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백의 ‘한 줄로 된 깨달음’
따라 짖는다
옆집 개가 짖으면 – 중생
책을 펼치는 순간 알 듯 모를 듯 던져놓은 짧은 구절이 눈에 띈다. 첫 구절 아래 긴 여백, 두 번째 구절이자 마지막 구절인 짧은 한마디로 끝난다. 행 2개로 압축과 은유를 정갈하게 보인다.
시인 김상백의 <한 줄로 된 깨달음>을 펴냈다. 길고 난해한 현대시들이 주류를 이루는 요즘, 짧고 간결한 선시풍의 시들로 시집을 엮었다.
‘세월’ 제하의 시는 “가지도 않고 오지도 않는다”고 뜬금없는 운을 뗀다. 그런 뒤 시의 맨 끝에 “내가 없으면”이라고 한 줄 덧덴다.
시 ‘꽃’은 “너에게로 갈 수 없다”며 밑도 끝도 없는 말을 하고는 “꽃은 꽃을 알 수 없기에”라고 끝맺는다. 이름을 불러줘야 비로소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김춘수의 ‘꽃’을 완전히 뒤집은 듯한 표현이다.
책에 담긴 시들은 ‘나는 무엇인가’ 하는 근원적 물음에 대한 회광반조하는 노래, 툭 던져 놓은 말로 ‘무 아’를 깨닫게 돕는 것들이다. 은유로 점철된 절제된 언어구사는 선문답을 연상시킨다.늘 어딘가에 있는 정거장
천당은 위 유토피아는 앞 지옥은 아래 추억은 뒤에 – 지금 여기
한 줄로 된 깨달음┃김상백┃운주사┃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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