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일하지 말아야 한다(상)
방일하지 말아야 한다(상)
  • 하도겸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4.05 01: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뜻으로 보는 입보리행론 9

보살들은 이와 같이 일으킨 보리심을 확고하게 지니고서[정념:正念] 항상 흔들림이 없이 [방일하지 말고] 가르침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수행에 애써야 합니다.

까닭에 조금이라도 벗어난 것이 있다면 경솔하게 시작했거나 신중하게 잘 점검하지 못했다면 혹여 벌써 하겠다고 맹세하거나 약속했을지라도 앞으로 계속해서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깊이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부처님과 보살들은 항상 크나큰 지혜로 모두 깊이 철저하게 생각하고 관찰해 왔습니다. 저 또한 거듭 최선을 다해 심사숙고해야 하는 것이니만큼 어찌 다시 다음으로 늦출 수가 있겠습니까? 만일 이와 같이 맹세해 놓고도 이를 이루기 위해 행동으로 옮기려 애쓰지 않는다면 모든 중생들을 속이는 것이 됩니다. 그런데도 제가 가야 할 윤회(輪廻)의 길은 어찌되겠습니까?[다시 중생의 몸을 받을 수 없을 것입니다] 경전에 의하면, 아무리 사소한 물건이라도 마음속으로 한번이라도 ‘보시하겠다’는 생각을 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에게도 주지 않는다면 아귀로 태어난다고 합니다. 최고의 행복한 자리로 모든 중생을 손님으로 초대해 놓고 이들을 기만한다면 제가 상사도[선취善趣]에 어찌 갈 수 있겠습니까?

누구는 보리심을 포기한 사람마저도 해탈케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업’이 구현되는 방식[법]의 이치나 작용은 불가사의(不可思議)하여 범부의 생각으로는 도저히 알 수 조차 없는 것입니다. 다만 오직 일체지를 증득한 전지하신 부처님만이 아실 수 있습니다. 보리심을 포기하는 것은 보살이 타락해서 악도에 떨어지는 것 가운데서도 중죄(重罪)일 따름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모든 중생의 이익이 정말 많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어느 누가 한 순간이라도 보살이 공덕을 쌓는 것을 방해한다면 중생의 이로움에 크나큰 해를 끼치는 것이니 끝없는 악도에서 고통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한 중생의 행복이라도 무너뜨리면 내 자신이 먼저 망하게 됩니다. 그런데 허공과 같이 셀 수 없을 정도로 한없이 많은 일체 유정 중생들의 행복을 무너뜨리는데 [보리심을 포기한 사람마저 해탈케 한다는 말도 안되는 말에] 무슨 말을 더 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와 같이 윤회계에서 계속 헤매면서 보리심을 일으켰다가 다시 무너뜨리고 죄업을 짓게 되는 일을 반복하면 보살의 경지[보살지]를 성취하는 데 더 많은 세월이 걸리게 될 뿐입니다. 그러므로 맹세[서원]한 대로 저는 지극지성으로 부지런히 애써 실천할 것입니다. 만일 지금부터라도 애쓰지 않는다면 점점 낮은 어둠의 상태[하사도/악도]로 떨어져 갈 것입니다. 모든 중생에게 이로움을 주기 위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무수한 부처님이 오셨었지만 제 오랜 업장 등의 잘못 탓으로 구제받지 못했습니다. 이 생에서도 제가 또 그와 같은 일을 되풀이 한다면 악도에 태어나거나 병들고 속박당하며 잘리고 베이는 등의 온갖 고통을 겪게 될 것입니다.

여래께서 출현한 세상에서 믿음[신심:信心]을 가진 인간의 몸을 얻어 선업 짓기에 익숙해지게 되는 것[수행]은 정말로 진귀하고 희유한 기회입니다. 언제 다시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오늘 비록 병 없이 건강하고 먹을거리도 풍부하고 장애나 역경이 없다 해도 삶은 한 순간의 속임수나 그림자에 불과한 존재일 따름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해왔던 소행[행실실]으로는 인간의 몸을 다시 받을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이 되면 오직 죄악[업]만 지을 뿐 선업을 쌓을 수가 없게 됩니다. 이와 같이 지금 선업을 쌓기 좋은 인연을 얻기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선업을 쌓지 않는다면 어찌 악도의 모든 고통으로 완전히 혼미해지는 그때서야 제가 대체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와 같이 선업은 전혀 짓지 못하면서 악업은 계속 쌓여만 가니 백천만겁의 긴 세월이 흘러도 선취(善趣)[또는 선도(善道)]란 말은 듣기조차도 못할 것입니다. 이런 연유로 세존께서는 넓고 큰 바다 위를 떠다니는 나무토막 구멍에 눈먼 거북이가 목을 끼우는 것만큼이나 [사람 몸을 받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한 순간에 지은 악업만으로도 무간 지옥에 한 겁이나 되는 긴 세월 동안 머문다고 하셨습니다. 따라서 끝도 시작도 없는 무시이래(無始以來)로 윤회하며 쌓아온 악업의 죄과로는 절대로 선취에 태어날 수 없습니다. 그만큼의 과보를 받아도 악도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왜냐하면 과보를 받고 있는 동안에도 또 다른 악업을 많이 짓게 되기 때문입니다. [까닭에 악도에 한번 떨어지게 되면 정말 다시는 인간의 몸을 얻는 기회가 없어지게 됩니다.] 그런데도 인간의 몸을 얻고서도 스스로 선행을 익히려 애쓰지 않는다면 이보다 더한 잘못[기만]은 없을 것이며 이보다 더한 어리석음도 없을 것입니다.

만일 스스로 이것을 알고나서도 너무나도 어리석은 탓에 미혹에 빠져 계속해서 게으름을 피우며 나태하면 임종이 다가왔을 때 크나큰 슬픔에 잠기게 될 것입니다. 참을 수 없는 지옥의 불길이 오랫동안 제 몸을 다 불사를 것입니다. 그때는 견딜 수 없는 후회의 불길로 인해 틀림없이 마음은 고통에 휩싸이게 될 것입니다.

* 이 글은 달라이라마 존자님의 강론, 청전(淸典)스님과 최로덴(최연철)박사 그리고 김영로선생의 우리말 번역본을 참조하여, 산티데바의 안목으로 운문인 입보리행론을 산문으로 재해석하고 재구성한 것이다. 이는 필자 일개인의 견해일 뿐 다른 해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기사제보 cetana@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11길 16 대형빌딩 402호
  • 대표전화 : 02-734-7336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석만
  • 법인명 : 뉴스렙
  • 제호 : 뉴스렙
  • 등록번호 : 서울 아 00432
  • 등록일 : 2007-09-17
  • 발행일 : 2007-09-17
  • 발행인 : 이석만
  • 편집인 : 이석만
  • 뉴스렙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렙. All rights reserved. mail to cetana@gmail.com
  • 뉴스렙「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조현성 02-734-7336 cetana@gmail.com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