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굴암 정말 아무런 문제없나?
석굴암 정말 아무런 문제없나?
  • 법응 스님
  • 승인 2015.02.0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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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콘트리트 구조물 철거, 문화재 영향 우려

<KBS 1TV>는 지난달 29일 9시 뉴스에서 ‘석굴암 앞마당 콘크리트 어쩌나?’ 제하의 보도를 내보냈다. “천년 넘게 견뎌온 석굴암에서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공사를 위해 석굴암 앞에 설치한 콘크리트 구조물이 석굴암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라는 앵커의 멘트로 시작된 뉴스는 석굴암 보호각 보수 공사 후 철거되지 못한 채 석굴암 문턱을 흉물스럽게 뒤덮고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을 영상으로 내보냈다.(※<불교닷컴> 1월 30일자 “석굴암 마당 1m 두께 콘크리트, 문제없나” 기사 참고)

당일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는 바로 엊그제 KBS NEWS 사이트에 올린 취재후기에서 공사 관계자의 말을 전하는 듯 “콘크리트 철거 작업은 빠르면 설 연휴 전에 시작해 4월쯤 끝날 예정”이라며 “일제 강점기서부터 여러 번 상처를 입은 석굴암과 본존불에 또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기에 불교 신도가 아니긴 해도, 부처님께 기도를 올려봅니다.” 라며, 보도가 나가게 된 저간의 사정과 개인적인 우려를 조심스럽게 밝혔다. 일종의 해명성 후기인 셈이다. (2015년 2월 2일자 KBS 인터넷뉴스 ”[취재후]석굴암 앞마당에 웬 콘크리트 구조물?”)

필자는 2013년 11월 15일 <불교닷컴>에 “종단 현실을 대변하는 석굴암”이란 기고문을 통해 “강철 구조물 기단이 시멘트로 되어 있는 것도 충격이다. 석굴암 보호 ․ 관리에 필요한 공사라면, 시멘트, 철제빔과 같은 인위적 가공물은 배제하고, 가능한 자연 소재를 사용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문제를 제기했었다.

이후 11월 22일에 필자는 문화재청과 경주시에 “석굴암 석굴 보호각 설치에 대한 총 10개항의 질의”를 했다. 질의에 대한 답변의 요지는 “본 공사는 석굴암 석실 앞쪽에 있는 보호각 수리에 관한 사항으로 보호각 상부 목부재(대량, 보)의 파손으로 해체보수가 불가피한 상황”임을 주장하는 내용이었다.[문화재청 : 시행 수리기술과-4862(2013.11.27) | 경주시 : 시행 문화재과-17474(2013.11.27)]

질의서에는 “특히 시공업체 관계자에 의하면 콘크리트 기단(첨부사진)도 철거할 것이라 하는바, 이를 철거하려면 굴삭기에 의한 충격파괴가 그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그 진동이 석굴암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는 없는지, 또 파괴 시 진동에 대한 예상 영향평가를 했는지요?”라는 질문도 들어있었는데(질의 6항), - 참고로, 석굴암 현장은 보수공사 가설 덧집을 강철 H빔으로 건축하면서 기단인 석굴암 좁은 앞마당에 높이 약 1m 상당의 콘크리트를 타설해 놓은 상황이었다. 마당의 석등 대좌 부분만 원형으로 타설을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은 “가설덧집 기단부(바닥)의 콘크리트 철거는 진동으로 주변에 영향이 없도록 무진동 체인 컷팅으로 해체할 계획입니다”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당시 필자는 이미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해체할 때 필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 진동문제를 예견하고 질의한 것이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난해 12월에는 경주시에 직접 전화로 질의를 하였는데, 관계자로부터 “피해가 없는 무진동 공법을 강구중이며 문화재위원회의 재가를 득할 것”이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여기서 지난 1월 29일 KBS 1TV가 내보낸 뉴스의 내용과 그 이후에 나온 취재후기를 비교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어 잠깐 인용한다. 먼저 KBS 1TV 뉴스다.

“보호각 보수가 끝난 지금 콘크리트를 철거하려 했지만 부수는 과정에서 진동이 석굴암에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철거를 맡은 경주시는 진동 감지기를 설치하는 등의 대책을 찾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정희(경주시청 공사감독관) : "진동이 있을 경우에는 공사를 중지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걸로 생각이 되는데, 어떤 진동기를 설치하고, 위치라든지 이런 것들을 다시 한 번 검토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하지만 예기치 못한 한 번의 큰 진동에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어, 보다 면밀한 대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뒤이은 2월 2일의 [취재후] 내용이다.

