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팽목항에서 불교의 미래를 봤다
진도 팽목항에서 불교의 미래를 봤다
  • 하도겸 칼럼니스트
  • 승인 2014.12.31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도겸 박사의 ‘불교의 자성과 쇄신’ <22>

2014년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세월호 침몰’ 사건이다. 476명이 승선한 세월호는 4월16일 오전 9시께 진도군 관매도 부근 맹골수도에서 침몰했다. 172명이 살았고 295명이 시신으로 돌아왔다. 학생 325명과 교사 14명이 수학여행을 떠났지만, 75명의 학생과 3명의 교사만 돌아왔다. 학생 4명과 교사 2명, 일반인 3명은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찾는 작업을 지난달 11일 종료했다. 9명의 실종자 가족은 국민을 위해 실종자 수색 종료에 동의했다. 그 많던 바지선과 민간 잠수부, 소방서와 해경도 철수했다. 그러나 실종자 가족들은 여전히 컨테이너에서 내 아이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그러기에 더욱 ‘세월호 침몰’을 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남았던 곳은 팽목항 법당이 유일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스님들은 침몰사고 직후 바로 긴급구호봉사단(단장 법일 스님)을 보냈고 진도불교사암련 소속 스님들은 220여 일 동안 진도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에서 국민과 함께 울며 봉사했다. 우리나라 역사상 최장기간의 긴급재난구호봉사가 될 것이다. 하지만 너무나 큰 슬픔에 아무도 이런 사실을 입 밖에조차 내지 않는다. 스님들은 참사의 현장에서, 진도실내체육관과 팽목항에서 불자든 아니든 도움을 원하는 모든 유가족과 함께했다.

이들은 진도실내체육관에 법당과 가족상담실을 운영했고 구호물품지급대를 설치해 유가족에게 전달했다. 팽목항에도 법당을 설치했다. 전국에서 자원봉사하러 온 700명의 스님이 팽목항 법당에서 하루 13시간의 릴레이 기도를 했다. 물품과 금품을 후원한 단체, 사찰, 스님은 부지기수였다. 실종자가족들을 사찰로 초대해 수시로 공양과 기도를 함께 하고 물품을 지원했다. 아무도 다가가려고 하지 않았던 시체 신원 확인소에서 비구니스님들은 오열하고 실신하는 가족들의 손을 잡았다. 실종자를 찾는 잠수부들을 위해 수시로 간식과 염주를 전하고 힘을 북돋웠다.

세월호 침몰 228일째인 지난달 29일 오후, 유해가 들어오던 진도 팽목항은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수륙재를 했다. 수륙재는 불교적 의례이기 전에 세월호 유가족과 진도군민,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이 함께 모여 남은 가족들의 절절한 마음과 아픔을 함께 겪은 유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희생자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해, 나아가 안전한 나라를 기원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수륙재는 나와 남의 차별이 없고 원수와 천지가 평등해지는 법회라는 뜻이 있다. 외로운 영혼들을 구제하기 위해 베풀어지는 법회로 모두가 억울함이 없게 하겠다는 의지도 담고 있다.

수륙재 날 단원고 2학년 9반 ‘예지’ 엄마의 말처럼 세월호는 인양돼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팽목항에 4·16 기념관을 설치하고 이날을 추모국경일로 선포해 대한민국과 함께 영원히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절대 잊어서는 안 될 날로 삼아야 한다.

봉사단장 법일 스님은 “진상규명과 선체 인양이 끝나야 우리 일도 마칠 것 같다. 침몰한 이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바닷속에 들어가지 못했고 오직 기도와 봉사뿐이었다. 돌아가신 분들의 천도를 기원하고 실종자들이 하루속히 돌아오도록 선체가 인양되고 실종자가 돌아올 때까지 열심히 기도하겠다”고 했다.

침몰 첫날 1000개의 떡을 가져간 금강 스님(미황사 주지)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가장 중요하다. 실종자가 남아 있는 만큼 선체를 인양해야 한다. 선체가 인양돼 실종자를 찾는 날까지 여러분이 함께해달라”고 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이 지난 29일 세월호 관련 공로자들을 포상했다. 포상자는 ▲법일 스님(진도사암연합회 회장, 진도 향적사 주지, 진도 현장본부 본부장) ▲진현 스님(전 진도 쌍계사 주지, 진도 현장본부 부본부장) ▲금강 스님(해남 미황사 주지, 진도 현장본부부본부장) ▲선일 스님(진도 현장본부 도감, 팽목항 법당 지킴이) ▲법전 스님(진도 체육관 법당 지킴이) ▲원웅 스님(팽목항 법당 지킴이) ▲원돈 스님(시흥 대각사 주지, 안산에서 주도적으로 장례 및 49재 봉행) ▲지완 스님(진도 체육관 지킴이) ▲도철 스님(광화문 세월호 국민 단식 32일 동참) ▲항명 스님(안산 쌍계사 주지, 안산 합동분향소 총괄) 등 10명이다.

시상식 때 자승 총무원장은 “스님들의 활동은 각계각층에 많은 감동을 주고 불교계 봉사활동에 신뢰를 줬다”고 했다. 그런데 왜 지난 4일 제26회 포교대상 시상식에 그들은 안 보였을까? 뒤늦게 ‘표창’을 하는 것은 자승 총무원장이 잃은 우리 불교와 스님들에 대한 신뢰를 팽목항 스님들이 다시 얻어준 것이기 때문에 숟가락을 얹은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어쨌든 안 한 것보다는 뒤늦게나마 표창하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표창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포상의 후속조치도 바로 내놔야 한다. 자승 총무원장은 유공자들에게 적어도 ‘일계급 특진’ 등에 해당하는 대우를 하기 위해 뜻만 있다면 자기 측 불교광장이 차지한 종회에서 ‘세월호특별법(조계종 내규)’도 만들 수 있다. 특히 만취음주운전을 일으킨 상좌들 자리나 폭력, 음란한 성행위, 도박, 사기 등을 일으킨 주지들로 오염된 자리의 후임 등에 세월호 유공 스님들을 우선 배려해야 한다. 우리 불교 미래희망의 아이콘이 된 이 스님들이 원하지 않더라도, 팽목항에서 보여준 큰 자비행을 도심지 포교 등에서도 활용할 수 있게 ‘명령’이라도 해서 임명해야 한다.

* 이 글은 사부대중 모두가 깨달음으로의 길을 가기 위해 자성과 쇄신 등 공익적 목적으로 일부 전문가와 신도들의 의견이나 우려를 전하는 형식으로 작성됐다. 이는 일방의 의견일 뿐 다른 해석과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기사제보 cetana@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34-733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법인명 : 뉴스렙
  • 제호 : 뉴스렙
  • 등록번호 : 서울 아 0043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7-09-17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뉴스렙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etana@gmail.com
  • 뉴스렙「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조현성 02-734-7336 cetana@gmail.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