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희종, 이도흠 교수님께 드리는 공개편지
우희종, 이도흠 교수님께 드리는 공개편지
  • 휴휴
  • 승인 2015.02.17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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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동국대 문제를 넘어선 학문 유린사태를 보면서

존경하는 우희종, 그리고 이도흠교수님!

저는 지리산 은적굴 휴휴입니다.
두 분 교수님들께 머리숙여 합장합니다.

눈 밝은 지성을 찾아보기 쉽지 않은 우리 불교계에, 두 분이 계시다는 것에 항상 감사하고 위안 삼아 지내왔습니다. 저는 조용히 본분사를 다하는 것이 불은에 보답하며 사는 길이라 여기고, 자등명법등명을 새기며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일면식도 없는 교수님들에게 지면을 통하여 연락드리게 되어 송구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불제자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 진정한 도반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사이 우리 불가의 살림살이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벗어나 중생들에게 큰 죄업을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책에 소스라치게 놀라곤 할 때가 많이 있습니다. 물질주의와 만연한 범계로 얼룩지고 있는 승가의 시절인연이라는 생각에 서글프기도 합니다. 하지만 항상 우리 불가에 대한 연민과 애정을 잊지 않고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번 도법 스님과의 끝장토론을 접하고 글을 전하기도 하였지만, 스님을 폄하하거나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고 스님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지면을 빌리게 되는 것은 스스로의 미혹과 차마 떨치지 못하는 분심 때문입니다. 종립대학인 동국대학교가 총장선출 이라는 장애를 극복하지 못하고 점점 미궁으로 빠지고 있는 듯합니다. 108년 역사를 이어온 동국대학교는 우리 선대가 설립하여 유지 발전시켜온 불교집안의 지적 자산창고와 다름이 아닙니다. 이렇게 소중한 선대가 넘겨준 자산을 한줌도 안 되는 정치승들이 유린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들만의 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학을 이권화하고, 종단의 정치구도 속으로 끌어들인다면 우리는 선대에 대하여 커다란 죄업을 짓는 것입니다.

불교계의 지성을 대표하며 치열하게 사시는 두 분 교수님!
권승들의 뒤에 숨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불교학계는 물론 동국대학교의 학문공동체를 혼동과 분란으로 끌고 가고 있는 일부 세력의 음직임이 도를 넘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일부의 동국대 이사스님들이 이사회에 불참하여 학사운영을 마비시키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날 동국대학교 연구윤리위원회는 총장후보에 대한 표절검증 차원으로 제보된 30편 모든 논문에 대한 본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습니다. 결론은 30편 모두가 표절혐의가 있지만 기간이 너무 오래 경과된 표절 건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 것으로 최종보고가 있었습니다. 승복을 입고 학문활동과 표절활동에 대한 분별도 없이 학문세계에 몸담고 있었다면 스스로 부끄럽게 여기고 참회하여야 당연한 것이 아닌가요?

문제가 그러함에도 우리 학계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의 검증절차를 통하여 발표된 표절판정과 연구윤리위원회를 스스로 “불신임”하겠다는 엄청난 선언을 한 것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연구윤리윈원 위원장과 교수위원, 교수회장 등에 대하여 무차별적으로 자신이 검증하겠다고 위협과 협박을 해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가 검찰을 불신임하고 검찰의 부정을 고발하겠다는 것과 다름 아닙니다. 연구윤리위원회의 전문가 조사과정을 본인을 음해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라고 간단하게 치환하면서 자기 항변을 시작합니다. “위원회 활동의 절차와 과정상에 하자가 있다”, “아직 표절결과에 대한 재심절차가 남아있다”, “본인의 표절은 연구부정행위가 아니고 연구부적절행위다” 따위의 논리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는 표절은 표절인데 표절이 아니라는 허무맹랑한 말장난에 지나지 않습니다. 심지어 연구진실성위원회 위원장인 박정극 부총장을 겁박하고, 학사지원본부장과 교수회장등도 표절이 있다고 무차별적으로 대학의 내부메일을 통하여 구성원들에 유포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후안무치는 동국대학교의 문제도, 학승을 자임하는 정치승의 문제도 아닌 우리나라의 학문공동체에 대한 능멸이자, 학문공동체를 파괴하고자하는 탐욕승의 도발입니다.

이러한 학문세계의 유린행위에 대하여는 먼저 불교학계에서의 준엄한 심판이 있어야하고, 학문공동체인 동국대학교 교수사회로부터 철퇴가 가해져야 하는 것이 순서로 생각됩니다. 그래야 불교학계가 살아있고, 동국대학교의 학문공동체가 건실하다는 것을 보여주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지금의 불교학계는 표절당사자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으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불교학계는 독점적 학문구조에 의하여 “학문적 안일주의”와 “집단적 관용주의”가 곳곳에 배여 있습니다. 동국대학교 교수사회도 역시 학문적 정의에 입각한 학문공동체를 수호하겠다는 결기를 보이기에는 아직 준비정도가 낮은 것으로 전망됩니다.

존경하는 우희종, 그리고 이도흠 교수님!
이러한 아카데미즘에 대한 능멸과 학문세계에 대한 유린행위를 바로잡고, 살아있는 대한민국 학문공동체를 건강하게 일구어가는 것은 대한민국의 모든 교수님들의 책임이 아닐까요? 감히 불교계의 지성으로 대표되는 두 분께 이렇게 공개서한을 드리는 것도 동국대학교를 떠나 대한민국 교수사회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충정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두 분이 뜻과 힘을 모으신다면 우리나라의 교수사회에 어느 정도는 진실을 알릴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신성한 학문공동체의 총장이 되기 위하여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다짐과 주장을 반복하고 있고, 동국대학교는 언제까지 학사운영의 마비상태를 감내해야 되는지 알 수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습니다.

저는 산중에 은거하는 미물에 불과합니다. 동국대학교에 관심을 기울여주시기를 두 분 교수님께 청합니다. 한국불교의 세속화와 함께 오염되고 있는 불교학을 구하고, 동국대학교라는 학문공동체를 지키고, 대한민국의 아카데미즘이 건재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시기를 청합니다. 우희종 교수님은 지금 인도에 계시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전 민교협 회장을 지내신 이도흠 교수님은 불교수행과 사회변화를 위하여 새로운 화두를 들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무례하게 서신을 올리는 것은 학문에 대한 유린행위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지워지기 전에 이를 양명하게 드러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희종 교수님의 인도여행이 부처님과 함께하는 깨우침의 여정이 되기를 기원하며, 이도흠 교수님의 수행과 실천에 대한 화두가 더욱 견고해지기를 기원하며 휴휴가 올립니다.

2015년 2월 17일
지리산 은적굴 휴휴 올림

*지난번 지면을 통하여 약속드린 '자승 스님을 위한 변명‘은 다음기회에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기사제보 dasan258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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