잿더미 된 낙산사 새생명의 봄이 움트다
잿더미 된 낙산사 새생명의 봄이 움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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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4.0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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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1년…`낙산사복원` 어떻게 진행되나



지난해 식목일 산불로 천년 역사를 태운 낙산사에 1년이란 세월은 너무 짧은가 보다. 당시 불에 탄 소나무들을 벌채한 황량한 언덕에 시커먼 등걸만 남은 소나무가 화마의 흔적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경내를 돌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에서 또 다른 천년의 태동을 위한 복원의 숨결이 움트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식목일(4월5일) 큰 산불이 덮친 낙산사. 낙산지구 총 45ha의 산림 중 33ha를 잿더미로 만든 산불은 원통보전과 동종 등 낙산사의 문화재와 전각들을 집어삼켰다.

그로부터 1년, 당시 엄청난 연기를 뿜어내던 진입로의 소나무 숲은 이제 일주문(정문)을 지나 1백㎙ 가량만 남아있다. 예전처럼 울창하지도 못하다. 누각이 전소된 홍예문은 투박한 석조 아치만 복구된 채로 방문객을 맞고 있다. 경내에는 수 백 그루의 아름드리 소나무가 건조되고 있다.


허물어진 담장과 열기에 그을린 나뭇가지 등 낙산사는 아직 폐허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어수선하다.  한 신도가 7층석탑을 바라보며 기도를 드리고 있다. 뒤편으로는 해수관음상이 바라보인다.

허물어진 담장과 그을린 나뭇가지 등 화재의 흔적이 곳곳에서 눈에 띄는 가운데 발굴조사를 위해 보호막을 씌워놓은 건물터에서 묘한 긴장감이 느껴진다. 뜻밖의 화마에 천년고찰의 위용을 잠시 잃은 낙산사는 지금 차분하게 새로운 천년을 준비하고 있다.

원통보전터에서는 정밀발굴조사작업이 한창이다. 바로 옆 7층 석탑은 발굴작업을 감독하는 듯 엄숙하게 서 있다. 보물 제 497호 동종이 녹아 내렸던 자리에는 불자들의 정성이 담긴 기왓장이 빙 둘러져 놓여 있다.


보물 제497호 동종이 녹아내렸던 자리. 그 존재했음을 알리는 비석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신도들의 정성이 담긴 기왓장에 둘러 싸여 아침 해를 맞고 있다

결혼기념일을 맞아 부인과 함께 낙산사를 찾은 안만호(50, 대전 대덕구)씨는 “매스컴을 통해서만 보다가 실제로 와서 둘러보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건물은 몇 년 안에 다시 지을 수 있지만 천년의 세월이 만든 풍광은 어떻게 되찾겠냐”며 한 숨 지었다.

해수관음상으로 향하는 길은 울창했던 숲길 대신 황량한 능선이 바다까지 이어져 있다. 탐방객들은 시커먼 소나무 밑둥을 점점이 박은 민둥산의 능선을 따라 걷기도 했다.


해수관음상 가는 길은 오솔길이었다. 그 오솔길 양쪽으로 울창하던 송림숲은 산불로 인해 민둥산이 됐다.

이번 방문이 두번째인 김은미(32, 서울 중구)씨는 “제 작년 가을만해도 단풍이 정말 아름다웠었는데 올 가을에도 역시 못 볼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보타전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경사면에서는 잿더미를 뚫고 나온 복수초가 눈에 띤다.

산림복구조경공사가 시작된 1일에는 KT& G 복지재단 자원봉사자들이 잔가지를 정리하고 산철쭉을 심었다. 노지현(21, 서울 관악구)씨는 “낙산사에 처음 들어설 때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이곳이 바로 나무들의 묘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 낙산사 주지 정념스님은 “화재 후유증을 극복해 나가면서 지역민이나 신도들이 더욱 화합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며 “보다 따뜻한 절로 거듭나기 위해선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삭막하게 변한 해수관음상 가는길 주변이 화재를 피한 보타전의 화려한 단청과 묘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낙산사의 복원작업은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도량의 원형복원으로 원통보전을 비롯해 정치전과 영산전, 조사전 등이 철저한 고증을 토대로 복원된다. 가장 번창했던 조선 초기 양식에 중ㆍ후기 양식이 절충되는 형식이다.

둘째, 그 밖의 건물들에 대한 재배치로 다섯 가지 테마에 따라 이루어진다. 먼저, 홍예문에 들어서서 왼편은 스님들의 ‘수행공간’이, 오른편은 템플스테이를 위한 ‘체험공간’이 세워진다.

후문 쪽에는 지역주민을 위한 강좌가 이루어지는 ‘문화 공간’이 들어서며 요사채가 불에 탄 바닷가의 홍련암은 신도들의 ‘신행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누구나 찾아와서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의 역할은 진입로의 유스호스텔이 맡는다.

마지막은 불에 탄 낙산지구를 ‘천년의 숲’으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사찰 복원과 연계하여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인 혼효림으로 조성된다. 낙산사의 명물이었던 해수관음상으로 가는 소나무 오솔길도 토종 활엽수림으로 바뀐다.


해수관음상 주변의 황량한 능선에 불에 탄 뿌리가 앙상하게 남아 있고, 한편에는 민들레가 피었다.

길의 왼편에는 산벚나무와 생강나무가, 오른편으로는 배롱나무와 산철쭉 등이 자리 잡는다. 산불에 강한 낙엽활엽수림으로 조성하되 해수관음상과 바다를 한꺼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시야를 확보할 예정이다.

유스호스텔에서 원통보전까지는 소나무가 이식되므로 정문 진입로에서는 송림을 감상할 수 있다. 홍예문에서 원통보전 뒤편을 지나 해수관음상까지 연결되는 능선에는 산책로가 조성되며 산불 발생시 자연방화선의 역할도 하게 된다.


청설모 한마리가 보타락 옆의 불에 그을린 벚나무 가지에 올라 장난을 치고 있다. 뒤편으로 해수관음상이 희미하게 보인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k.co.kr

/ 기사제공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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