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 대중공사에 제안한다
100인 대중공사에 제안한다
  • 승언 스님
  • 승인 2015.01.30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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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도층 스님들의 인식변화와 거주권 보장의 제도화

지난 28일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가 문을 열었다. 예상했던 대로 참회와 성찰보다 공업을 내세웠다. 종단 지도부 스님들의 종단 문제에 대한 진단의 키워드는 공업인 것 같다. 맞다. 세상은 연기적 관계이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공업 아닌 것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라는 공업이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공업으로 진짜 책임져야 할 사람들에게 면피가 되는 공업으로 되는 것을 늘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공업을 주장할 땐 각자가 자기문제로 인식하고 자기반성과 책임의식을 가지고 실천적 주체자로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말을 해야 한다.

나아가 그렇게 각성된 개별적 주체들이 스스로 또는 함께 행동할 수 있도록 해야 공업은 바뀐다. 혹여 나는 빠지고 계몽적 구호나 정치적 구호로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성찰해야 한다. 100인 위원 스스로 공업의 일원임을 뼈저리게 통감하고 100인 위원만이라도 실천한다면 공업은 녹여지고 종단은 바뀐다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즉 변화와 개혁의 대상임과 동시에 주체임을 자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100인 위원 스님들 대부분은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가진 종단 지도층 스님들이므로 공업에 대한 책임은 그 누구보다도 더 막중하고, 공업을 녹일 수 있는 힘과 권한은 누구보다도 더 크기 때문이다. 100인 위원 스스로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또 실천할 수 있고 실천하면 실천한 만큼 바로 바뀐다고 하는 주체적 자각이 있기를 거듭 바란다.

물론 사부대중 모두 이런 생각을 가지고 각자 위치에서 주체적인 행동을 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실천 없는 주장이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 쓴소리를 하는 것은 종단의 변화와 발전에 기여하는 100인 대중공사가 되기를 바라는 애종심임을 이해해 주시고 대중의 비판적 시각과 쓴소리를 대중공사 끝날 때 까지 각성제로 여겨 주시면 더없이 고맙겠다.

원장스님께서는 100인 대중공사에서 나온 안들을 적극 종무행정에 반영하여 실행할 의지가 있음을 말씀하셨다고 한다. 따라서 필자가 보기에 조금만 연구하면 실천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종책 한가지만을 제안하고자 한다.

필자는 어떤 계기로 현재 종단의 제반 문제점 개선과 나아갈 방향으로 ‘승단의 수행환경 조성과 승가공동체 회복에서 출발을 삼아야 된다.’라고 생각하고(물론 수행은 불교활동 모두를 포함한다.) 그러기 위하여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거주권의 보장과 거주 투명성의 제도화’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것은 가장 시급한 문제이면서 동시에 별도의 많은 예산이 필요치 않고 무엇보다 기득권층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아도 가능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우선 시급하고 가능한 것부터 시도하자는 것이다.

지도층 스님들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은 얼마 전 산행 중에 들린 어느 사찰 스님께서 해준 이야기 때문이다. “어느 아는 스님이 돈 없이 병이 들자 문중이나 본사나 어디 하나 책임 있게 나서지 않고 해서 사글셋방 얻어서 병고에 시달리다 속가 인연에 의지해서 마지막 생을 마감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웠다”라며 노후를 사찰에서 보낼 수 있도록 본사나 종단이 나서 주었으면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새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출가한 승려가 절에서 살다 절에서 마지막 여생을 보내고 싶다는 이 소박한 소망마저 이루어질 수 없다면 승가공동체라 할 수 있는가? 물고기가 물에 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듯이 승려가 절에 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인데 이것마저 이루어질 수 없는 승가가 과연 승가공동체라고 할 수 있는가?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 할지 모르겠다. 그 스님이 잘못 살아왔겠지라며 개인의 탓으로 돌릴지 모르겠다. 제발 그러지 말자. 그가 어떻게 살아왔던 그가 어떤 승려든 의식주 해결은 교단이 나서야 한다. 그 이상 누리는 것은 개인의 능력으로 돌려도 좋다. 사회에서도 그가 어떻게 살아왔던 상관없이 부양가족이 없는 병자와 노인은 국가가 돌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것이 국가의 존재 이유다. 세속의 공동체도 그러한데 하물며 거룩한 승가 공동체가 이래서 되겠는가.

