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왜 그리 시끄럽나(16)
조계종, 왜 그리 시끄럽나(16)
  • 하도겸
  • 승인 2015.02.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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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기독교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나는 아간과 같은 자입니다. 1년 전 죽은 친구로부터 재산을 관리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재산을 관리하며 미화 100달러 상당을 훔쳤습니다. 내가 하나님의 일을 방해한 것입니다.”라는 성직자들의 고백과 참회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구약성서 가운데 여호수아서에 등장하는 아간은 하나님께 바쳐야 하는 전리품 가운데 외투와 금덩이를 탐해 도둑질한 대가로 돌에 치어서 죽임을 당한 인물이다. 그의 죄로 인해 가족도 돌에 맞아 죽고 모든 재산은 불태워졌다고 알려졌다. 2011년 7월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가 설교단상에서 자신과 가족의 청렴함을 강조하며 “나는 아간이 아니다”고 말한 데서 더욱 유명해졌다.

숭실학교·숭덕학교를 설립했으며 3·1 운동 당시엔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 독립선언서에 서명해 2년간 옥고를 치렀던 길선주(吉善宙: 1869~1935) 목사는 이른바 ‘한국교회의 오순절’이라 불리는 평양대부흥회가 있던 1907년 1월 14일 저녁집회가 암울하게 끝나가는 것을 지켜봤다. 이미 수백 명이 자리를 뜨고 있었다. 사탄이 적막으로 모두를 누르는 암울한 분위기 속에서 겨우 600여 명 남은 가운데 저녁 7시 길목사는 지금 돈으로는 10억원에 해당하는 100달러를 훔친 고백을 시작했다. 길선주 장로가 이 같이 고백하자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도 하나 둘 큰 소리로 여기저기서 ‘첩 거느렸다’ ‘남을 속였다’ ‘간통했다’ 등의 고백이 쏟아졌다. 이날 회개는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이 일은 한국교회의 급속한 성장의 발판이 됐다. 길목사는 목회를 통해 40여 년간 약 380만 명에게 복음을 전했고 목사·전도사·장로 800여 명과 60개 교회를 세우며 한국기독교 발전의 초석을 마련했다.

최근 ‘선지식’ 송담 큰 스님의 대한불교조계종에 대한 ‘말기암선고’가 있었다.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인 만해스님의 얼이 담긴 조계종의 모태인 재단법인 선학원(이사장 법진스님)이 조계종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독자행보에 나섰다. 자승 총무원장(이경식)의 상자들의 잇따른 만취음주운전사고가 터지고 나서 얼마 안 가 코리아나 호텔에서 자승원장을 비롯한 5원장의 외압이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여기서 동국대 김희옥 총장에 대한 후보 사퇴 압박이 있었다고 하자 보다 못한 학생들과 동창들의 고소가 있었다. 한보광 승려교수의 표절사건이 불거졌지만, 총장 선임을 강행하려는 모습에 총동창회는 국가인권위에 비상임위원인 보광승려(한태식)에 대한 해임진정이 접수됐다. 곤두박질하던 조계종의 위상이 땅으로 떨어지든 말든 조용한 승려들의 모습을 보고 불교의 위상이 더는 떨어지는 것을 참을 수 없었던 바른 재가불자들이 일어섰다. 지난 10일 창립발기인 대회 직후 우희종 바른불교 재가모임 상임대표는 송담 스님 탈종과 조계종 범계 문제에 쓴 소리를 하면서 바른신행으로 파사현정 자세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와중에 조계종은 올해 연중 ‘종단 혁신과 백년대계를 위한 사부대중 100인 대중공사’(이하 대중공사)를 열기로 하고 오는 28일 충남 공주의 한국문화연수원에서 첫 회의를 열었다. 이 엄중한 시기에 열린 대중공사에서 조계종은 앞으로 다룰 주요 의제를 정하면서 힐링, 도약, 용기 등 짧은 단어와 함께 요가, 일출, 연등회 사진 등을 차례로 보여주며 연상되는 단어를 적어내게 하는 졸리지 않았던 토론을 했다고 한다. ‘다만 졸지 않은 게 다인가?’라며 한 신도는 필자에게 어떻게 해보라며 참으로 한심한 눈길을 보낸다. 자승 원장이 염두에 둔 ‘대중공사’의 모델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였다고 한다. 하지만 프란체스카 교황의 모습에서 보이듯, 개혁의 대상인 권승들이 앉아서 개혁을 위한 토론만을 하고 있다고 한 불교계 기자는 안타까워한다. 자신을 바로 개혁할 수 있는 권승들이 길목사처럼 참회는 안 하고 안 졸겠다는 의지만을 불태우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한 신도는 ‘이제 불교도 끝났나보다’라고 전한다.

자승원장은 “대중공사는 정치적인 쇼가 아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대중공사 위원들이 들러리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 스스로 증명해 내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중앙종회(국회) ‘야당’ 격인 종책모임 삼화도량과 지금까지 자정과 쇄신에 앞장서 왔던 재가시민사회단체인 참여불교재가연대와 교단자정센터 등은 참여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강행한 대중공사는 반쪽짜리가 아니라 사생아일 뿐이라며 대체 대중공사의 대상들이 오히려 대중공사를 한다는 게 적반하장도 해도 너무 한다고 한 불교계 전문가는 전한다. 아울러 ‘자승 원장의 정치력이 정말 하늘을 찌르는 바벨탑보다도 높다’며 을지문덕장군이 수나라의 장수 우중문에게 보낸 시를 보내겠다는 신도도 있다.

100인 대중공사에 참여한 이들 가운데는 막말 등으로 이미 세상에 알려져 물의를 일으킨 이들도 있다. 그럼에도 참가자 가운데 어느 한 사람도 구체적인 참회를 한 이가 없다. 조계종 종회의원 선거 지원서에는 ‘전과’기록을 적는 란 조차도 없다고 한다. 자승원장은 “어려서 출가해 정화(淨化·대처승을 절에서 쫓아낸 일)한다고 절 뺏으러 다니고 은사(정대 전 총무원장) 스님 모시고 종단 정치하느라 중으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제대로 배운 적이 없다”고 했다. 지난 9일 영담스님과 연경정책연구소장이 밝힌 방탄복까지 입고 연주대를 뺏으러 갔던 자승원장의 사진은 무엇인가?

그런데도 일부 승려는 ‘언론에서 좋게 평가했다’고 여러 차례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결국 대중공사의 목적이 밝혀지는 순간이다. 언론 플레이를 위해서 대중공사를 한 것인가?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100인 대중공사에 참여한 모든 승려 가운데 전과를 비롯한 범법이나 범계행위가 있는 이들이 있다면 폭로기사 등이 있기 전에 참회와 함께 모든 승직에서 사퇴할 것이며 나머지는 송담 큰 스님께 나아가 참회의 3000배를 하고 삼화도량·선학원과 원용화합하며 바른불교 재가모임 끌어안아야 한다. 그게 대종공사가 가야 할 참된 길이다.

* 이 칼럼은 사부대중 모두가 부처님 구도의 길을 가기 위한 자성과 쇄신 등 공익적 목적으로 일부 전문가와 신도들의 의견이나 우려를 전하는 형식으로 작성됐다. 이는 일방의 의견일 뿐 다른 해석과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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