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단, 재가불자 주장 겸허히 수용해야
종단, 재가불자 주장 겸허히 수용해야
  • 불교사회정책연구소 법응 스님
  • 승인 2014.11.29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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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기고] 결사본부 해체나 인사 교체 절실

사부대중 릴레이 기고 '파사현정'
시대의 마지막 선지식 송담 스님의 탈종 선언은 경책이자 화두다. 1962년 가깝게는 1994년 개혁정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조계종으로 대표되는 포장된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적나라하게 형해화시키는 위기다. 하여, 가면을 벗고 민낯을 드러내야 한다. 전도된 수행가풍을 다잡고 계율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서 위기는 기회다. 사부대중이 뼈아픈 자성과 대안을 릴레이 기고한다. 참회, 비판, 발심, 대안...사부대중의 다채롭고 지속적인 기고를 기다린다. (편집자 주)

견고하던 권력이 붕괴될 때에는 외부적 요인보다는 내부모순이 촉진제 역할을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94년과 98년의 종단사태도 종단권력 자체로부터의 촉발이라 할 수 있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한 자들은 그것을 되풀이하기 마련이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라 해서 예외가 아니다.

지난 수년 간 종단은 고위직 구성원들의 온갖 비리와 문제로 불명예를 키워왔다. 누적된 우리 내부의 문제들로 인하여 세상은 우리를 고질적인 병폐집단으로 인식하는 현실이다. 종단의 문제는 종도 개개인과 불자의 위상은 물론 나의 인생에 관한 문제이기에 결코 무심할 수 없는 일이다.

오는 12월 1일 재가불자들이 종단 자정 선언을 할 예정이다. 종단이 우정총국 앞을 비롯하여 일주문 반경 50미터 이내에서 12월 4일까지 집회를 가진다고 당국에 신고를 했다는 보도가 있다. 누구라도 재가불자들의 행동에 대응하는 조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사태가 이 지경으로 발전했고, 향후에도 불자시민의 행동은 계속 이어질 것이어서 지금 당장 물리적으로 제지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대중의 행동은 물과 같다. 한 번 넘기는 것이 어려울 뿐이지 이내 거대한 에너지로 화하여 둑 자체를 무너뜨리고 만다.

안으로부터 붉어진 종기가 피부를 뚫고 나오는데 이를 누른다고 종기가 치유되지는 않는다. 불자들의 주장을 겸허히 듣고 수용해서 한국불교와 조계종이 새롭게 거듭나는 약으로 삼아야 한다. 물론 입장에 따라 일부 수용이 어려운 내용도 있을 것이나 종단혁신을 위한 대의적 주장에 천착해야 한다.

나는 법인법 시행을 비판한 적이 없다. 오히려 종단의 현실상 법인법의 제정 취지에 공감이 가는 바여서 가능한 이 법이 실행될 수 있기를 바랐다. 세세한 내용에 대한 문제점들은 논의를 통해 충분히 개선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필자는, 누가 뭐라 해도 이 법의 시행이 강한 동력이 되었던, 선학원과 법보선원 이사스님들의 탈종에 대해 거듭하여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왔다. 그러나 금년도 저물어 가는데 혁신의 초기 징후조차도 보이지 않는 현재의 종단 상황은 이미 법인법이나 탈종사태와 무관하게 매우 심각하다는 데 주목한다.

가장 먼저, 종단 내부에 기준과 원칙이 사라진데 문제가 있다. 종단은 종헌과 종법에 의해 통리, 운영돼야 하고 상식과 고도의 윤리성이 담보돼야 한다. 그런데 적광 스님 사태 등 저간의 여러 사안들이 불교의 가치와 종법 그리고 민주적인 철학과 행동양식에 반하여 이루어지니 사부대중은 물론 사회에서까지 종단에 대한 시선이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종단은 그간의 불미스런 일들을 한 번 짚은 후 대 변곡점을 마련해야 그나마 희망적일 것이다.

