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병균 교수(포항공대)
  • 승인 2015.02.09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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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병균 연재칼럼 ‘환망공상과 기이한 세상’ 35.

상습사기꾼을 경찰이 덮치자 사기꾼의 개가 죽기살기로 덤볐다. 그러다 살해당했다. 개는 주인이 나쁜 놈인지 좋은 놈인지 생각할 능력이 없고 또 상관을 안 한다. 개는 목숨을 걸고 주인을 지킬 뿐이다.

자기 종교를 죽기살기로 지키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이들은 자기 종교를 패키지로 산다. 박스로 사과를 사는 것과 같다. 차떼기로 사는 것과 같다. 박스 안에나 트럭 안에는 불량품이 섞여있기 마련이다: 박스나 트럭이 클수록 더하다. 불량품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광신(狂信)이다. (참고로 광(狂) 자에서 (개견)변 ‘犭’는 큰 ‘개’라는 뜻이다. 왕(王)은 ‘음’을 나타낼 뿐이다. 개는 주인의 다른 인간들에 대한 연기관계를 따지지 않는다. 즉 주인이 선인인지 악인인지, 좋은 짓을 했는지 나쁜 짓을 했는지 사유해보지 않고 무조건 미친 듯이 주인을 지지한다. 즉 광신한다. 인간이 개와 수만 년을 같이 살다보니 개의 영향을 받아 생긴 것이 ‘광신 유전자’일 것이다.)

종교는 패키지로 사는 것이 아니다. 어느 누구도 그리 하라고 강요한 적이 없다. 종교는 낱개로 사야한다. 그 종교 가르침 중에 쓸 만한 게 있으면 취하고 이상한 것은 버리면 된다. 아무도 당신에게 상한 물건까지 차떼기로 사라고 강요할 권리가 없다.

자기 종교를 선전하는 사람이 괴이(怪異)한 소리를 하면, "아! 그렇군요" 하고 말 일이다. 속으로는 "좀 조사해보고 공부해 보겠읍니다. 그동안은 댁이나 그리 믿으세요" 하면 된다. 설사 그럴듯한 말을 하더라도, 통상 종교경전에는 무수한 상한 가짜 가르침들이 성한 진짜 가르침들 사이에 섞여있으므로, 그 말을 듣고 ‘통째로’ 넘어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많은 경우에 진짜는 가짜를 위한 미끼이다! 절대로 그 반대가 아니다. 君不見? 당신은 보지 못했는가? 사과 궤짝 윗부분의 성한 사과는 밑부분의 상한 사과를 팔기위한 미끼라는 것을.

특히, 근간(根幹)이 되는 중요한 교리는 절대로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상대방 말에 생각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다가는 종국에는 돈(肉體)과 시간(壽命)을 내놓게 된다. 얼마 안 되는 지구상에서의 삶을 그놈에게 몽땅 다 바치게 된다. 심하면 영혼까지 빼앗긴다. 그것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신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신의 정의가 자꾸 바뀌는 것을 보면 최소한 과거의 신은 없다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모든 신은 과거의 신이 되므로, 신이 없다는 것은 거의 확실하다. 인류역사에는 그런 식으로 사망하고 살해당한 신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설사 신이 종교를 만들었다 하더라도 믿고 안 믿을 권리는 인간에게 있음을 명심하라. (그렇지 않으면 종교놀음이 신에게 재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진 유일한 권리일지 모르니 마음껏 누리시기 바란다. 신은 무수히 많은 말을 했으므로(당신도 당신 개, 고양이, 앵무새, 다람쥐, 햄스터, 이구아나, 구렁이, 장수하늘소 등 애완동물에게 말을 많이 하시는가?), 그 많은 말들을 선별적으로 믿을 권리 역시 우리에게 있다.