사실 저의 경험으로 보면 종단 지도층이나 어른 스님들 그리고 기득권층 대부분 스님들의 인식은 이러한 문제를 개인 수행 문제로 돌리는 경향이 많다. 저 같은 사람도 그렇게 생각했으니 말할 필요도 없다. 물론 수행자가 의식주를 걱정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각자 개인은 자신의 수행부족과 원력부족으로 돌리고 성찰해야 마땅하며 나아가 원력을 가지고 더욱 정진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교단이 그렇게 생각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그렇다면 부처님 가르침에 따라 각자 알아서 수행하면 되지 승가 공동체는 왜 필요한가.

부처님께서는 절대로 개인의 능력에 맡기지 않았다. 부처님 당시에도 개인의 수행력은 천차만별이었고 수많은 문제들이 있었지만 개인이 알아서 하시오라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율장이 생긴 것 아닌가.

예를 들면 ‘제자는 스승을 여러 가지로 받들어 섬기고 시봉해야 함은 물론 스승 또한 제자가 병이 나면 제자가 스승을 여러 가지로 섬기듯이 스승도 병든 제자를 온갖 수발을 다해야 된다.’라며 일상의 소소한 것까지 일일이 나열하고 있다. ‘병든 자를 시봉하는 것은 나를 시봉하는 것과 똑같다.’라고 까지 말씀하셨다. 즉 스승은 제자를 잘 보살피고 제자는 스승을 잘 모셔야 하며 병든자나 연로한 분들을 잘 수발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죄가 되고 처벌조항까지 있었다. 즉 권장 사항이 아니라 강제 의무사항이었다.

이것은 올바른 승가공동체 구현을 통한 수행풍토조성에 있었다고 본다. 그런 토대가 있어야 각자 안으로 지혜를 개발하는 수행을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다(上求菩提 ). 필자는 이것이 율장 탄생 배경의 첫 번째로 본다.

두 번째는 전법을 위한 것이다. 승가는 세속의 비난에 아주 예민하게 반응한다. 율장의 많은 부분이 세속의 비난으로부터 승가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 생긴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물론 이는 의식주를 탁발에 의존하는 문화와도 연관이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청정한 믿음을 일으키게 하거나 없어지지 않게 해서 모든 중생들이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행복으로 인도하기 위한 것임을 율장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下化衆生). 이렇듯 율장의 탄생 배경은 깨달음(지혜)과 자비실천이라는 불교의 양축을 구현하기 위해 사방승가와 현전승가의 지속적 존속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은 율장 속에서 하셨던 부처님의 역할을 교단이 대신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단의 운영권자나 권한을 가진 자는 대중이 위임한 권한임과 동시에 부처님의 역할을 대신한다는 엄중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제도보다 구성원들의 의식이 문제라는 말로 문제의 본질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율장은 제도이다. 거듭 밝히거니와 승단 구성원의 의식주 문제는 개인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승단이 제도와 시스템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지도층 스님들 특히 100인 대중공사에 참여하는 스님들의 인식 변화를 간절히 호소한다.

거주권 보장의 제도화

현재는 개별 사찰의 거주권은 주지가 독점하고 있다. 기껏해야 사찰의 필요에 따라 승려를 고용하는 고용주와 피고용자의 관계다. 이러한 현전승가의 관계 속에서 어떻게 공동체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성 주체성을 가질 수 있겠는가? 이러다 보니 적지 않은 사찰들이 타종단 스님이거나 급조된 스님들 심지어 한국말도 모르는 외국인을 고용해서 기도를 하게하고 있는 실정 아닌가. 이것은 개별 사찰의 주지 탓으로 돌리수도 없고 개별 사찰의 양식에 맡길 수도 없다. 분명히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이다. 제도와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의식과 문화도 바뀌는 것이다.

