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투구하는 중앙종회 역할론에 의문
이전투구하는 중앙종회 역할론에 의문
  • 이혜조
  • 승인 2006.03.23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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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종회 결산] 교단자정센터 "개그콘서트 보는 것 같았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제 170차 임시회가 22일 폐회했다. 불교닷컴은 이번 종회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원인과 대안을 제시한다.

종헌 종법 개정안 빛도 못보고 무더기 폐기

종헌 종법 개정안은 이번 종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총무원장 및 주지선출 방식을 바꾸는 내용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상정된 법안의 골자는 총무원장을 현행 '선거'방식에서 '추대'로 변경한다는 것이다. 총무원장에 입후보 하기 위해서는 본사주지 5명, 중앙종회의원 20명, 교구 추천인단 30명의 기명 날인을 받아야 하는 조항이 첫 번째 걸림돌이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야당에서는 후보를 낼 수 없는데다 본사주지5~6명이 작심하면 총무원장을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의장인 법등 스님이 제안한 법안은 총무원장을 종정이 '제비뽑기(후보자의 기호를 적은 밀폐된 용지중 하나를 뽑는 방식)'로 가리자는 내용이 나온다. 인천의 사표로 일컬어지는 스님, 그 중에서도 불교계를 대표하는 총무원장을 제비뽑기로 결정할 뻔했다. 또 종무원 결격사유 가운데 국법을 어기더라도 사찰과 종단을 위한 공익적인 목적의 범죄행위는 논감아 주자는 내용을 명시해 자칫 세속인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할 뻔도 했다.

종책모임 대표단이 21일 긴급회동을 통해 개정안을 모조리 폐기한 것은 천만다행한 일이지만 그 동안 길게는 수년간 진행해 온 종헌종헌개정특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것은 물론 예산만 축낸 꼴이 되고 말았다. 제대로 된 전문가의 참여만 있었다면, 참여한 전문위원들의 진솔한 얘기만 귀 담아 들었어도 이런 해프닝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종헌 종법 개정조차 계파간 이해득실에 따라 이용하려는 얄팍한 계산이 빚어낸 촌극이었다.

총무원장 부적절한 처신 "동국대 종합감사 요청"

불교닷컴은 최근 영배스님의 동국대 이사 승인과 관련한 총무원장과 총무원의 집요한 방해를 몇차례에 걸쳐 보도했다. 몇몇 스님으로부터 사실이 아닌 내용을 보도했다는 질책을 받았으나 보도내용은 이번 종회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총무원이 지난해 11월 8일 총무원장 지관스님 명의로 교육인적자원부에 보낸 공문을 종회의원들이 입수했다. 특히 문서에는 교육부에 동국대의 종합감사를 요청하는 내용이 적혀있어 충격을 준다. 조계종단 내부 문제는 내부에서 해결하자는 불교계 일반의 정서를 뒤엎고 계파간 이익을 위해 엄정중립을 지켜야 할 총무원장이 공권력을 요청한 또 다른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총무원장 스스로 주창하는 '종단의 안정과 화합'이 빈말이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사 문제 때문에 종합감사를 요청했다는 사실은 앞으로 큰 파문이 예상된다.

일부 종회의원들은 총무원장이 자격이 없는 동대이사를 겸직하면서 지난 21일 동대 이사회에 참석, 교육직 경력이 전무한 범여스님의 이사 선임을 요청했다는 사실도 들춰냈다. 이사 자격이 없는 상황에서 이사 자격이 없는 또 다른 후임이사 선임을 요청한 꼴이다.

총무원의 희한한 종책답변에 의원들 분노

종회의원들의 다양한 질의에 대한 총무원의 답변이 법리를 벗어나거나 강변으로 일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효림스님은 '총무원장의 겸직금지 위배'에 관한 종책질의서를 냈다. 총무원은 답변서에 "총무원장스님의 종립학교(동국대) 이사 겸직은 종무원법 제7조에 위반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적어 제출했다. 94년 당시 총무원장이 동대이사와 불교방송 이사를 겸직하고 있어 총무원장의 권한을 축소하기 위해 이 법조항을 마련한 것이다. 전 총무원장 정대스님도 동대 이사 겸직 문제를 실천승가회에서 제기하자 결국에 물러난 사실을 총무원은 애써 무시하고 있다.

98년 멸빈자의 재심적법 결정을 내린 제35차 법규위원회 결정과 멸빈자 구제의 방법적 하자에 대한 2건의 질의에 대해 "종헌 위배 주장의 근거가 종헌 제128조 단서조항에 대한 확대해석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데 이 부분 역시 종헌 제76조에 의거 '법규위원회'의 결정을 이행한 것으로 금번 재심사결정은 종헌을 위배한 것이 아니다"라고 총무원은 결론 지었다. 그러나 종헌 제128조는 '징계를 받은 자로서 비행을 참회하고 선행 또는 공로가 있는 자에 대하여는 집행중이라도 징계를 사면, 경감 또는 복권시킬 수 있다. 다만, 멸빈의 징계를 받은 자는 제외한다'라고 분명히 못박고 있다. 그렇다면 어떠한 특별법도 종헌을 기속하지 못한다는 법적인 상식만 있어도 이번 멸빈자 구제는 종헌을 위배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별법 자체가 문제투성이라는 데 원죄가 있지만 이를 운영하는 법규위원과 초재심 호계위원의 세심한 법 적용이 아쉬운 대목이다.

