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남 스님의 '대국통 자장율사 그리고 영축산인의 한담'
지계 근본도량 영축총림 통도사 율주 혜남 스님이 <대국통 자장율사 그리고 영축산인의 한담>을 펴냈다.
출가 전 <맹자> 등을 읽고 사람 사는 도리에 고민이 많았던 스님은 인, 의를 실천한 성군도 죄 없는 이만 죽이지 않았을 뿐이라는 생각, 세상에서 출세하는 것은 남을 짓밟는 것이라는 생각 속에 출가를 했다. “풀 벨 때 잘린 마디에서 액이 솟는 것이 피로 보였다. 생명을 죽이며 사는 것이 아닌 살리며 사는 방법을 고민하다 출가했다”는 스님이다.
책에는 실수로라도 남의 목숨을 빼앗지 않기 위해 일생을 율사로 살아온 스님의 고민과 사색이 담겼다. 스님이 <불교신문>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것이다.
다음은 스님의 글 가운데 ‘계율 제정의 이유’
부처님이 열반에 드시자 많은 제자들은 하늘이 무너진 듯하고 땅이 꺼진 것 같아 슬픔을 이길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이때 나이는 많지만 늦게 출가한 한 비구가 “여러분 근심하지 마십시오. 이것은 하여야 한다. ‘이것은 하면 아니 된다’라고 잔소리 많던 부처님이 돌아가셨으니 지금부터는 우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됩니다”라고 소리 쳤습니다.
이 말을 들은 상수제자인 가섭존자는 교단의 장래를 걱정하여 3개월 뒤에 필발라국 칠엽굴에서 500명의 아라한을 초청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편집하였는데 이 제1결집 때 율장부터 먼저 결집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 계율이 불법의 기본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 율장에서 계율을 제정한 열 가지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대충 열거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대중을 감싸 안아 주기 위함이다. 둘째, 대중을 화합시키기 위함이다. 셋째, 대중을 편안하게 하기 위함이다. 넷째, 길들이기 어려운 사람을 길들이기 위함이다. 다섯째, 뉘우치고 부끄러워하는 자를 편안하게 하기 위함이다. 여섯째, 아직 불법을 믿지 못하는 자를 믿게 하기 위함이다. 일곱째, 이미 믿는 사람에게 믿는 마음을 증장시키기 위함이다. 여덟째, 현재 세상의 번뇌를 끊기 위함이다. 아홉째, 후세의 탐욕으로 인한 나쁜 업을 끊기 위함이다. 열째, 올바른 법이 오래 머물도록 하기 위함이다.
천재, 지변, 전쟁 등 모든 것이 불안하고 확실하지 않은 이때 부처님의 계를 받아 부처님의 품안에 안겨, 서로 화합하고 편안한 생활을 즐기며, 길들이기 어려운 사람을 계율로써 길들이며, 허물을 뉘우치고, 아직 불법을 믿지 못하는 사람은 믿도록 가르치고, 이미 불교를 믿는 사람은 신심을 북돋아 주며, 현세의 근심 걱정을 끊고, 후세의 업장을 만들지 않도록 각자가 노력하여 불법이 세상에 오래 머물기를 발원합니다. | |
대국통 자장율사 그리고 영축산인의 한담┃혜남 스님┃맑은소리맑은나라┃1만3000원
[기사제보 cetana@gmail.com]
저작권자 © 뉴스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