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의 주인, 누구인가
조계종의 주인, 누구인가
  • 하도겸
  • 승인 2015.10.14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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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겸 박사의 '불교의 자성과 쇄신'

신라의 충담사는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백성은 백성답게 할지면 나라가 태평할 것이다"고 안민을 노래하고 있다.

승(僧)이 승답지 못하고, 승단이 승단답지 못하고, 수행자가 수행자답지 못함에 진정 본분의 납자(참선하는 승려)가 있다면 참괴의 혈루를 뿌려 참회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며 지난 13일에 오랜 침묵을 깨고 대한불교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가 성명을 발표했다.

조계종의 교육수장인 현응 교육원장이 '깨달음은 이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불조의 가르침을 너무 가볍게 관념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닌가 의문을 제기했다. 선수행과 바라밀행이 하나 되는 선행일치(禪行一致)인 조계종의 종지 종풍이 훼손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는 부처가 니까야 등에서 수없이 반복적으로 설하고 있는 선정수행에 의한 깨달음을 간과한 주장으로 오늘날 깨달음과 역사, 보디와 사트바의 구현이 여법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결과는 종단의 암담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전했다.

 "지금 조계종은 종단 수뇌부를 중심으로 한 일부 범계자들이 화려한 대웅전의 단청 뒤에 숨어 은처, 도박, 절도, 간통, 술집출입, 파당형성, 나눠먹기 등 온갖 말법의 폐풍을 연출하고 있다. 이러한 범계행위가 만연하여 종단이 그 근간으로부터 흔들리고 있음에도, 감히 누가 주인이 되어 파사현정의 당간을 세우려고 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현 종단의 현실을 '파사현정'의 대상으로 지적했다.

 "불법에는 은처승이 없다. 불법에 대처승이 없다는 기치를 내걸고 정화의 깃발을 내건지 겨우 반세기를 지나 다시 은처라는 범계문제가 승속에 회자되고 있는 참혹한 종단현실을 맞이하고 있다. 한국선의 종가를 표방하고 있는 용주사의 주지가 은처 의혹에 휩싸여 유전자검사를 종용받고 있는 전대미문의 희극을 연출하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심각한 현실은 이 의혹의 당사자들을 정파적 이익과 호적상 독신임을 주장하며 끝까지 비호하고 있는 종단 집행부의 비승가적 태도이다. 의혹의 당사자는 이것이 사실이면 지금 즉시 승복을 벗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가장과 아버지로서의 양심을 지키는 일이며, 만약 무고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면 즉각적인 법적조치로 명예를 회복하고 제기자들을 무고죄로 죄값을 치르게 해야 할 것이다"며 파사현정의 기치를 높이 세웠다.

 "지금 재가자들이 '소가 절문을 들어가도 침묵하는 종단'이라고 비아냥하는 천둥소리가 귓전을 때리고 있다. 종단의 근간을 흔드는 범계가 일어날 때마다 침묵하고 버티는 집행부의 저의가 무엇인가. 그러면서 청규를 제정하여 봉정하는 전도된 행태를 목도하면서 누가 이 종단을 정상이라 여기겠는가. 집행부는 하루빨리 분명히 시시비비를 밝혀야 한다"며 일면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으로 보이는 종단과 호법부(조계종의 사법조직)은 대중의 준엄한 궐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메시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

때맞춰 용주사 현주지 성월 산문출송비상대책위원회가 자승 총무원장을 향해 '직무유기'라며 용주사 사태해결을 촉구하고 나서기로 했다. 이들은 "교단의 정화를 바라는 여러 사부대중의 염원과는 달리, 은처와 쌍둥이 아들이 있다는 의혹을 전혀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용주사 현주지 성월은 여전히 돈선거, 범계의혹에 대해 눈감고 있는 총무원의 비호를 통하여 권력을 유지하고자 한다"면서 "나아가 신도들끼리의 분열과 갈등을 유도하여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용주사비대위는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은처승을 비호하고 있을 뿐 아니라 당연히 조사에 착수해야 함에도 방관하고 있는 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며 이에 14일 총무원 규탄 기자회견과 함께 거리행진을 벌일 예정이다.