현재 전국에 있는 사찰이 보유하고 있는 방사만 잘 활용하면 별도의 건축불사 없이 스님들의 방사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기본활동비 의료 요양 노후 등 제반 수용비용은 원칙적으로 단위 사찰이 책임지는 방식으로 한다. 단 사찰마다 수용능력이 다를 수 있으니 승랍과 역할에 따라 보시금은 약간의 차등을 두되 전국 사찰이 대동소이하도록 교단이 관리하면 된다. 분담금방식을 통해 일종의 교단이 소득 재분배를 하는 것이다. 그래도 부족한 재원은 총무원이나 본사가 부담하는 방식을 취하면 될 것이다.

관련 부서나 방사배정 위원회 같은 기구를 신설해서 방사가 없는 스님이 신청을 하면 심사를 통해 관련교구본사를 정하고 교구본사와 협의해서 실사를 통해 거주사찰을 결정하면 된다. 특별한 사정이나 여건의 변화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주지교체와 상관없이 대중의 거주권은 안정적으로 보장되도록 하고 문중이나 인연에 따라 자율성은 보장하도록 한다.

대상은 포살결계를 필한 승납 10년 이상 법계 중덕 이상으로 할 수도 있고 수요와 공급 또는 재정 사정에 따라 상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것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는 주지는 임기 중이라도 면직 또는 징계할 수 있도록 하여 의무화한다. 반면 거주 대중은 대중공의에 따라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사찰업무에 참여하여 봉사하고 역할을 분담해야 한다.

모든 승려는 소임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러면 지금처럼 기도스님을 고용하는 일도 없어질 것이고 직원고용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승려가 승가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활동하게 되어 승단의 역량과 신뢰가 향상될 뿐만 아니라 예산면에서도 훨씬 효율적으로 승가복지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나아가 이러한 시스템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소위 토굴 문제 즉 승려 주거 투명성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할 것이다. 설사 행정적으로 승적이 있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없이 사찰에 거주하지 않는 승려까지 승가의 구성원으로 포함해야 할 것인지, 설사 승가 구성원으로 본다 할지라도 승려복지 혜택을 부여해야 할 것인지 등을 정리해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많은 승려들이 동가식서가숙하며 의식주와 노후를 걱정하는 불안정한 의식주 생활 속에서는 승려의 위의가 설 수 없고 자질이 향상될 수 없으며 생산적인 사고가 나올 수 없다. 언젠가 나이가 들면 노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 수행 교화 자기개발에 더욱 집중할 것이고 지금처럼 시간을 불필요하게 낭비하는 대중이 줄어들 것이다. 사실 주거가 지속적으로 안정되어야 각자 관심분야에 대한 집중도와 지속성이 가능해져 관심분야에 대한 지식이나 연구 수행력 등 에너지가 축적될 수가 있다.

여기에다 승가교육이나 여러 시스템이 더해지면 전체 승려의 자질 향상은 물론 개별사찰이나 교단 그리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능력을 갖춘 승려가 배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개별사찰마다 인적자원이 충분해지고 사찰의 역량이 강화되어 다양한 전법활동이 가능해져 신뢰 받는 사찰과 종단이 될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성숙됨에 따라 승가의 자질과 문화도 성숙되어 수행풍토조성과 승가공동체 구현이 앞당겨질 뿐만 아니라 인사의 공정성이나 재정의 투명성까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될 것으로 본다. 그러면 지나치게 정치화되고 약육강식 적자생존이라는 탐욕과 본능이 지배하는 종단 문화도 바뀌고 선거문화도 바뀌면서 도덕성과 공심 그리고 수행력(철학)과 능력 있는 지도자가 종단 또는 사찰을 이끌어 가는 진정한 승가 공동체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승가 구성원들의 주거 안정성 확보는 수행풍토조성과 승가공동체 구현으로 가는 출발이자 현재 교단의 여러 문제점을 개선하는 토대가 된다고 본다. 따라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에서는 이 문제를 반드시 짚어 주시고 나아가 총무원은 좋은 종책을 만들어서 의무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해 주실 것을 간절히 바라다.

/ 천장사 승언 합장

[기사제보 dasan25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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