이익집단의 한계를 넘어서버린 중앙종회의 변질

중앙종회는 입법기구이자 계파간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집단이다. 국회가 그러하듯이. 그러나 국회와 달리 조계종 종회는 종지를 봉대해야한다는 대의명분이 분명하게 자리잡고 있다. 이번 종립학교관리위원회 선임은 이런 대의명분은 안중에도 없이 이익을 챙기기에만 혈안이 된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금강회 몫이었던 정념 스님의 후임을 뽑는 것을 기회로 위원회 자리를 한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화엄회가 일승회와 힘을 합쳐 광조 스님의 사표를 수리하고 자제스님을 추천해 임기 4년을 보장받았다. 생각 있는 스님들은 "이런식으로 종회를 운영하는 것은 과욕"이라며 반대를 표했다. 곧이어 일승회와 뜻을 같이하는 실천승가회의 의연스님이 사표를 내고 법안 스님으로 바꾸어 4년 임기을 보장받았다. 보림회에서도 정안스님이 사표를 던지고 도완스님을 추천했다. 현행 종립학교관리법의 허점을 교묘히 악용한 것이다.

인천의 스승이라고 자처하며 수행자를 대표하는 중앙종회의원들이 할 수 있는 행위인지 의문이 든다. 일승회의 최대계파인 직지사단은 종회 개회중 갑작스레 도진 스님이 사표를 내게 해 자파의 최대주주라 할 수 있는 의장 법등스님의 직권으로 부의해 법보스님을 추천, 4년 임기를 추가했다. 모 스님은 "화엄회와 일승회가 당초 광조스님을 사퇴토록 하고 자제스님이 되기로 합의한 사실이 있다"고 야합 사실을 털어놨다. 화엄회는 야합에도 불구하고 과욕을 부린 셈이다.

동국대 이사는 동국대를 잘 유지 운영해 종립학교로서의 위상을 갖고 인재양성에 힘쓰는 자리다. 이런 이사를 추천해야 하는 종관위원들이 이권쟁취에 눈이 먼 행동을 보인 것이다. 이번 선출과정을 보면 종관위원들은 실제 종책모임 최대주주들의 거수기나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동국대 발전 운운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현행 종립학교관리법에 따르면 위원이 중도에 사퇴할 경우 새로 4년의 임기를 보장받는 위원을 선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악용한 각 문중들이 지분 유지나 확대라는 편법을 동원하는 것이다. 종관위원과 종회의원 임기를 일치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

어수룩한 진행 "도진스님 임명동의안 통과?"

호법부장 도진스님의 임명동의안 통과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의장이 임명동의안에 찬성하냐는 질의에 찬성, 제청의 과정을 거쳐 막 의사봉을 두들기려는 순간 수석부의장 장주 스님이 '반대한다'는 의견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법등스님은 이를 무시하고 의사봉을 두들겨 만장일치로 통과했음을 선언했다. 법등스님은 23일 교계기자간담회에서 "장주스님이 이후에 도진스님 임명동의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해서 문제될 게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장주스님은 "회의 이후에 법등스님에게 도진스님의 임명 자체를 반대하는 뜻은 아니었지만 발언권을 주지않자 투표를 하자는 의미였다라고 얘기한 적은 있다"며 "그러나 당시 나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표시했으므로 표결에 붙여야 했음에도 막무가내로 통과시킨 만큼 법등스님의 임명동의안 통과 선언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주스님 역시 의사 진행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종관위원 선출건을 진행하면서 '4명의 후임 종관위원 선출건'에 대해 원안대로 통과하자는 제안에 대해 찬성 21표와 반대 17표로 의견이 엇갈렸다. 참석의원 과반수인 29명이 찬성할 경우에 원안대로 통과해야 하나 장주스님이 의사봉을 두들기고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자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법등스님이 다시 진행을 맡아 재결의해 찬성 31표로 통과시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계파간 사전합의, 교단자정센터의 모니터링 돋보여

종회의원들은 입법기구이자 종단의 감시기구이다. 산속에서 수행과 포교에 전념하면서 불교홍포를 위해 애쓰는 스님들에게 뭐라고 답할 것인가. 언론에 공표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서울에 모여서 밀실 야합하고 서로 이익만을 챙기고, 자리만 생기면 이전투구하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일반 스님들, 재가자, 교계 언론들은 정치하는 사판승을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의 종회 감시는 신선한 충격으로 와닿는다.

교단자정센터 강성식 정책실장은 "이번 종회가 지난 번에 비해 나아진 점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으며 개인적으로는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 같았다"고 혹평하고 "종단의 중요한 결정을 하는 일을 과연 이대로 종회의원들에게 맡겨놔도 되는 건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자정센터는 23일 오후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170차 임시중앙종회에 관한 논평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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