이보다 앞서 부처의 가르침대로 파사현정의 기치를 높이 올린 최옥곤 전 유마봉은장 등 20여명의 신도들이 지난달 20일 조계사 일주문 입구에서 '원학 스님 재임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연임을 반대하는 이유가 담긴 자료를 총무원장에게 청원 형태로 보내겠다고 밝혔다. 봉은사 신도조직인 '봉은'의 일부 회원들은 종루 찻집 개설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인 바 있다. 이후 각종 불사와 신도들과의 만남에서 빚어진 막말 논란이 확산되고, 종단적 문제로 확산되자 이에 지난 7일 총무원장은 연임취소가 아닌 임기가 남은 현 봉은사 주지를 전격 교체했다. 재가자들의 준엄한 궐기로 인해 늦게나마 일부라도 '부처님의 뜻'이 이뤄진 것이라고 한 신자는 전한다.

이런 측면에서 다음 용주사 건이 지체되어 재가자운동으로서의 신도회 조직이 더욱 확대되면 조계종에 '권승'들이 설 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생길만 하다고 한 전문가는 전한다. 재가자는 당당하게 사부대중 가운데 반을 차지하고 있다. 청정비구를 내세워 승려들이 수행을 떠나 권승이 되려는 모순되는 사회에서 재가자들이 출가승들이 수행에 집중할 수 있게 보시하고 행정 등 서비스 지원하는 것은 부처의 뜻이기도 하다. 현재 전통사찰의 운영을 총무원의 권승들이 아닌 재가자들과 승려들이 화합하는 사부대중이 맡는다면 21세기 불교의 앞날을 밝을 것이라고 한 관계자는 전한다.

이런 내우가 증폭되는 중차대한 시기에 조계종단은 선학원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 등 외환을 일으키는데도 주저하지 않고 있다. 불교저널 김종만 편집장은 "억지 부리면 역사도 바뀌는가?"라며 조계종의 법등 선학원정상화추진위원장의 "선학원이 갑자기 생겨 조계종을 탄생시킨게 아니라"는 등의 주장이 위험한 역사인식이라며 선학원이 조계종을 창종한 주체라는 사실을 "교묘히 왜곡"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선학원이 조계종의 모체라는 사실은 이미 상식이다. 그런데 이에 대한 다른 주장을 하는 조계종단 승려들에 대한 한 수행자는 "잘하고 있는 선학원 놔두고 눈에 띄는 잘못이 많이 보이는 자기 스스로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전했다. '너나 잘하라'는 의도를 가진 완곡한 표현으로 알아듣고 불자들의 목소리에 이제라도 조계종은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얼마 전 군위 법주사 육문 주지가 전국비구니회 11대 회장에 당선되었다. 영화 '길위에서'에 나온 은해사 백흥암의 감원을 지낸 당찬 '호랑이 스님'으로 평가되고 있다. 호랑이 스님의 주도하에 사부대중 가운데 4분의 1을 차지한 비구니 승려들이 재가자들과 함께 조계종의 부모인 선학원 문제를 화합으로 해결하고, 참된 승단으로 거듭나는데 보탬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서의현 복권문제로부터 장기판의 판세가 역전되기 시작했다. 중앙종회 203회 임시회에서 부결된 일면 스님에 대한 동국대 이사후보 추천문제 등 조계종의 개혁에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여기에 앞장서 준 참여불교 재가연대를 비롯한 재가단체와 어려운 가운데 큰일을 해내 준 최옥곤 전 유마봉은장 등의 재자자들에게 깊이 감사하고 싶다. 여러분의 열정과 용기로 인해 21세기에 이땅에서 사라질 수 밖에 없었던 우리 불교가 다시 맑고 밝아지게 될 것임을 모두가 알 것이기 때문이다.

※이 칼럼은 사부대중 모두가 맑고 밝은 구도의 길을 가기 위한 자성과 쇄신 등 공익적 목적으로 전문가와 신도들의 염려와 우려를 전하는 형식으로 작성됐다. 이는 일방의 의견일 뿐 다른 해석과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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