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욕하라(1)
인욕하라(1)
  • 하도겸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8.26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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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으로 보는 입보리행론 16

수천 겁 동안 지어 온 보시와 부처님께 올린 공양 등 그 모든 선행과 공덕도 단 한순간의 분노로 다 사라집니다. 분노보다 더한 죄업은 없고 인욕보다 더 어려운 고행은 없습니다. 그러므로 진지하게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서라도 인욕[수행]을 해야 합니다. 분노로 인한 고통[독기]이 마음에 생기면 마음의 평온은 사라져 기쁨과 행복도 얻지 못하고 불안해서 잠도 못 이룹니다.

이제까지 주인에게 재물과 명성으로 은혜를 입었다 하더라도 주인이 화를 낼 때에는 증오하게 되어 해치려고 대들기까지 합니다. 분노하는 사람은 친구들조차 실망하고 피해 떠나갑니다. 뭔가를 보시하며 나눠주며 회유해 보려해도 아무소용없이 모두들 외면합니다. 결국 화를 내면 좋을게 하나도 없으니 아무도 행복해 질 수 없습니다. 분노라는 원수가 수많은 고통을 만들어내는 원인임을 깨달아 앞으로 주의하여 화를 가라앉힌다면 이생에도 다음 생에도 행복할 수 있습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거나 하고 싶은 일이 방해받아 못하게 되면 마음에 불만이 생기고 이것이 쌓여 분노로 커져서 결국 우리를 삼키고 파괴해 버립니다. 우리를 해치는 가장 큰 원수는 다름 아닌 분노입니다. 그러므로, 스스로 분노의 먹이가 되는 불만이 쌓이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남김없이 없애야 합니다.

자신에게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마음의 행복만은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마음이 불행해지면, 수행을 비롯하여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고 지금까지 지어온 모든 선행도 사라지게 됩니다. 만약 고통의 원인을 해결할 수 있다면 걱정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만약 애초에 해결할 수 없는 것이라면 걱정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내 편인 사람에게는 고통, 멸시, 험담, 모욕 등이 없길 바랍니다. 그러나, 원수에게는 그 반대이길 바랍니다.

행복은 씨앗조차 좀처럼 쉽게 생기지 않지만, 고통은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고통이 없으면 세속이 싫어져 멀리하는 마음인 염리심(厭離心)도 생기지 않아 해탈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마음을 단단히 잘 지켜야 합니다.

힌두교 여신 두르가(Durga)에 대한 잘못된 믿음으로 그 광신도인 까르나빠들은 쓸데없이 불로 지지거나 칼로 베는 고행 조차도 일부러 하며 무의미한 인내까지도 서슴지 않습니다. 그런데 보리, 해탈을 바라면서도 어찌 이 정도의 고통도 인내하려 하지 않습니까? 습이 되어 익숙해지면 쉬워지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작은 고통에 익숙해하며 참다보면 더 큰 고통도 견딜 수 있게 됩니다. 모기, 쇠파리 등 해충에게 물리거나, 굶주리거나 목마르거나, 옴 같은 가려운 피부병이 걸리는 등을 인내의 기회로 보지 못하고, 아무 의미 없는 하챦은 고통으로만 여긴단 말입니까?

더위와 추위, 비바람, 질병, 고난한 여행, 결박(강금), 구타 등에 인내하지 못하고 나약해져서 엄살이나 부리면 고통과 피해만 더욱 커질 뿐입니다. 어떤 이는 자신의 피를 보면 오히려 더 큰 용기를 내기도 합니다. 어떤 이는 남의 피를 보기만해도 놀라 기절까지 합니다. 이는 마음의 강하게 또는 약하게 먹는데서 비롯된 것이니, 마음 밖에 무슨 일이 벌어지든 그것에 휘둘리거나 걸리지 말고 고통이 마음에 자리잡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분노나 번뇌와 싸울 때에 많은 고통, 고난, 역경이 따릅니다. 그렇더라도 마음을 조금도 흔들리지 않게 지혜롭게 굳건하게 평화롭게 잘 지켜야 합니다. 어떠한 고통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분노라는 적을 무찔러 승리하는 사람이야 말로 위대한 영웅[대웅(大雄)]입니다. 이에 비해 다른 세속의 영웅은 이미 죽을 사람[시체]을 죽이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와 같이, 고통은 염리심을 생기게 하며 교만을 없애기도 하며 윤회하며 고통받는 중생에게 자비심을 일으키게 하고 죄업이 되는 악행을 삼가고 선행을 하게 하는 좋은 공덕이 있습니다. 큰 고통을 주는 황달 등 병을 일으키는 병원균에는 분노하지 않으면서 어찌 유정 중생에게만 그토록 화를 냅니까? 그들 역시 다만 인연따라 일어날 뿐인데 말입니다. 우리가 원치 않아도 인연에 따라 질병이 생기는 것처럼, 분노와 번뇌도 우리가 원치 않아도 집요하게 계속 따라다닙니다.

굳이 화를 내려고 생각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화를 냅니다. ‘일어나야지’라는 마음을 먹지 않아도 분노는 그냥 저절로 일어납니다. 이 세상의 모든 허물과 범죄들은 인연에 따라 생기는 것이지, 아무런 이유없이 독립적으로 생기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또한, 이렇게 모인 인연들 역시 굳이 ‘고통을 주겠다’는 의지를 갖은 것이 아닙니다. 화나 고통도 ‘이런 저런 인연에 의해 생겼다’는 마음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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