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은사 생전예수재의 독창성이 드러나는 ‘택전 의식’이 설행됐다.
생전예수재는 죽기 전에 자신의 업을 참회하고 생전예수재로 공덕을 쌓아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의식이다. 재의식이지만 현생에서의 수행이 강조된다. 택전의식은 다른 사찰과 다른 봉은사 생전예수재의 독창성이 두드러지는 의식이다. 택전 의식은 ‘함합소’와 ‘금은지전’을 조성해 스님들이 지전에 경전을 암송하며 청정성의 의미를 부여하는 의식이다.
함합소에 담는 구성물의 하나인 금은지전을 만드는 택전 의식의 핵심은 동전모양의 종이(지전)에 스님들이 경전을 암송하며 기도하고 지전을 흔들어 청정한 공양금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한다. 택전의식은 조전 의식 또는 성전 의식으로 불리기도 한다.
24일 오전 서울 봉은사(주지 원명 스님)는 9월 27일 봉행되는 생전예수재 6재를 앞두고 택전의식이 봉행됐다. 택전의식에서 중요한 것은 함합소와 금은지전이다. 함합소는 생전예수재 동참대중들이 자신의 죄업을 직접 명부에 고하는 일종의 상소문으로 여기에 경전과 금은지전, 다라니 등을 함께 넣어 구성한다. ‘예수시왕의문’에는 명부에 이른 인간은 생전 읽지 못했던 경전을 마저 읽고, 생전에 진 빚을 모두 갚아야 한다. 생전예수재는 생전 경전을 읽고 세상에 진 빚을 갚는 의미도 있다.
택전 의식은 그 과정이 길고 여러 스님들의 손을 빌어야 한다. 그래서 생전예수재에서 택전 의식을 직접 설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불교용품점 등에서 ‘예수재함’을 구입해 함합소로 사용한다. 힘든 택전 의식 대신 기성품을 쓴다는 얘기다. 이날 봉은사가 설행한 택전의식 현장에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들과 불교의식 연구자 등이 참관했다. 택전의식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 선불당에서는 금은전 정 작업이 시연됐다.
이날 봉은사는 주지 원명 스님을 증명법사로, 조계종 어산어장 인묵 스님과 생전예수재 어장 법안 스님을 비롯해 생전예수재보존회 소속 스님들과 신도 200여명이 조전도량으로 설정된 법왕루에서 택전의식을 함께했다. 불자들은 인묵 스님 등의 의례에 따라 신묘장구대다라니와 금강경을 독송하며 업장소멸을 발원했다. 이어 금강경찬과 수생경 독경에 맞춰 10명의 스님이 의 함합소에 들어가 있는 금은지전을 꺼내 먼지를 털어내며 이 지전이 청정한 공양금이 되도록 조전진언, 성전진언 등을 염송했다. 증명법사 원명 스님은 쇄향수진언을 염송하며 청정수를 뿌려 금은지전이 명부전에 올릴 수 있는 청정한 돈이 되도록 기도했다. 택전 의식으로 점안된다. 함합소와 금은지전은 명부시왕전에 봉안된 후 생전예수재의 마지막 절차인 봉송회향에서 소대로 옮겨져 소지된다.
봉은사 주지 원명 스님은 “택전 의식은 생전예수재의 목적과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는 의식으로 봉은사 생전예수재 만의 독창성이 드러난다.”면서 “이는 서울시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봉은사 생전예수재가 전통을 올곧게 계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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