과일을 한꺼번에 많이 살 때는 용기 밑바닥까지 뒤적거리면서, "혹시 밑에 알이 잘거나 상한 걸 깔아둔 거 아니죠?" 하고 싫은 소리까지 해가며 주의 깊게 확인하면서, 왜 종교는 박스째 패키지로 살까? 그리고 사기꾼의 개처럼 입에 거품을 물고 죽기 살기로 “불량품이 하나도 없다”고 변호하는 것일까? 벌레 먹은 사과를 입에 물고 씹어 먹으면서, “살 때도 없었고,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다”고 말하는 것일까?

누군가, 당신에게 혹은 다른 이들에게, 당신 종교의 뿌리를 흔드는 질문을 할 때면, 무조건 저항하는 일은 삼가라. 혹시 그 사람이 경찰이고 당신은 개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당신은 사유(思惟)할 능력이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주인을 의심하라, “혹시 범인이 아닌가?” 하고. 그 사람이 당신에게 먹이(천국, 영생, 복에 대한 교리가 제공하는 심리적인 위안과 안도安堵)를 주는 것과 그 사람이 범인인지 아닌지는, 서로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다.

당신은 ‘당신의 주인이 이빨이 썩어 빠지고, 배탈이 나서 설사를 하고, 쭈그리고 앉아 냄새나는 용변을 보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왜 그의 주장은 하나도 예외 없이 모두 참이라고 범주적으로 주장하시는가? (그로부터 직접들은 말이 아닌, 그의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말은 더욱 그렇다. 많은 경우에 당신이 믿는 것은 그의 말이 아니라, 그의 대변인의 말이다. 그리고, 그 대변인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다! 뿐만 아니라 이 여럿은 자기 말만 옳다고, 즉 자기만 옳게 들었노라고 서로 다툰다.) 그가 가끔 실수를 하는 것이 더 인간적이고 인류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겠는가? 모든 발전은 실수와 무지 위에 세워짐을 명심하시라. 개는 의심이 지나치면 굶어죽고, 믿음이 지나치면 (주인 또는 주인의 적에게) 잡아먹히거나 살해당한다. 사람은 의심이 지나치면 배우지 못하고, 믿음이 지나치면 헛것을 배운다.

당신에게 비밀을 하나 알려드린다. 사기꾼들은 사기당하는 당신을, 당신이 그 사람을 경멸하는 것보다 훨씬 더 경멸한다. “나쁜 놈! 겨우 그 돈으로 그 큰 이익을 얻으려고 해? 날도둑심보네~. 이런 친구는 한번 호되게 당해서 교훈을 얻어야 해” 하고 말이다. 그러므로 당신이 지불하는 것보다 더 큰 것을 얻으려 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자, 사기당하는 첩경이다. 최소한 이 일에 있어서는, 속계와 종교계가 공히 평등하다. 단기간에 투자원금을 겨우(?) 두 배로 불려준다는 말에 혹해서 전 재산을 날리는 경우도 있는데, ‘유한한 시간과 재물’을 바치고 ‘영원한 수명’과 ‘무한한 즐거움’을 얻으려는 것은 너무(사실은 무한하게) 지나치지 않은가?

최근에 아주 흥미로운 갤럽 통계가 나왔다. 한국인들 중에 자기들 교리에 반(反)하게 윤회를 인정하는 기독교인들이 수십 프로나 된다는 사실이다. 남의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믿는 기독교인들 역시 수십 프로이다. 예수가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를 통하지 않고는 아무도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갈 수 없다”라고 단호하게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요한복음),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도대체 어찌 된 영문일까? 

왜 부처님께서는 ‘법등명(法燈明) 자등명(自燈明)’을 마지막 가르침으로 남기셨을까? 당신은 그 이유를 아시는가?

   
서울대 수학학사ㆍ석사, 미국 아이오와대 수학박사. 포항공대 교수(1987~). 포항공대 전 교수평의회 의장. 전 대학평의원회 의장. 대학시절 룸비니 수년간 참가. 30년간 매일 채식과 참선을 해 옴. 전 조계종 종정 혜암 스님 문하에서 철야정진 수년간 참가. 26년 전 백련암에서 3천배 후 성철 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음.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은 석가모니 부처님이며,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아사상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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