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 스님과 각별했던 신경림 시인 별세
오현 스님과 각별했던 신경림 시인 별세
  • 조현성 기자
  • 승인 2024.05.22 14: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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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에 해박, 스님과 대화 책으로 펴내기도...장례는 대한민국 문단장
신경림 시인
신경림 시인

한국 문단의 원로 신경림 시인이 투병 끝에 22일 별세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이다. 문인들은 고인의 작품이 한국 문단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해, 주요 문인 단체가 참여하는 대한민국 문단장으로 고인을 모신다.
 
신경림 시인은 1936년 충북 충주에서 출생했다. 충주고와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동국대 재학 중이던 1956년 <문학예술>지에 '갈대', '묘비' 등 작품으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73년 농민의 한과 고뇌를 담은 첫 시집 <농무>를 출간했다.

이후 시인은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새재>(1979), <달 넘세>(1985), <민요기행 1>(1985), <남한강>(1987), <가난한 사랑노래>(1988), <민요기행 2>(1989), <길'>1990), <갈대>(1996), <어머니와 할머니의 실루엣>(1999), <낙타>(2008), <사진관집 이층>(2014) 등 시집을 펴냈다. <한국 현대시의 이해>(1981), <삶의 진실과 시적 진실>(1983), <우리 시의 이해>(1986) 등 시론·평론집, 에세이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등을 썼다.

생전에 만해문학상, 단재문학상, 대산문학상, 시카다상, 가람시조문학상, 만해대상, 호암상, 현대불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동국대 석좌교수를 지냈다. 고인은 표절총장 논란이 불러온 동국대 사태 때에는 조정래 소설가 등 동문과 함께 동국대 후배들의 파사현정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불교에 해박했던 고인은 생전에 오현 스님(1932~2018)과 특히 각별했다. 2004년 백담사로 오현 스님을 찾아가 나눈 대화를 정리한 책 <신경림 시인과 오현 스님의 열흘간의 만남>은 '무욕의 법문'이라 불린다. 이 책에서 시인은 스님과 사랑 여행 환경 욕망 통일 전쟁 문학 등 7가지 주제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다음은 신경림 시인이 오현 스님과 나눴던 대화의 일부이다.

신경림> 사랑이란 특별한 대상에게서 느끼는 특별한 감정입니다 속인은 무엇에 집착하고 누구를 사랑할 때 삶이 활기차게 되지요. 그때 자기 능력이 크게 발휘합니다.

​오현 스님> 영원한 사랑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사랑은 허공에 핀 공화(空花)처럼 실체가 없습니다. 허무에 집착하면 그때는 좋을지 모르지만 나중에 힘이 듭니다. 특별한 사랑에 대한 사랑보단 대자대비(大慈大悲)를 배우라고 합니다.

신경림> 불교에서는 욕망과 집착을 끊고 버리라고 하는데 욕망이 없으면 어떻게 시를 쓸 수 있겠습니까. 뭔가 부족하고 아쉬우니까 시를 쓰는 겁니다.

​오현 스님> 불교는 욕망의 반대편을 보라고  합니다 본능을 자제하면 새 삶이 열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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