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의 고마움 새기기
나라의 고마움 새기기
  • 박영재
  • 승인 2015.04.27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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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회 박영재 교수와 마음공부 6.

성찰배경: 동양문화권에서 ‘인간’과 ‘짐승’을 명료하게 구별하는 척도인 ‘네 가지 고마움’[사은四恩] 가운데 부모님과 이웃의 고마움에 대해서는 앞글에서 이미 소개를 드렸고, 누가 어떤 의도로 태극기까지 불태웠는지는 모르겠으나 국내외로 나라가 매우 어수선한 이때 이번 글에서는 세 번째로 ‘나라의 고마움’에 대한 저의 개인적인 소견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나라의 고마움 새기기

저는 2013년 1월의 어느 주말 오랜만에 지인들과 함께 인왕산 산행을 했습니다. 정상에 올라 잠시 쉬면서 이런 저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당시 미국 출장을 다녀온 분의 말씀이 미국 국내선을 탑승할 때마다 “국가수호를 위해 자원입대해 복무 중인 군인 분들을 먼저 탑승시켜드리겠습니다.”라는 안내방송을 무심코 듣곤 하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미국인들의 삶 속에는 자연스레 국가를 위해 애쓰는 분들에 대한 고마움이 도처에 배어있음을 느끼면서, 국가의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성찰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또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만사 제쳐놓고 2009년 어느 날, 새벽 4시 무렵에 한 공군기지를 찾아 막 도착한 아프가니스탄전 전사자의 유해에 최고의 예우를 다하는 모습에서 유족을 포함한 온 국민에게 국가라는 울타리를 깊이 각인시켰던 일과 대비해 우리나라의 경우 제2연평해전 후 10년이 흐른 뒤 정권이 바뀌고 나서야 뒤늦게 국토수호에 목숨을 바친 이들의 명예회복을 시킨 일은 우리 국민에게 여러모로 뜻하는 바가 크다고 사려 됩니다. 사실 “희생의 가치를 후대에 분명히 일깨우는 것만큼 국가통합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없다.”라는 전문가의 말처럼 이 일은 정권과 무관하게 당연히 했었어야할 일일 겁니다.

참고로 비록 최근 방위비리 문제로 전직 군 최고책임자들이 구속되기도 하고 군내 성추행 문제 등으로 어수선하기는 하지만, 제 견해로는 대부분의 직업군인 분들은 맡은 바 직분을 다하고 있기에 지금껏 남북대치 상황에서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전쟁의 공포 없이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다고 봅니다. 참고로 제 지인 중에 연구 관계로 알게 된 사관학교 출신으로 확고한 국가관을 지닌 영관급 학자 장교가 한 분이 있습니다. 이 분은 남이 알아주건 말건 있는 그 자리에서 맡은 바 임무에 철저한 것은 기본이고 군 발전을 위해 틈날 때마다 비록 힘겹게 부딪치면서도 좋은 의견을 상관 분들에게 건의하거나, 주말 당직 때에는 하루 종일 영내를 돌면서 돌발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계십니다. 예를 들면 화재 위험은 없는지, 건강에 좋은 배식을 하지 않고 따로 건강에 좋지도 않은 간식으로 때우려는 사병들의 건강을 배려해 이들을 집합시켜 제대로 식사를 하게 한다고 들었습니다. 또한 영내 사병 가운데 제대 후 학업을 계속하고자 하는 경우 저녁 때 따로 틈을 내어 자기 전공 분야의 기초과목을 강의해주기도 하는 등 근무시간 외에도 아버지와 같은 자상함으로 사병들을 친자식처럼 보살피고 있는 분입니다. 사실 적지 않은 이런 분들이 투철한 군인 정신으로 무장하고 국가 방위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 편안히 각자 자기 일터에서 맡은 바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국내에 있을 때는 잘 모르다가 자의건 타의건 한 번 대한민국을 떠나 살아 보아야 나라 고마운 줄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 한 사례로 유신 말기에 좀 배웠다고 하는 지식층들 가운데에는 이런 암울한 사회 속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다며 미국으로 이민 간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 정신 차리고 다시 귀국한 사례도 있습니다. 이민간지 1년쯤 되던 어느 날,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하루는 학교가 끝나고 집에 엉엉 울면서 들어오길래 왜 우느냐고 아버지가 물었더니 아들이 “오늘 학교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장래 희망이 무엇이냐고 묻기에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더니 친구들이 자기를 보고 크게 비웃어 분해서 우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하자, 이 아버지가 가족들에게 ‘좋으나 싫으나 내 아들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있는 조국으로 다시 돌아가자!’라고 하며 즉시 짐을 꾸려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실화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또한 미국 내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나 경찰의 인종차별적인 과잉 진압 사건 등을 심심치 않게 접하고 있습니다.

