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에 담긴 우주
돌멩이에 담긴 우주
  • 변택주
  • 승인 2014.12.24 0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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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변택주의 <섬기는 리더가 여는 보살피아드>-101. 홍선영

검고 어두워 보이는
땅 아래에는 땅 위에 있는
아름다운 것들이 거울처럼
그대로 이어져 있어요.
작은 돌멩이를 햇빛 아래서
찬찬히 살펴보세요.
구름, 무지개, 은하수, 달과 해,
풀과 나무, 때로는
깊은 우주까지 가지런해요.
 
이 모든
있는 그대로
아름다움을 드려요.
말끔히 씻기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이미 그대로 옹글었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망가지지
않도록 하는 것뿐이었어요.

누구나
주울 수 있고
누구에게나
잘 어울리는 맵시는
우리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세상에 고스란했어요.

가지런한 시구는 갖가지 돌멩이, 조가비나 고둥처럼 누리가 힘껏 빚어낸 솜씨에 되도록 적은 손길을 보태 가락지로 귀고리로 살려 빚어낸 제이드 소사이어티 얘기꽃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제이드가 만들어내는 기러기 식구 카드에는
“기러기는 참 많은 사랑을 주고받는 새입니다. 해마다 수천 킬로미터를 오가지만, 기러기 식구는 절대 헤어지는 법이 없고, 아빠 기러기는 외롭지 않습니다. 한 번 맺은 인연을 목숨이 다 할 때까지 소중히 여기며 살아갑니다. 이것은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온 기러기들 슬기로움입니다. 우리는 무엇이 가장 소중한 것이고, 무엇을 지켜야 하는지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기러기를 모델로, 식구를 보듬는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가장 오래도록 함께하는 사람과 이 기러기 카드를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모바일 메신저처럼 쉽고 바르지는 못하지만, 어쩌면 당신에게 없어서는 안 될 메신저가 될 것입니다.”


로랜드 고릴라 카드에는
“오해하지 마세요. 고릴라는 사납고 포악한 동물이 아닙니다. 사람 이기심이 고릴라를 무서운 야수로 만들었지만, 사실 고릴라는 손하고 정이 많은 동물입니다. 샐러리와 과일을 먹는 초식동물이기 때문에, 다른 동물이나 사람을 잡아먹는 것도 모두 사람이 꾸며낸 영화 속 이야기지요. 있는 그대로 마주한다면, 하트 모양 고릴라 코가 매력으로 다가오는 사랑스런 동물입니다.”

두루미카드에는
“두루미는 ‘뚜루루 뚜루루’ 울어 ‘두루미’입니다. 이 남다르고 커다란 목소리에 60가지가 넘는 몸짓 말을 더해 그야말로 온몸으로 저를 드러냅니다. 이를테면 고개 숙여 인사하기, 마주보며 돌기, 달리기, 날개펴기, 마주보며 높이뛰기, 고개 숙여 발 구르기, 엎드리기처럼 저마다 몸짓이 두루미가 하는 말입니다. 이들 사이에는 아마도 비밀과 거짓, 꾸밈이 있을 수 없겠지요. 때로는 말보다 몸짓이 더 효과 높을 것이라는 것을 오천만 년을 살아온 두루미 슬기로움인지 모릅니다.”

비 카드에는
“잔잔한 호수나 강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고 있으면 리듬이 느껴집니다. 아주 작디작은 차이로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만들어내는 소리와 결이 만들어내는 패턴에 비가 연주하는 리듬이 있습니다. 제멋대로 쏟아지는 것 같은 비에도 리듬이 있듯이, 살아있는 모든 것에는 리듬이 있습니다. 심장 리듬이 숨 쉬게 하고, 세포 리듬이 무늬를 만들고, 여러 사이 리듬이 세상을 돌아가게 합니다. 생명 리듬을 느껴보세요. 떨어지는 물방울은 다시 튀어 오르고, 얼었던 강물은 다시 흐르고, 장마가 지나면 햇빛은 더 뜨거워집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라고 적바림하고 있다.  


종이 접어 그림과 사연을 적어 보내면 카드

동식물들이 사람 손 타지 않고 살 수 있는 땅을 사주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진 젊은 살림꾼 홍선영(31)이 사려가는 제이드 소사이어티 결은 작지만 커다란 물결을 빚어가고 있다. 홍선영은 국민대 국문학과에 들어가 경영학을 복수 전공했다. “대학교 1학년 때 장난감에서 독성물질이 나와 아이들이 위험하다는 뉴스가 나왔어요. 그 뉴스를 보면서 비로소 기업 이윤 추구가 도를 넘어서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장난감 회사를 만들어 영리에 앞서 어린이를 보듬겠다고 마음을 굳혔어요. 그러다가 스물두 살 때 <세상을 바꾸는 대안기업가 80인>이란 책을 만나면서 이윤보다는 사람과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았다는 걸 알았어요.”

홍선영은 카드를 파는 회사 살림꾼이지만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카드는 직접 그려서 보낸다. “꼭 2천원 주고 저희 카드를 사지 않으셔도 좋아요. A4 종이 반을 접어서 겉에 그림을 그리고 안에 사연을 적어 보내면 되잖아요. 저는 누구나 카드 만드는 재미에 빠져들었으면 좋겠어요.”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무엇이든 돈 주고 사야만 한다는 생각에 매여 내 손으로 무엇을 할 생각을 잊어버렸다.

