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있던 성보를 (조사한다고 해서) 도록 찍고 나면 도난 당했다. 개금불사 한다면서는 병풍 쳐놓고 불상 복장을 탈취 당하기도 했다. 훌륭한 성보를 온전히 모시지 못한 것을, 제 가치를 몰랐던 점을 깊이 참회한다. 백련사 동종과 약사전 탱화는 그 와중에도 지켜낸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한국불교태고종 종정 운경 스님은 26일 동악미술사학회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한 '삼각산 정토백련사 불교문화유산' 주제 학술대회에서 이같이 회고했다.
스님은 이날 법어를 통해 "백련사에 소중한 문화유산이 여럿 있음에도 이를 학술적으로 살피고 문화유산 지정을 추진하는 일이 늦었다. 오늘 이 행사는 백련사 동종의 문화재 지정을 위한 행사"라고 했다.
이어 "사찰의 성보를 조사하고 보수한다는 명목 하에 도난 당하는 등 가슴 아픈 일이 많았다. 법당 불구도 오래된 것은 모두 훔쳐가고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난 당했던 백련사 명부전 탱화를 전남 영광에서 되찾아 환수한 이야기를 했다.
스님은 "(백련사 동종과 함께) 약사전 불상과 탱화 등을 온전히 지킬 수 있었다"고 했다. 스님은 약사전 불상마저도 유실될 뻔 했다면서 "불상 보존을 위해 유리곽을 설치했더니 문화재 지정을 빌미로 '유리곽을 없애라'고 했다. '불상에 습기가 찬다 뭐한다'며 별 소리가 다 있었다. 짐작컨데 유리곽이 없었다면 불상을 지킬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운경 스님은 "백련사 약사전은 불상과 탱화가 온전히 보존된 몇 안되는 예이다. 불화장이던 만봉 스님(1910~2006)은 백련사 약사전 신중탱화를 보면서 늘 감탄을 금치 못했다"고 전했다.
스님은 "백련사는 신라시대 창건된 천년고찰이면서도 정작 신라 고려시대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 조선시대 의숙공주의 원당으로만 알려진 백련사의 사격을 여러 연구자들이 두루 살펴달라"고 했다.
총무원장 상진 스님은 부원장 능해 스님이 대독한 축사를 통해서 "감개무량하다. 백련사는 천년고찰로 많은 성보 갖고 있다. 오늘 학술행사를 통해 백련사의 문화유산과 위상을 재정립해 백련사가 종단대표사찰 자리매김될 것"이라고 했다.
전국비구니회장 현중 스님은 "백련사는 태고종 본산사찰이자 종정 예하가 주석한 사찰이다. 오늘 행사를 계기로 전통 깊은 면목을 되살려 백련사가 부처님 교지를 천명하는 대도량으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했다.
행사에서는 탁효정 연구교수(순천대)가 ‘백련사의 역사와 문화’, 김수현 학예연구사(고양시)가 ‘서울 백련사 소장 동종 연구’, 조태건 팀장(불교문화유산연구소)이 ‘삼각산 백련사 명부전 존상 연구’, 최엽 교수(동국대)가 ‘경티절 백련사 불화의 성격과 의의’, 현주 스님(전남대 학술연구교수)이 ‘서울 백련사의 신중신앙과 불화제작양상’을 발표했다.
앞서 백련사 주지 동허 스님(종정예경실장)은 개회사를 통해서 "오늘 행사는 백련사가 소중한 불교유산을 가진 도량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이자, 문화중심사찰로 거듭나는 시작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