사실 과연 그저 피상적으로 풍요로운 나라로 알고 있는 미국에 정착하여 뜻하는 대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계신 분이 얼마나 될까요? 또한 이를 증명하듯이 십 수 년 전부터는 오히려 미국에서 한국으로 역이민을 오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 수 십 년 전 이민 가셨던 한 지인의 경우 해외에서 출생한 자녀의 국적회복을 위해 알아보고 있다는 소식도 접했습니다. 따라서 요즈음 비록 온 나라가 경남기업의 성완종 파문으로 어수선하지만, 우리 모두 사심 없이 한 마음으로 이 사건을 걸림돌이 아닌 디딤돌로 삼아 국민을 위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겠습니다.

영적 스승들의 지혜 새겨 국가 발전 도모해야

한편 선종 최후의 공안집인 <무문관無門關>을 통해서 우리는 백성을 위하는 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혜개慧開(1183-1260) 선사의 지혜를 잘 엿볼 수 있습니다. 사실 당시 중국 송나라는 엄격한 관치불교 시대였는데, 저자인 혜개 선사는 송나라 황제 가운데 가장 무능했던 이종 황제에게 바치는 표문表文에서 비록 신하승臣下僧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결코 아부가 아니라 시대적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천하가 모두 그 덕화를 입어 어진 정치를 즐기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치켜세우면서도 ‘황제가 통치하는 나라는 오로지 백성을 위해 존재한다!’라는 속뜻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마무리 하는 발문跋文에서는 결국 화두를 타파한 수행자는 ‘간화선을 넘어’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분별없는 차별지差別智를 자유자재로 발휘해 가정과 온 나라가 행복한 ‘가국자안녕家國自安寧’이라는 데까지 이르도록 온몸을 던져 일깨우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저술 의도를 더욱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덧붙여 사실 조선 시대 연암 박지원 같은 실학자들이 ‘백성을 편안케 하는 일이라면 못할 것이 없다!’며 당시 조정에서 오랑캐 취급하던 강대국 청나라와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문물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고 주창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각자 있는 자리서 책무 다할 때 살기 좋은 나라 거듭나

따라서 보수와 진보를 초월해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뜻 있는 각계각층의 지도층 인사들과 국민들이, 여당이든 야당이든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일부 무책임한 사업가나 종교인이나 교수 등의 이해득실에 얽힌 국론 분열 행보에 더 이상 귀 기울일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심금心琴을 울리는 혜개 선사나 연암 같은 지혜로운 스승들의 가르침을 온 몸에 새기면서, 있는 그 자리에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각자 자기 맡은 바 책무를 다하면 할수록 서민들의 삶의 질은 그만큼 나아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될 때 더 이상 비리에 연루된 지도층 인사들의 극단적인 자살이나 세월호 참사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들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대한민국은 더욱 살기 좋은 나라로 거듭날 것이니, 필경 국민들은 이런 대한민국의 일원임을 고마워하면서 기꺼이 나라 발전과 세계평화에 온몸을 던져 동참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군더더기: 사실 저는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해서 오래 해외 체류를 한 적은 없지만 1987년 9월 1년간 뉴욕주립대를 1년간 방문 연구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그동안 한국에서 살 때는 못 느꼈었는데, 크게 느낀 점은 배우기 위해서는 해외 체류가 필요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조국만큼 함께 더불어 살면서 보람도 느끼고 편안한 곳은 지구상 그 어느 곳에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 저처럼 조국을 떠나 얼마간 외국에서 살아 보는 것도 나라의 고마움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지름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관련 자료들:

<금강신문> 선행 글: 선승 지혜 새겨 국가 발전 도모해야
http://www.ggb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744

진정한 보훈 없이는 안보도 없다 (세계일보)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1/09/21/20110921004213.html

   
박영재 교수는 서강대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3년 3월부터 6년 반 동안 강원대 물리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1989년 9월부터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강대 물리학과장, 교무처장, 자연과학부 학장을 역임했다.

1975년 10월 선도회 종달 이희익 노사 문하로 입문한 박 교수는 1987년 9월 노사의 간화선 입실점검 과정을 모두 마쳤다. 1991년 8월과 1997년 1월 화계사에서 숭산 선사로부터 두차례 입실 점검을 받았다. 1990년 6월 종달 노사 입적 후 지금까지 선도회 지도법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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