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범어사 주지에 방장스님과 동산스님 직계스님 및 조계종 총무원 뜻을 읽는 스님이 앉느냐, 아니면 수불스님의 재선이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범어사는 새 주지를 뽑기 위해 오는 24일쯤 임회를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현 범어사 주지 수불 스님의 임기는 4월 7일까지다.
차기 범어사 주지 후보로는 수불스님(현 범어사 주지), 지홍스님(서울 불광사 회주), 종훈스님(전 총무원 총무부장)과 혜총스님(부산 감로사 주지) 등이다.
범어사 주지 추천권은 방장 지유스님이 쥐고 있지만, 총무원과 동산스님 직계스님들과 일정부분 조율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 주지인 수불스님이 재선될 것이라는 예상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가운데, 수불스님이 범어사 주지에 재선된다면 강력한 차기 총무원장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수불스님이 재선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첫 번째, 총무원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할 수 있냐는 점이다.
수불스님은 지난해 11월 27일 총무원이 애써 마련해 준 동국대학교 이사직을 가장 먼저 사임했다는 사실은 총무원과 각을 세운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당시 수불스님의 결단은 차기 총무원장으로 가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됐다.
이와 관련 복수의 스님들은 "수불스님의 정무적 감각이 남다르다"며 "그러나 정무적 감각만 가지고 총무원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바꿔 해석한다면 수불스님의 '총무원장 행(行)'에 대한 견제가 시작됐다는 뜻이다.
스님들은 범어사 주지 선출과 관련 "중앙차원(총무원으로 해석됨)에서 나름 고민 중인 스님이 계시다"며 "수불스님과 대립각을 세울만한 스님을 (주지)후보로 민다면 수불스님 재선에 빨간불이 켜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들은 이어 "현 불광사(서울) 회주를 맡고 있는 지홍스님이 범어사 주지 후보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며 "총무원과 범어사 비선(秘線)이 합의를 볼 경우 지홍스님은 총무원 내에서 중요보직을 맡게 될 것"이라는 인사 예상 안(案)까지 내놓았다.
또 "지홍스님이 나서지 않을 경우 종현스님이 대신 나설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예측도 내놓았다.
두 번째, 수불스님이 과연 동산스님 직계스님들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 수 있느냐는 것이다. 동산스님 직계스님들이 범어사 안팎에서 보이지 않는 커다란 파워를 형성하고 있어 주지 추천권을 가지고 있는 방장스님이 일방적으로 주지 추천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불스님 입장에서는 동산 스님 직계스님들과 사전 조율이 재선 필수 요건 중 하나로 작동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불스님이 총무원과의 매끄러운 관계 개선책 제시 외에도 범어사 수말사 주지직과 중요보직을 동산스님 직계스님들에게 내놓는 실질적 행동을 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동산스님 직계스님들은 수불스님을 압박 내지 분권(分權)다짐을 받기 위해서라도 총무원 및 방장스님과 함께 혜총스님을 띄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세 번째, 이미지 쇄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수불 스님은 지난 2012년 3월 25일 재적인원 384명 가운데 352명이 참석한 산중총회에서 195표를 얻어 85표를 득표한 원정스님을 누르고 범어사 주지 후보자로 선출됐다. 그러나 경선 과정에서 금품선거 의혹이 불거지면서 돈 선거 파문에 휩쓸렸다.
돈 선거 파문으로 총무원장스님이 범어사를 찾아 선거를 중지시킨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초유의 사태로 인해 이번 주지 선출은 방장스님에게 일임됐다. 현재까지 이렇다 할 잡음이 있다는 내용이 전해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실추된 범어사 위상을 견인할 '이미지 쇄신안(案)'이 없다는 점은 수불스님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총무원과 방장스님을 포함한 동산스님 직계스님들이 '감 내놔라 배 내놔라'하는 식의 간섭이 심화 될 경우 수불스님이 중대 결정을 할 수도 있어 보인다. 주지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수불스님은 지난 2013년 2월 D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 벼슬은 닭 벼슬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누구든 자리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 수행이 최우선이라는 마음가짐만 있다면 종단은 바로 설 수 있다."는 표현으로 간화선 중요성 강조와 함께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