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풍수 미학
경복궁 풍수 미학
  • 김규순 원장
  • 승인 2015.03.3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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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순의 풍수이야기 49.


임진왜란으로 왜군이 파죽지세로 한양으로 올라오자 대책이 없던 조정은 선조 25년 1592년4월30일 새벽에 서울을 떠나 의주로 파천을 단행했다. 그 후 경복궁은 화재로 소실된다.

임진왜란을 기록한 유성룡의 <징비록>에는 “고개를 돌려 도성 안을 바라보니 남대문 안 큰 창고에서 불이 일어나 연기가 이미 하늘에 치솟았다.”라고 4월30일을 기록하고 있지만, 백성들이 경복궁에 불을 질렀다고 하지는 않았다.

왜군의 선봉대로 가장 먼저 한양에 입성했던 고니시 유키나가의 휘하 오제키 사다스케大關定祐의 <조선정벌기朝鮮征伐記>에서 5월3일에 입성한 그는 경복궁을 처음 본 소감을 보면, “궁궐은 구름위에 솟아있고 누대는 찬란한 빛을 발하여 그 아름다운 모습은 진나라 궁전의 장려함을 방불케하더라” 라고 기록되어 있어서 적어도 5월3일까지는 경복궁이 건재했다. 제1군에 속한 승려 덴케이天荊의 한문 일기 <서정일기西征日記>를 보면 5월7일자에 “금중禁中에 들어가니 궁전은 모두 초토로 변해있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왜군이 점령한 시기에 화재가 났으므로 결국 왜군이 불 지른 것으로 추정하기에 무리가 없다. 조선 백성이 불을 질렀다면 그들이 기록하지 않았으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경복궁에서 왕자의 난이 일어났고, 수양대군의 계유정란과 단종의 폐위가 일어났으며, 연산군의 횡포가 자행되었고, 임진왜란으로 백성이 고초를 당했다. 역사상 권력투쟁이 없었던 나라가 없었고 전쟁이 없었던 나라가 없었는데 이런 이유만으로 경복궁의 풍수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조선의 전성기와 200년의 평화 시기는 오히려 경복궁이 정궁이었던 시절이다. 오히려 창덕궁 시절에 왕권은 미약해졌고 이틈을 타서 양반들의 전횡으로 백성은 피고름을 짜던 시기였고, 조선이 멸망을 향해 달려가던 시기는 덕수궁에 있을 때였다.

왕조시대에는 오직 한사람만 왕의 직위를 이어받는다. 왕조시대에 매번 훌륭한 왕이 태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억지 아닌가. 왕조의 부침과 불행을 풍수로만 해석한다는 것은 무리이고 억지이다.

지구상에 ‘풍수적으로 온전한 땅은 없다’라는 전제로 경복궁을 합당하게 바라보자. 건물은 자연이 아니라 인공적인 것이다. 얼마나 자연과 조화로우며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이느냐에 초점을 가져야 한다.

먼저 통치자는 용을 타야 한다. 용이란 산 능선을 말한다. 북악산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용이 발달하지 않은 목산이지만, 경복궁은 북악산의 중출맥 위에 올라서 있다. 이보다 더 확실한 중출맥을 보았는가. 한양에서 가장 넓고 가장 안정된 땅이다.

둘째, 북악산을 자세히 보면 그 모습이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경복궁을 외면한 듯한 형국이다. 풍수적으로 산은 혈을 내려다보아야 하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광화문에서 사진을 찍어보면 북악산의 우측에 경복궁이 있어서 경복궁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경복궁 설계자의 절묘한 위치선정이다. 뛰어난 풍수미학을 보여주고 있다. 응봉을 어깨로 삼아 왼팔로 경복궁을 끌어안고 있고 인왕산을 어깨로 오른 팔로 크게 보다듬고 있는 형상이다. 비록 사신사가 조금 험악하다고 해도 이 정도라면 빼어난 선택이다.

셋째, 경복궁 뜰에서 근정전을 바라보면 북악은 가려지고 하늘만 보인다. 땅의 지기를 바탕으로 천기를 받고 있음이다. 천지인을 염두에 둔 경복궁 설계자의 뛰어난 공간미학을 감상할 수 있다.

넷째, 경복궁이 바라보고 있는 방향은 정남이 아니라 우측으로 살짝 방향을 틀러서 정동貞洞을 바라보고 있다. 조선 초에 이성계 태조비 신덕왕후가 묻혀 있던 곳이다. 이곳을 황토마루라고 불렀다. 한양도읍지의 안산이 남산이라고 해서 경복궁의 안산도 남산이라고 착각하는 분들이 있다. 경복궁의 안산은 황토마루이다. 건물은 어느 쪽을 보고 짓느냐에 따라서 안산이 달라진다. 시야를 가리는 남산을 피하고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하여 멀리 관악산을 바라보고 있다. 이 얼마나 탁월한 선택인가.

경복궁은 주위환경과 조화로워서 미학적으로 매우 훌륭한 건물이다. 조화로운 건물에서 조화로운 기운이 나온다. 다만 인간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참조 : 한국사상식바로잡기(박은봉 저)

   
저널리스트 김규순은 서울풍수아카데미 원장이다.  풍수지리학이 대한민국 전통콘텐츠로써 자리매김하는 방법을 찾아 노력하는 풍수학인이다.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서 석사학위 취득. 풍수는 이준기, 김종철, 김대중 선생께 사사 받았다. 기업과 개인에게 풍수컨설팅을 하고 있다. 네이버매거진캐스트에서 <김규순의 풍수이야기>로도 만날 수 있다. www.location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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