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불교 재가모임’ 성공을 위한 제언
‘바른불교 재가모임’ 성공을 위한 제언
  • 하훈
  • 승인 2015.04.06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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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하훈의 '불교가 희망이다'-3

바른불교 재가모임이 출범했다. 임계점을 넘어선 권승들의 타락행위에 대해 분노하는 불심이 반영된 것이다. 최근의 조계종 문제들은 우희종 상임대표가 창립 인사말에서 언급했듯이 “4대강을 반대하며 소신공양한 문수스님의 생명경시와 자본폭력에 대한 경고”를 무시한 것에 따른 과보라 할 수 있다. 환골탈퇴 노력 없이 재가자들의 순수한 열정을 폄하내지 왜곡하는데 시간을 허비한다면 조계종은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변화를 향한 간절한 염원에도 불구하고 우리불교가 처한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바른 불교’의 성공을 위해서는 한국 불교가 처한 시대적 상황 인식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왜냐면 불교계가 풀어야할 숙제들은 한국사회의 부조리한 구조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깨달음이나 기복에 함몰되어 구체적인 현실문제와 유리된 불교가 얼마나 허망한 결과를 초래하는 지를, 지금 위기의 조계종이 우리에게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불법탈법 문제는 부도덕한 수행자들에게 1차적 책임이 있겠지만 한국사회 전반을 옥죄고 있는 금권만능이 그 배후에 있다. 조계종은 사찰 운영자금의 상당부분을 재가자 보시에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보시라는 명목의 돈의 성격이다. 대가없이 전액 사회 환원(약속)한 미국의 워런 버핏이나 빌게이츠, 또한 잡스를 잇는 애플의 CEO 팀 쿡의 그 것처럼 순수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지금 방영되고 있는 KBS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는 한국부자, 그들만의 ‘정교한 삶의 방식’을 풍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평범한 집안의 딸을 며느리로 선택한 재력가 집안이 사돈에게 집수리부터 사업기반 제공까지 갖은 선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사돈의 수준을 끌어올려 집안의 체면을 세우고, 결국 자신의 사업에 도움이 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 숨어 있는 것이다.

문화선진국과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국재벌들도 문화나 자선사업에 기부를 한다. 하지만 그룹의 마케팅전략과 철저히 연계되어 있다. 언론에 보도되는 스님의 격려금 또는 성금이 소외계층이나 저소득층을 비켜나가는 것을 보면 시주금의 성격도 좀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물론 일부가 어려운 이웃에게 전해지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조계종 총림 사찰의 불법산림 훼손사건은 종·금·권(宗金勸) 유착의 전형으로 보인다. 해당사찰이 검찰에 기소됐다. 수사 결과를 끝까지 지켜볼 일이다.

알고 보면 부패비리로 이름이 오르내리는 스님들도 한국 사회 전반을 쥐고 있는 금권의 희생양이라고 보고 싶다. 그러니 재가자들의 결집된 목소리는 산문을 넘어 금권만능 한국사회를 향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는 종단보다는 수행처를 지배하고 있는 돈의 힘과 싸워야 하는 것이다.

유일 분단국 한반도는 이념싸움에 남북이 국력을 소진하고 있다. 과거 이념으로 갈렸던 분단국가 독일, 베트남, 그리고 공산주의 원조국인 러시아와 중국 등 세계는 이념의 굴레를 벗어던진 지 오래다. 개방과 실용이 대세인 국제사회에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라는 획일화된 이분법이 더 이상 의미가 없음이 증명이 된 것이다. 1970~80년 대 까지만 해도 외신은 하루가 멀다 하고 저 멀리 중남미 공산반군과 정부군의 교전 소식을 타전했지만, 오늘날은 구질서의 이념 가지고 서로 싸우는 나라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국제지정학적 논리를 근거로 한반도 분단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지만, 지정학적으로 동서 대결 구도에 놓여있던 국제역학관계의 한계를 뛰어넘은 독일과 베트남의 통일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결국 이 땅에서는 분단구조에서 이익을 보는 세력이 통일 염원 세력보다 강하기 때문에 통일이 지연되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본독재와 분단은 동전의 양면이다. 분단세력은 자신들의 영역을 필사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자본을 축적해 십분 활용한다. 분단체제와 자본독재의 심화라는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생성되는 지점이다.

우리는 한국불교를 옥죄고 있는 자본, 그리고 그것이 기생하고 있는 분단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한국 불교의 근본적 변화는 불가능하다. 관념적인 질문에 답변을 거부한 14무기(無記)에서 보듯이, 부처님 가르침은 구체적이었다. 수많은 자살의 배후가 되고 있는 실업, 빈곤, 계층갈등 및 분단 등 ‘지금 여기’ 우리는 수많은 문제들과 직면하고 있다. 오늘 부처님이 이 땅에 계시다면 무엇을 먼저 하실까? 선방에만 계실까?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조계종에게 모든 책임을 떠밀지 말아야 한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선의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종단에 붙어서 잘 먹고살다 수가 틀어지니 또 모임 하나 만들었다’는 일부 비난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 이라는 말도 나온다. 더 많은 불자들의 힘을 결집하기 위해서는 재가 지도자들의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는 조계종이라는 우물에서 벗어나 보다 큰 안목으로 대한민국이 처한 현실과 정면으로 맞서야 할 것이다. 폭로를 넘어서, 재가자들만의 강력한 어젠다(Agenda)로 대항할 때 ‘바른 불교’의 성공이 담보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기자는 싸움이 아니다. 중도의 진리로 차별을 뛰어넘고 동체대비의 마음으로 모두를 껴안자는 싸움이다. 바른불교 재가모임의 성공을 진심으로 빌며 외람된 제언의 글을 맺는다.

#3년을 준비해온 정전 60주년 <DMZ 세계평화축제>가 이른바 ‘돈갑질’에 의해 좌절된 아픔을 딛고 새롭게 출발합니다. 망가진 몸 겨우 일으켜 세워 힘겹게 다시 한 걸음 내딛습니다. 광복/분단 70주년을 맞아 개최되는 <한겨레 한반도 평화기행>은 제주 4.3 항쟁지역 (4. 29- 5.1), 연평도 남북충돌 현장 (8.20- 8.21), 갈라진 금강산 강원도 고성 DMZ (10.14- 16)를 순례합니다. 사선을 넘어온 탈북청소년들과 외교사절 부인 등 세계어머니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과 감동의 드라마를 연출합니다. 여러분들의 지지와 성원을 바라마지 않습니다. (주최: 한겨레중고등학교/ 기획 및 진행: (주)나무아트/ 후원: MBC)

하훈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불문학을 공부하고 동국대불교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마쳤다. 국제금융전문가로 활동 중 외교사절, 노벨상 수상자, 해외언론인 등 다양한 해외인사와 교류하면서 남북 분단문제에 관한 고민을 함께 나누었다, 현재는 <외교사절과 함께하는 DMZ 평화순례대행진>, <국제평화문학포럼> 등 다양한 행사 개최를 통해 국제사회에 한반도 평화를 호소하고 있다. 대한불교진흥원에서 선정하는 제 7회 대원상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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