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누리는 삶 빚기야
발전, 누리는 삶 빚기야
  • 변택주
  • 승인 2014.12.0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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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변택주의 <섬기는 리더가 여는 보살피아드>-99. 아마르티아 센

우리는 흔히 경제하면 윤리나 양심과는 거리가 멀고 피도 눈물도 없다고 여긴다. 그러나 여기 다사로운 경제학자가 있다. 아마르티아 센Amartya Sen. 노벨경제학 수상자 가운데 유일한 아시아 사람인 아마르티아 센은 1933년 화학교수인 아버지와 여류작가인 어머니 몸을 받아 인도 뱅골 산티니케탄에서 태어났다.


개개인 누리는 자유가 가장 근본 가치

‘아마르티아’는 ‘불멸’이란 뜻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인도 시인 타고르가 지어준 이름이다. 아마르티아 센은 타고르가 세운 학교에 다니면서 인권존중사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 뒤 인도 캘커타 대학에서 경제학 전공, 수학 부전공으로 졸업하고 나서 1953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고 박사학위를 하다가 인도로 돌아가 캘커타에 있는 자다푸르 대학에서 교수생활을 시작한다. 나이 23살, 4년 동안 연구 주제에 상관없는 케임브리지 장학생이 되어 1959년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연구에 몰입한다.

1970년대 초반부터 후생경제학, 경제윤리, 소득분배론 분야에서 명성을 얻고 수리 모형인 빈곤지수(센 지수)로 빈곤을 재는 연구로 눈길을 끈다. 특히 빈곤과 기아에 시달리는 조국 인도 현실에 눈을 돌려 빈곤과 불평등, 기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복지 중심 경제학에 한 삶을 바친다.

1998년 중요한 경제 문제에서 윤리와 철학을 되살리고,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알짬으로 후생경제학(복지경제학)에 기여한 공로로 아시아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는다. 2011년 환경보전과 분배정의를 이루려면 선뜻 앞으로 나서야한다며 ‘스톡홀름 메모랜덤’에 서명한 노벨상수상자 스무 사람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소득이나 부를 키울 수 있는 데까지 키우는 것을 목표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짚었듯이 이들은 ‘단지 쓸모일 뿐이며 연장’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으로 경제성장을 경제학목적으로 다룰 수 없다. 발전이란 우리 삶과 우리가 누리는 자유 키우기로 이어져야만 한다. 자유란 우리 삶을 더욱 넉넉하고 너그럽게 만들어 장애를 줄일 뿐만 아니라, 품은 뜻을 이루는 한편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어우렁더우렁 더 옹근 누리 사람이 되도록 해야 한다.”

아마르티아 센이 가지고 있는 시장경제나 민주주의는 자유주의 신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센에게는 개개인 누리는 자유가 가장 근본 쓰임새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장 자유를 적극 감싼다. 시장 자유가 단지 효율 높은 자원배분이나 경제성장을 가져다주는 연장이기에 있어야한다는 것이 아니라, 자유 자체로 고스란 것임을 외친다. 그러나 이 자유(freedom)는 단순히 구속받지 않음(liberty)과는 달리 실제로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살 수 있는 자유를 뜻하며, 따라서 사람이 누릴 자유란 사회현실 토대 위에서만 뜻을 가진다. 센이 가리키는 자유는 형식이 아닌 실질 자유로, 모든 이가 되도록 가지런하고 고스란히 누리는 자유와 사회정의를 한꺼번에 추구한다.

아마르티아 센은 사회선택이론에 공헌이 크다. 사회선택이론은 사람들이 저마다 이해가 엇갈릴 때 개인 뜻을 반영하면서도 사회전체복지와 후생을 되도록 늘리려는 자원배분절차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모두가 저마다 이치에 닿는 의사결정을 하지만 사회전체로는 합리성을 잃은 의사결정이 될 수 있다는 역설을 풀려는 데 뜻을 둔다. 결국 다양한 사회구성원 권리와 자유를 인정하면서 그것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아마르티아 센은 경제발전을 해야 하는 까닭이 자유로워지는데 있으며 사람이 다양한 삶을 살아갈 힘을 갖출 때 비로소 자유로이 누릴 수 있다고 여긴다.

“케랄라는 시장 기반 경제가 통제 없이 커지는 것을 깊이 우려해 최근까지 꽤 시장에 반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그랬기에 보다 상호보완 경제정책을 폈더라면 사람을 경제성장 늘리는데 보다 더 활용할 수 있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 그러나 케랄라 주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했음에도 다른 인도 주에 견줘 소득 빈곤을 빠르게 줄였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몇몇 주들은 빠른 경제성장으로 소득 빈곤을 줄였던 것에 견줘(펀자브가 가장 두드러진 보기다), 케랄라는 기초교육, 보건, 평등한 토지 분배로 가난한 사람들을 줄였다.”

이웃들이 ‘사지’ 않아도 함께 누리게

어느 날 칼에 찔려 피가 흥건한 무슬림 노동자가 아마르티아 센 집으로 도망쳐 들어왔다. 식량이 떨어지자 위험하다는 아내 만류도 뿌리치고 힌두교들이 사는 곳에서 일자리를 찾다가 변을 겪은 것이다. 센 아버지가 그이를 급히 병원으로 옮겼지만 그 노동자는 끝내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 일로 센은 협소한 공동체, 사람을 밀어내는 정체성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과 경제 부자유가 목숨과 같은 다른 자유를 손쉽게 덮칠 수 있음을 알았다.