급변하는 첨단의 시대에 혁신에 대한 의지가 없고 변화를 두려워하며, 자성하고 쇄신하라는 대중의 절박한 외침을 호도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아니, 이것은 문제라기보다 “위험하다”고 하는 표현이 더 적절하겠다. 우리의 종헌 전문도 “문명사의 새로운 흐름에 대비하라”고 적시하고 있는데, 지난 20년 동안 대부분의 총무원장 후보들이 공약으로 제시한 총무원장 선거제도나 분권화와 관련한 혁신안들조차도 공약(空約)이 된 채 어느 집행부도 실행에 옮기지 않았다. 문명사의 새로운 흐름에 대비하는 것은 고사하고 정체되어 살아있음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입법을 전제한 혁신의 조치가 필요하다.

종단이 종도 대중과 사회에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다. 즉, 조계종을 선택한 승려나 불자들은 조계종의 독보적인 가치와 역사성 그리고 개인과 사회에 대한 기대와 희망에서 비롯되었는데, 이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 재정투명화와 공정인사 등 운영의 공공성 담보를 통하여 수행과 포교 활동이 이루어지고 복지제도가 정착되어 안정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도무지 와 닿는 변화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종단이 사회에 기여하는 좋은 일을 제아무리 해도, 내부에서는 온갖 추문과 부정적인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자정운동과는 거리가 멀어서 모든 좋은 일들이 희석되고 있다.

그러면 어찌할 것인가? 현 집행부는 종단의 위상과 존립에 대한 위기감과 절박성에서 종단의 대혁신을 과감하게 추진해야함을 거듭 제안한다.

첫째, 대부분의 대중이 결사본부가 하는 일 자체와 성과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과연 결사본부 조직이 현 상태에서 종단 혁신과 불교중흥에 유효한가를 판단해서 과감하게 해체하거나 적어도 고위급 인사교체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 자세와 제도로 쇄신의 방향부터 제대로 잡아갈 것을 제안한다.

둘째, 이번 재가불자들의 주장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종단 고위급은 행동에 나선 이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열린 자세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오히려 종단혁신의 기폭제와 동력으로 삼아야 마땅할 것이다. 설사 그것이 거론되는 몇몇의 고위층 승려들의 신상변동에 관한 것이라 해도 종단과 불교중흥을 위하는 길이라면 과감하게 수용할 것을 기대한다.

셋째, 종단혁신에 대한 대중의 욕구는 이미 충만하고 그 주제는 너무나도 잘 인식되고 있다. 그렇다면 종단은 진정성 있고 예측 가능한 종단혁신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혹여 「2030 조계종 100인 대중공사」안으로 기대한다면, 원점에서 재고하기를 바란다.

종단은 「2030 조계종 100인 대중공사」라는 것을 2015년도에 실시할 계획임을 발표했다. 금년 중으로 “12. 23(화) 생명평화천일정진 회향식 및 「2030 조계종 100인 대중공사」 출범식 봉행” 하고, “2015년 1월 ‘2030 조계종 100인 대중공사’ 1차 회의 개최(1층 로비 또는 한국문화연수원 예정)”의 일정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매월 대중공사 주제는 이 글 맨 아래에 참고한 표와 같다. 문제는 그 주제가 지난 2011년 실시한 ‘조계종 승가 교육진흥위원회’ 토론회 주제와 별 차이와 의미가 없다는데 있다. 이번 대중공사 안은 결사추진본부가 기획한 것으로 알려진바, 과연 종단현실에 필요한 사업인지, 또 기대효과가 무엇인지 의구심이 든다.

종단과 현 집행부에 필요한 것은 조속히 대 혁신안을 생산해서 입법화를 통해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그리고 제목「2030 조계종, 100인 대중공사」에서 주는 의미도 이해가 어렵다. “2030”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이해가 안 된다. 일반적으로 “2030”이니, “3040”이니 하는 표현들은 그 숫자가 세대를 의미한다.

