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사 탱화 절도 사건’ 책으로 나오다
‘흥국사 탱화 절도 사건’ 책으로 나오다
  • 조현성
  • 승인 2015.05.1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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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문 스님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 개정판서 심경 밝혀

▲ 혜문 스님은 최근 정봉주의 전국구 생선향기에 출연해 흥국사 탱화 절도 사건의 전말을 털어 놓았다. (불교닷컴 자료사진)

탱화 도둑 잡고 중노릇 꼬인 혜문 스님이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

스님은 최근 개정‧출판한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 에필로그에서 “봉선사 승려로서 쓰는 마지막 글인 듯 싶다”고 했다. 스님은 글을 “말법시대가 되면 진짜 중은 저자거리로 하산하고, 가짜 중만 산중에 남는다고 하더라”는 노스님의 말씀으로 끝냈다.

“모른 척 하자는 의견이 대세였지만”

스님은 글의 시작은 “문화재제자리찾기를 시작하게 된 것은 운명이었던 듯싶다”며 흥국사 탱화를 처음 만난 때에서 시작했다. 1988년 은사스님을 따라 한 비구니스님에게 차를 얻어 마시다가 탱화가 눈에 띄어 물었다.

비구니스님은 “누가 줬습니다. 한 10년 지나면 보물이 될 거라면 잘 보관하라더군요”라고 답했다.

잊혀졌던 흥국사 탱화는 스님이 봉선사 본‧말사 재산과 문화재 관련 사상을 정리하던 2004년 다시 나타났다. 1988년 본 것과 똑같은 탱화가 흥국사 지장전에 걸려있었다. 두 그림은 화기까지 똑같았다.

스님은 흥국사 탱화가 부당하게 유출됐다고 판단했다. 스님은 당시의 봉선사 분위기를 “흥국사 탱화를 외부로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스님은 봉선사 문중 원로였다. 사건을 확대하지 말고 당분간 모른 척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은연중에 대세로 확정되고 있었다”고 회고햇다.

▲ 도난됐다가 혜문 스님이 찾은 흥국사 탱화 가운데 스님이 '일직사자'라고 말하는 그림
“탱화 찾아왔지만 하극상 되고”

우여곡절 끝에 탱화는 되찾아왔지만 하극상 사건이 됐다. 스님의 방문에 못질이 쳐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스님은 “도둑맞은 탱화를 찾아온 사건이 하극상 사건으로 비화되는 과정에서 어안이 벙벙해져 버릴 지경이었다. 정의를 실현한다는 것이 오히려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것이었을까? 훌쩍 일본으로 도망가 버렸다”고 했다.

이어 “망명객 심정으로 떠돌이 땡중이 돼 찾아간 곳이 일본 교토였다. 운명은 도쿄대학에 소장된 <조선왕조실록 오대산 사고본>을 알게 했고, 귀국해서 환수운동을 시작했다”고 했다.

스님은 “세상은 누군가의 의협심이나 부르짖음만으로 변하지 않는다. 세상이 변한다는 것은 거대한 구조가 하루아침에 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구체적인 사실들이 변해가는 것”이라고 했다.

“10년간 50개 사실 바꾸는 계획 실천”
 
흥국사 탱화사건 이후 많은 교훈을 얻었고, 그 교훈을 토대로 10년간 구체적인 하나하나의 목표를 세우고 그를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내 목표는 50개의 구체적인 사실들을 바꾸는 것이었다.

<조선왕조실록> <조선왕실의궤> ‘문정왕후 어보’ ‘대한제국 국새’ 등 4건 1300점 문화재 반환과 친일파 재산환수법 통과, 일본식 조경 철거 등이 스님이 문화재제자리찾기 활동을 통해 이룬 성과이다.

스님은 “50개 과업을 성취하고 나면 승려도 속인도 아닌 비승비속으로 살고 산도 들도 아닌 비산비야에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것이 조계종 탈종 보도에 이르렀다. 조용히 사라지려는 마음은 진실이었다”고 했다.

“흥국사 탱화 사건 용의자가 학교 이사장?”

스님은 “최근 흥국사 탱화 도난 사건 당시 유력한 용의자였던 I 스님이 조계종 종립학교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선출과정을 둘러싼 잡음에서 흥국사 탱화 도난 사건이 회자됐다. 사건당사자였던 나는 사실관계에 대한 해명을 요구받았다”고 했다.

이어 “여러 번 거절했지만 침묵하기만은 어려웠다. 개인적인 입장에서도 문화재제자리찾기를 시작하게 된 첫 번째 인연이 흥국사 탱화였으니 마지막 마무리도 내가 하는 것이 맞는 듯 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사실관계를 털어놓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흥국사 사건이 다시 언급되면서 절에 사는 것이 불편해진 나는 봉선사에서 짐을 싸서 나왔다. 자연스레 비승비속의 꿈이 이뤄진 셈이었다”고 했다.

“흥국사 탱화 이젠 흥국사로 돌려줘야”

스님은 “한 가지 아쉬운 점은 2004년 흥국사 탱화를 봉선사로 찾아온 뒤 아직까지 흥국사로 돌려주지 못한 것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절집안 내부에서 발생한 도난 사건이 밖으로 공개되는 것을 꺼리는 사람들이 조용히 일을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하여 아직도 제자리로 못가는 신세로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뒤늦었지만 봉선사 스님들께서 흥국사 지장전으로 탱화를 보내주시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스님은 “이 글이 내가 봉선사 승려로서 쓰는 마지막 글인 듯싶다”고 했다.

이어 “세상의 인연이란 어디로 흐를지 알 수가 없다. 작은 옹달샘이라 할지라도 결국 바다로 흘러가듯이 우리 인연들도 결국 화엄의 바다에서 함께 만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스님은 “언젠가 노스님께서 들려준 말씀이 떠오른다”고 했다.

“말법시대가 되면 진짜 중은 저자거리로 하산하고, 가짜 중만 산중에 남는다고 하더라”는 말씀이다.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혜문┃금강초롱┃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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