“나는 말라리아 박멸이라는 사회 프로그램에 기꺼이 돈을 낼 뜻이 있지만, 거기에서 (사과와 셔츠와 같은) ‘사적 재화’ 형태로 내 몫을 챙길 수 없다. 그것은 우리가 함께 소비해야만 하는 ‘공공재’―말라리아가 없는 환경―이다. 사실 내가 어떤 방식으로든 말라리아가 없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면 내 이웃들은 어디서 그걸 ‘사지’ 않아도 함께 누리게 될 것이다.” 

아마르티아 센이 펼친 사회선택이론은 같은 분야에서 먼저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던 케니스 애로우와 정의론으로 유명한 존 롤스와 교류하며 더욱 발전했다. 아마르티아 센은 기아 원인을 전혀 다른 시각을 내놓아 널리 알려졌다. 이 또한 어릴 때 겪었던 벵갈 가까이 든 기근에서 비롯됐다.

아마르티아 센이 9살이 되던 해 벵갈에는 3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굶어죽는 극심한 기근이 일어났다. 이때 놀랐던 것은 이 기근이 처절하게 계층을 갈라놓는 구실을 한다는 것이다. 부유한 환경에서 지냈던 학교 친구들, 심지어 친구 가족 친척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그와 같은 극심한 기근을 겪어보지 않았다. 단지 땅이 없는 농촌노동자들 같은 이들만이 기아와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던 것이다. 이런 일을 겪으면서 식량이 모자란다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았다. 센은 기근을 원인을 찾으려고 실제로 기근을 겪었던 여러 나라를 연구한 끝에 기근이 아닌데도 기아가 나타났던 본보기, 더 나아가 기근이 들었는데도 식량을 수출하는 본보기를 찾았다.

“기근은 여러 나라에서 수백만 사람들을 죽이지만, 지배자가 죽는 일은 없다. 왕과 대통령, 관료들과 우두머리, 군부 지도자와 장군들은 기근 희생자가 되지 않는다. 만일 선거도 없고 야당도 없고 검열 받지 않은 공개 비판도 없다면, 권력을 쥔 자들은 기근을 막지 못한 실패에 책임을 질 까닭이 없다. 민주주의는 이와 달리 기근 책임을 지도층과 정치 지도자에게 돌린다. 이 때문에 이들은 예측되는 기근을 막으려는 인센티브를 갖게 된다. 사실 기근은 막기 쉽기 때문에(여기서 경제 주장은 정치 주장으로 바뀌게 된다) 너끈히 미리 막을 수 있다.” 

경제학계 양심이며 경제학 테레사

결국 아마르티아 센은 수많은 심각한 기근은 식량공급 빠르게 줄어 생겼다기보다는 임금이 줄고, 곡물값이 오르고, 식량분배시스템 취약과 같은 사회경제 요인에 따라 일어난 것으로 밝혀냈다. 민주주의 체제 아래서 정부는 유권자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독제정부체제 아래서보다 대규모 기근과 같은 사태가 나타나기 어렵다고 외치는 센은 민곤 문제에서 민주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센은 1970년대 중반부터 실생활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빈곤과 사는 질을 재는 빈곤지수를 발전시켰다. 빈곤율이란 절대 또는 상대로 기준을 갈라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 수를 헤아려 전체 인구로 나눈 비율이다. 센은 기존 빈곤율만으로는 빈곤을 참으로 알기 어렵다고 봤다. 빈곤율만으로는 빈곤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가난한지를 알 수 없다. 이를 풀려고 빈곤인구뿐만 아니라 빈곤인 사이 소득불평등 정도 따위를 한꺼번에 헤아린 ‘센 빈곤지수’를 고안했다. 또한 마흐법 울 학과 함께 ‘사람개발지수’도 고안해냈다. 이 지수는 국민소득에다가 조기 사망율, 기대수명, 문맹, 의료혜택, 교육 따위에 가중치를 붙여 작성했다. 수학 지식과 통계 방법을 동원해 주류 경제학에서 외면해 온 빈곤문제 연구에 평생을 바친 아마르티아 센은 빈곤계층에게 실제로 도움을 주려고 힘썼다.

“여성 경제 참여는 그 자체로 보상이면서(가족 의사결정에서 여성 처우 편향을 줄이는 것과 함께) 흔히 사회 변화를 가져오는 주요한 요인이다. 방글라데시에서 그라민 은행이 거둔 놀라운 성공은 좋은 본보기다. 이 통찰력 있는 소액대출운동은 무함마드 유누스가 이끌었는데, 특히 여성 대출에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해서 여성들이 지역 금융시장에서 차별을 받아 겪은 불이익을 없애려 했다.” 
 
노벨경제학상 상금 760만 크로네, 우리나라 돈으로 8억 7천만 원을 모두 소녀들을 가르치는 인도 재단과 남녀평등에 땀 흘리는 방글라데시 재단에 내놓은 아마르티아 센을 경제학자들은 날카로운 지적 능력과 부드러운 인간미를 두루 갖춘 ‘경제학계 양심’이며 ‘경제학계 테레사’라 부른다.

   
인문학 강의를 하는 경영코치, ‘연구소통’ 소장으로 소통을 연구하며, 지금즉市 트區 들으面 열리里 웃길 79에 산다. 펴낸 책으로는 <법정스님 숨결>과 <법정, 나를 물들이다>, <가슴이 부르는 만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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