이상’ 매매하라는 문공부 1970년 9월 8일 재통보보다 낮은 금액이다. 봉은사가 1차 매매계약을 위반한 사실이 없음에도 청담 스님이 서영철과 2차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고가 제1차 매매계약을 위반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원고가 윤태진 또는 서영철에 대해 위약금 5천만 원의 채무를 부담함’을 인정한 것은 그 자체로 원고에 대한 별도의 배임행위에 해당한다.
결국 2차 매매계약은 상공부(서영철)가 청담 스님의 배임행위를 유인·교사하거나 배임행위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등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는 경우이므로,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해 무효라는 것이다.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아 무효”
문공부는 1,2,3차 허가를 하면서 ‘허가일로부터 1월 이내에 감정원의 재 감정을 받아 이를 기준으로 시가에 의한 공정타당한 가격에 의거 처분할 것’(1차 허가), ‘시가에 의한 공정 타당한 가격에 의거처분할 것’(2차 허가), ‘허가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공정타당한 가격에의하여 처분할 것’(3차 허가)을 허가의 유효조건으로 명시했다.
봉은사측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는 “이는 단순한 주의적 규정이 아닌 조건적 성격의 부관에 해당한다"며 "문공부의 1970년 9월 8일 재통보 등에 부합하는 매매가격은 평당 6,000원 이상인데도, 5,600원으로 처분한 것은 1,2,3차 허가의 유효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것이고, 제1,2,3차 허가는 효력을 상실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2매매계약 및 1,2,3차 허가를 근거로 한 처분행위는 모두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무효(대법원 2005. 9. 28 선고 2004다50044 판결)”라고 해석했다.
봉은사는 1차 매매계약에서 가격만 평당 4,200원에서 평당 6,100원으로 변경만 했어도 3억9,900만원(= 95,000평 × 4,200원)이 아니라 5억4,900만원(= 90,000평 × 6,100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공무원교육원 매매대금에 육박해 1차 계약을 무리하게 해제하거나 처분 범위를 ‘중심적 경내지’까지 넓힐 필요는 전혀 없었다.
화우는 “봉은사에 불리하고 피고에게 유리하도록 2차 계약을 체결한 것은 상공부(서영철)가 먼저 이청담에게 적극적으로 ‘위와 같이 원고에게 명백하게 불리한 내용의 제2차 매매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청하였기 때문이라고 봄이 사회통념이나 경험칙에 부합한다”며 “서영철은 청담 스님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했다”고 밝혔다.
2차 매매계약은 상공부(서영철)가 청담 스님의 배임행위를 유인·교사하거나 배임행위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등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는 경우이므로,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무효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대법원 1969. 11. 25 선고 66다1565 판결, 대법원 2016. 3. 24 선고 2015다11281 판결 등)
이런 쟁점들에 대해 법원이 다음달 14일 어느쪽 손을 들어줄지 일천만 불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