이번 기획안의 취지를 살펴보면 “열린광장에서 문제를 다루고, 뜻을 모으고, 성찰과 탁마의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함” 이라 했다. <결사추진본부>는 종단 공식기구로서 종단예산을 사용하는 바, 반드시 가시적인 결과물을 창출해 내야 한다. 필자가 종단에 이미 문건으로 제시하기도 했지만, 재고하거나 과감하게 재 기안돼야 함을 재차 건의한다.

집행부는 종단과 불교 발전에 얼마나 이바지하고 있는지 그러한 측면에 대한 자체 평가를 해야 하며, 종도 구성원의 쓴 소리나 정책 제안에 식상해하기보다 가슴을 열고 한 번쯤 귀 기울여 경청하기를 바란다.

오는 12월 1일 재가불자들의 소리를 종단과 한국불교를 향하여 외치는 호법신장의 외침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더불어, 재가불자 모임을 이끄는 주역들도 특정계파나 인맥으로부터 자유로울 것과 편견에 치우침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이고 살피기를 당부한다.

종단이나 고위급들 중에 문제 인사가 있다면 당연히 지적할 수 있다. 그러나 종단과 불교의 미래를 위한 법 제정, 또는 제도혁신을 위한 일에 편향된 감정이 인입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재야나 재가자의 활동이 순수성을 상실한다면 역시 쇄신의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어 전체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첨부 : 2011년 ‘조계종 승가교육진흥위원회’ 토론 주제와 2015년도 실시 예정인 「2030 조계종 100인 대중공사」 주제의 비교

△ 2011년 ‘조계종 승가교육진흥위원회’ 토론 주제
1월 주제 : “한국불교의 현재적 성찰과 나아갈 방향”
2월 주제 : “한국불교 교단과 국가”
3월 주제 : “현대사회에 구현해야 할 불교적 가치 - 종단 5대 결사를 중심으로”
4월 주제 : “생명 ‧ 생태문제와 한국불교”
5월 주제 : “한반도 평화 ‧ 통일문제와 한국불교”
6월 주제 : “사회정의 실현과 불교의 자비실천”
7월 주제 : “출가와 재가의 역할을 찾다”
8월 주제 : “1700년 불교문화 어떻게 보전활용할 것인가?”
9월 주제 : “현대 명상문화와 한국 선(禪)의 과제”
10월 주제 : “지역불교 활성화를 위한 교구의 역할”
11월 주제 : “조계종지(曹溪宗旨)의 현대적 구현”
12월 주제 : ‘한국불교 중흥의 길을 향하여’

△「2030 조계종 100인 대중공사」 주제
1차 대중공사 : 한국사회 현실과 지역불교의 미래
2차 대중공사 : 조계종 청규, 승가청규와 사부대중 승풍진작
3차 대중공사 : 선거제도, 총무원장직선제와 종교단체의 구심력과 원심력
4차 대중공사 : 자본주의사회에서 사찰재정, 국고보조금, 사찰재정투명화, 불사에 대하여
5차 대중공사 : 사부대중공동체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6차 대중공사 : 올바른 불교관과 바람직한 실천론은 무엇인가?
7차 대중공사 : 미정
8차 대중공사 : 한국불교 백년대계의 종헌종법은 어떠해야 하는가?
9차 대중공사 : 사회변화 속에서 승가공동체의 지속발전을 위한 새로운 모색
10차 대중공사 : 종합, 한국불교의 현재적 성찰과 나아갈 방향(불교중흥을 위한 백년대계는 무엇인가?)

* 종단 자정을 위한 재가불자 2차 공동선언 - 서명하기 (클릭)

* 이 글은 <불교저널>에도 함께 게재했습니다. '조계종단 자정을 위한 불자모임'에 동참을 원하시는 사부대중은 (kss8171@daum.net )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릴레이 기고에 동참하실 사부대중은 (dasan2580@gmail.com)으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기사제보 dasan25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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