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기획실장이 말하는 갈등 해법
조계종 기획실장이 말하는 갈등 해법
  • 조현성
  • 승인 2015.07.2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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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스님의 첫 책 ‘금강경을 읽는 즐거움’

대한불교조계종이 소란하다.

20년 전 멸빈된 의현 스님 재심을 두고 시끄럽다. 이에 앞서 조계종은 법인법을 두고 선학원과 갈등하다 선학원스님들을 멸빈시켰다. 선학원이 발행하는 <불교저널>은 최근까지 조계종 총무원 출입이 금지됐다. 종단 부조리를 폭로하려던 적광 스님은 백주대낮에 경찰과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총무원청사로 끌려가 폭행을 당하고 승적을 뺏겼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일감 스님이 종단 소의경전을 푼 <금강경을 읽는 즐거움>에서 갈등을 푸는 해법을 말했다. 책은 스님이 불광사 신도들을 상대로 강의한 것을 정리한 것이다.

소통‧배려‧양보‧인정이 해답

“이 세상에 관계없는 존재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이런 이치를 알고 내 옳음 속에도 빈틈이 있고, 상대방의 그름 속에도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면 이해하게 됩니다. 이렇게 서로 소통이 되면 배려하고 양보하고 인정하며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습니다.” 책 가운데 스님의 말이다.

스님은 머리말에서는 “<금강경>이 <금강경>으로 끝나지 않고, 우리 삶에서 <금강경>이 살아 있게 했으면 좋겠다는 발원을 해 본다”고 했다.

스님은 “나는 <금강경> 전체를 꿰뚫고 흐르는 한 말씀이 있다면 ‘나와 남이 둘이 아니다. 우리 모두가 관계 속에 존재하니, 관계를 좋게 해서 행복하게 잘 살라’는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쪼록 생각이 젊고, 실천이 새로운, 금강 같은 신심으로 나와 남을 행복하게 해 주고 세상을 밝히는 불자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일감 스님이 말하는 사구게

스님은 지난 22일 인사동에서 출판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부처님은 모든 중생을 제도했다는데 왜 제도된 중생은 하나도 없는지 궁금했다. 혹시 <금강경> 구절 가운데 생략된 언어가 있는 것은 아닐까 늘 생각해 왔다”고 했다. 이어 “책에서는 내가 이해한 것을 중점으로 <금강경>을 쉽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했다.

<금강경>은 5149자에 담긴 뜻은 4개 게송으로 함축된다. 일감 스님은 사구게를 소통‧배려를 강조하는 자신의 시각으로 새로 풀이했다.

허망하다는 해석은 잘못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는  모든 형상 있는 것은 모두가 허망하니 모든 형상을 본래 형상이 아닌 것을 알면 곧 진실한 모습을 보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를 스님은 “세상 모든 것이 허망한 듯 보여도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허망하다고 해석하지 말아야 한다. 세상을 살면서 보람된 일도 있고 가치 있는 일도 있다. 모든 것이 허망하다고 해버리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했다.

스님은 “생김과 사라짐이 동시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바른 견해이다. 우리 눈에 생겼다 사라지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부처님은 모든 것이 하나의 모양으로 고정돼 존재하는 것이 아닌 줄 알면 여래를 보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이라고 했다.

마음 변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不應住色生心 不應住聲香味觸法生心 應無所住 而生基心(불응주색생심 불응주성향미촉법생심 응무소주 이생기심)’은 “응당 색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 말고, 색성향미촉법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 말 것이며,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고 알려져 있다.

스님은 “마음이 머무를 수 있는 조건이 있을 때 마음은 고정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이 변한 것을 한탄할 것이 아니라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상대방을 기운 나게 하는 말과 행동을 해야 하고, 상대방을 싫어하는 행동은 가급적 하지 것이 기본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음은 무상한 것이라 무상해서 괴롭기도 하지만 무상하기 때문에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 부지런히 노력해서 좋게 바꾸고, 좋은 일이 계속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곳곳에서 부처 찾아라

若以色見我 以音聲求我 是人行邪道 不能見如來(약이색견아 이음성구아 시인행사도 불능견여래)는 “만약 색신으로써 나를 보거나 음성으로 나를 구하면 이는 삿된 도를 행하는 것이니 여래를 보지 못한다”고 해석된다.

스님은 “소리‧모양에서 부처를 찾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하필이면 왜 그곳에서 부처를 찾느냐는 말이다”라고 했다.

이어 “부처는 모든 곳에 있다. 모양‧소리뿐 아니라 여러 곳에서 부처를 찾을 줄 안다면 가는 곳마다 부처를 만날 것”이라고 했다.

‘부처답게 살자’가 <금강경> 핵심

‘一切有爲法 如夢幻泡影 如露易如電 應作如是觀(일체유위법 여몽환포영 여로역여전 응작여시관)’은 “일체 모든 법은 꿈 환상 물거품 번개 이슬과 같으니 응당 이와 같이 관하라”고 풀이된다.

스님은 “이슬과 같고, 번개 같은 것이 우리 인생이다. 짧은 인생을 부처답게 값지게 살아야겠다고 발원‧실천해야 한다. ‘부처답게 사는 것’ 이것이 <금강경>의 핵심이다”라고 했다.

스님은 “‘나’라는 것은 실체가 없고 고정돼 있지 않다. 내 안에서 나를 찾으려면 어렵지만 (내가) 사랑하는 사람 속에서 나를 찾기는 쉽다. 나를 넘어서 (다른 존재에서) 나를 찾는 것이 방법이다. <금강경>은 이를 말하고 있다”고 했다.

이해와 양보가 중도

스님은 일본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기차명이 ‘중도’ 인 것을 본보기로 중도를 설명했다. 한 스님은 이 마을 저 마을 사이를 달려서 ‘중도’라고 이름 붙였을 것이라고 했다. 일감 스님은 “이 마을에 서면 이 마을 기차가 되고, 저 마을에 서면 저 마을 기차이기 때문에 ‘중도’”라고 했다.

스님은 “내 것과 네 것은 이해하고 한발씩 양보하고 함께 가는 것이 중도이다. 이 이치를 이해하면 세상일을 해결할 수 있다. 나만 옳다고 하지 말고 나도 빈틈이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런 풍토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금강경을 읽는 즐거움┃일감 지음┃민족사┃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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