“공사를 하고 있는 경주시와 감독을 맡은 문화재청을 취재한 결과, 콘크리트의 규모는 석굴암 손상 없이 덧집을 짓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철거는 무진동 공법으로 진행하되, 곳곳에 진동 감지기를 설치해 철거 과정을 철저히 감독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무진동 공법으로 철거 공법이 변경된 것은 최근의 일이고 진동 감지기 설치 등은 아직 진행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해 콘크리트 철거까지 모두 끝나야 했지만, 현재는 공사가 중단된 상태로 경주시나 문화재청도 진동 문제로 아직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 보호각 보수 공사를 위한 가설덧집 제거 후 남은 콘크리트 구조물. 두께가 무려 1m 가량으로 해체시 진동으로 인해 석굴암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사진제공=강우방 일향한국미술사연구원장, 이화여대 명예교수)
본 공사 공식 명칭은 『석굴암석굴보호각 보수공사(공사내용:-가설물 설치 1식 -보호각해체보수 1식)』이다. 공사기간은 17개월. 2013년 8월 1일에 시작하여 2014년 2월 31일에 끝난 것으로 되어 있다.

전문가와 국가 감독기관의 충분한 검토와 검증을 거친 공사라고 믿고자 한다. 우리나라의 빛나는 자부심이고 세계문화유산이기도 하지만, 불자 특히 승려에게 석굴암은 그대로 신앙의 대상이며 최고의 존엄이다. 그동안 석굴암 보수공사를 살펴본 필자로서는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다.

석굴암의 가치와 의미를 생각할 때 17개월이란 기간을 문제 삼고 싶지는 않다. 아니, 그보다 더 길었다 하더라도 수긍했을 것이다. 그처럼 조심하고 또 조심하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곳이 석굴암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대한 ‘강철H빔 가설덧집’과 콘크리트 기단이 필요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문화재청의 답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력하게 남아 있다.

건축에 전문 지식이 없다 해도 웬만한 공사에서 가설덧집은 쇠파이프로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 굳이 강철H빔 구조의 가설덧집이 필요했다 하여도 그 기단은 상응한 두께의 목재로 해결이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이 있다.

가설덧집과 관련한 필자의 질문에 공식적 답변서는 “동 가설덧집은 보수 공사 중에도 보호각의 안전한 해체 보수 및 관람객 안전확보와 후면 석실의 손상 방지를 위해 임시(지)적으로 설치된 것으로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을 싣고 있었다. 여하튼 가설덧집은 철거되었다. 문제는 아직 남아 있는 가설덧집의 콘크리트 기단이다.

철거과정에서 진동으로 인한 영향이 없도록 이른바 ‘무진동 체인 컷팅’으로 해체할 계획이라고 문화재청은 밝혔지만, 기사를 분석해 보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한 데다 만약의 경우 파장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아직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시멘트 구조물에 대한 완벽한 해체공법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설계 시공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시멘트 구조물을 안전하게 파괴한다 해도 옮기는 과정도 번거로울 것이다.

이미 2년 가까이 엄청난 하중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지반에 하중으로 압력을 가해 왔다. 여기에다 공사기간엔 무거운 강철H빔으로 이루어진 가설덧집의 하중이 더해졌을 것이다. 당연히 석굴암 마당의 지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아야 하며, 해체 시 응력(Stress) 작용의 결과로 미세하나마 변동과 변위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비교하여 설명하자면, 댐 저수량의 물 하중으로 지층에 영향을 주어 댐 주변에는 지진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것은 지표면의 압력이 지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다.

석굴암과 그 주변에는 작은 조각 하나 떨어져 있어도 안 되는 지역이고 주변 환경 형상도 함부로 변형을 주어서는 안 되는 곳이다. 그렇게 관리되고 유지되어야 하는 곳이다. 필요한 공사라면 환경을 최소한 훼손하고 조기에 마감해야 한다. 향후 미진 만큼의 문제도 없이 콘크리트구조물이 철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기에 이글을 작성하는 바이다.

세계문화유산 가까이에 이질적인 건축물이 들어서거나 개발이 이루어질 경우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된 사례가 있다. 다리 건설로 역사적 가치와 경관이 훼손됐다는 이유로 2009년 세계문화유산에서 해제된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계곡(Dresden Elbe Valley)의 경우가 좋은 교훈이다.

굳이 세계문화유산이란 명성이 아니더라도, 석굴암! 슬쩍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 나는 아름다움이요, 곁에 있어 주어 그대로 감사하고 먹먹한 우리들의 천년 사랑이 아니던가!

과연 종단과 정부당국은 현재의 석굴암 보호에 몇 점이나 줄 수 있는지 스스로 자문하기를 바란다. 필자는 콘크리트 기단 해체 등 일련의 진행을 예의 주시하면서 유네스코 본부에 질의를 할 계획이다.

/ 法應(불교사회정책연구소)

[기사제보 dasan25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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