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는 산사로 돌아간 뒤 처음 펴내는 책이다.
스님은 "집이란 우리가 돌아가야 하는 원래 자리이다. 우리 스스로 본래 갖춘 불성을 말한다. 깨달음은 어디에서 출발해도 멀지 않다는 뜻을 제목에 담았다"고 했다.
스님은 책에서 어떤 충고도 담지 않았다. 깨달음도 강요하지 않는다. 노력하라고도 않는다. "지루하면 책을 읽고 심심하면 길을 떠나는 것이 나름의 행복비결이다"라고 말한다. 스님은 무엇을 가르친다거나 거창한 뜻을 전하려 하지 않지만 덤덤한 일상의 이야기는 찻주전자에 배인 찻물을 맹물로 우려낸 '백자'처럼 공명을 일으킨다.
스님은 "현대인들은 너무 잘하려고 한다"며 "그저 '무심히 바라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리 좋은 일도 없는 일만 못하다"고 했다.
스님은 "모든 것을 떨군 나무와 윤곽이 드러난 산줄기의 모습을 가만히 음미하면서,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줄 아는 안목을 즐기는 일은 한겨울에만 누릴 수 있는 또 다른 멋과 여유"라고 했다.
스님은 "겨울 준비로 김장을 했다. 자연산 배추는 별로 볼품이 없지만 어디에 내놓더라도 맛과 향은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 배추걷이가 끝난 휑한 빈 산밭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한 해를 마무리한다. 배추로서는 아름다운 마무리겠지만, 김치로서는 새로운 시작이다"고 했다.
원철 스님은 해인사로 출가했다. 은해사 실상사 법주사 동국대 등에서 불교경전과 선어록을 연구하고 강의해왔다. 월간 <해인> 편집장으로 일하고 일간지와 종교계 등에 대중성을 갖춘 글을 써왔다. 법정 스님을 잇는 문장가로 불린다.
집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 않다┃글 원철 스님┃그림 강일구┃불광출판사┃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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