어려서 옷이나 인형, 필통이나 연필 한 자루를 사도 동물그림만 고집했을 만큼 동물에 흠뻑 빠졌던 홍선영. 디자인 회사를 경영하게 된 까닭도 대학교 1학년 때 선물 받은 북극곰 인형에 흠뻑 빠져 북극곰만 그렸는데, 그 그림을 본 친구들 부추겨 재미삼아 북극곰스티커를 만들어 ‘부산국제어린이영화제’에서 선을 보였는데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빨래줄처럼 늘어진 줄에 죽어가는 북극곰 스티커를 걸어놓고 팔았어요. 메시지가 강한 스티커였는데 사람들은 곰이 너무 귀엽다면서 사갔어요. 곰을 보고 샀으니 돈은 곰이랑 저랑 같이 벌었잖아요. 그런데 돈은 저 혼자 다 가졌으니까 곰에게 빚진 기분이었어요. 북극곰을 모델로 내세운 코카콜라사이트를 들어가 샅샅이 훑어봐도 모델료를 줬다는 말이 없더군요. 저희라도 모델료를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동물과 어깨동무해서 제품을 만들어 팔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발걸음을 뗀 회사 ‘제이드’. 멸종 위기에 내몰린 동식물은 제이드 모델 ‘제이델’이 된다. 제이델을 주인공 삼아 신문지로 연필을 만들고 되살린 종이로 노트나 카드를 만들면서 환경 보존이 환경운동가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려고 힘쓴다. 2009년 환경부와 함께 ‘세계습지의 날 행사’ 때 스티커 프로젝트를 진행 ‘SAVE THE BROWN’ 스티커 세트를 팔아 얻은 수익금 10퍼센트를 습지보전 사업 기금으로 내놓았다. 이 일이 환경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 관심을 끌어 모으는, 작지만 큰 걸음이라고 여겨, 제품을 만들어 팔고 동물에게 모델료를 주는 회사란 컨셉으로 소셜벤처경영대회도 나가다보니까 같이 해보고 싶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기꺼운 마음으로 그들과 손잡고 맹렬히 한 해 반을 넘기고 난 홍선영 대표. 문득, ‘이 일이 참으로 동물을 돕는 일일까?’ 싶으면서 ‘그동안 북극곰에게 모델료를 준다는 명분에 얽매어 꼭 필요하지도 않는 물건을 사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몸서리쳤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북극곰이나 소비자를 돕는 일이 아닐까?’ 멈춰선 홍 대표, 숱한 인연을 정리하고 다시 혼자가 됐다. 2009년 하반기.


동물에게 땅을 사주자

홀가분하게 동물 책이나 다큐멘터리 사진, 영상을 샅샅이 훑었다. 좋은 사진이 있으면 저장하고 신기한 이야기는 정리해 웹사이트에 올려 사람들과 나누면서 아이템을 확 줄였다. 고개를 들어 다른 회사 친환경 제품을 돌아보니 위험에 싸인 동물 모습을 드러내 사람들에게 도와야겠다는 마음을 끌어내려는 애쓰는 모습이 눈에 들어와 지난 날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는 홍선영 대표. 재료가 친환경이냐 아니냐에 앞서 노트 한 장이라도 알뜰하게 끝까지 쓰고 쉽사리 버리지 않게 하는 결고운 상품개발이 바로 환경을 살뜰히 여기는 느꺼운 마음씀씀이가 아니겠느냐고 한다.

“이제 모델료를 직원 월급 주듯이 하려고 해요. 기업이 우리는 직원 월급을 준다고 떠벌리지 않잖아요. 굳이 우리는 동물 모델료를 주는 회사라고 겉으로 드러내 좋은 일 하니까 많이 사달라고 하긴 싫어요.”

회의를 할 때 꼭 한 사람은 북극곰이 되어 참여했다. 마침내 곰, 기러기, 다람쥐 어떤 동물이라도 식구들을 잘 보살피려면 가장 먼저 보금자리를 만들려고 하지 않겠느냐? 생각이 미친다. “동물 집은 땅이잖아요. 찾아보니까 내셔널트러스트nationaltrust에 땅을 기부하면 나라나 다른 힘들이 넘보지 못하게 지켜준다고 해요. 그래서 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 기부하려고 마음을 굳혔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그만 땅을 사서 기부하려고 차곡차곡 돈을 모으고 있다.

‘기업은 소비자가 해야 할 고민을 대신 하는 업業’이라고 정의하는 홍선영. “제가 어디 있든 제 몸뚱이 빼고는 다 산 물건이에요. 바닥재부터 천장까지 모두 기업이 만들었죠. 어떤 물건을 사느냐에 따라 환경, 삶이 바뀌잖아요. 그래서 저는 카드 하나 노트 하나 만드는 일이 삶을 바꾸는 일이라 생각을 해요.” 곁에 있는 식구들한테 보내는 카드 한 장이 카카오톡보다 더 살갑다고 여겨 카드를 쓰거나 받는 사람 입가에 벙그는 웃음을 떠올리며 자연이야기를 알리는 홍선영은 TV에 나오는 동물 다큐멘터리에 고개도 까딱 않던 젊은이라도 제이드 카드 뒤에 적바림된 기러기 사랑이야기를 찬찬히 살피고 나면 동물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겠느냐면서, 조금 조금씩 ‘내가 좋으면 자연에도 좋고 자연 행복이 내 행복이고, 내게 문제가 생기면 자연도 아파하고, 자연이 아프면 나도 아프다는 생각으로 어떻게 살지 고민하는 일이 환경과 어울려 사는 일이구나.’ 알아차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다.

   
인문학 강의를 하는 경영코치, ‘연구소통’ 소장으로 소통을 연구하며, 지금즉市 트區 들으面 열리里 웃길 79에 산다. 펴낸 책으로는 <법정스님 숨결>과 <법정, 나를 물들이다>, <가슴이 부르는 만남>이 있다.


[기사제보 cetan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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