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수장이 왜? 유세 현장가고도 사찰에 개별로 독대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총선 후보들을 접촉하고 다녔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지역행사에 갔다가 차량 이동에 따라 자연스럽게 만났다는 해명과 달리 의도적인 접촉이었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어 선거법 위반과 종교인의 정치중립 원칙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복수의 조계종 관계자들에 따르면 자승 스님은 지난달 29일 대구의 한 불교단체 사무실에서 대구 경북지역 총선 출마자들을 시간차를 두고 초청했다.
"지역행사에 갔다가 만났다"는 총무원의 주장과 달리 이날 접촉한 후보자들 상당수가 다음날인 30일 동화사 주지 진산식에 모습을 드러냈다.
단체로 격려한 게 아니라 개별로 시간차를 두고 차담을 나누며 독대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더구나 다음날 행사장과 행사 직전에 동화사 접견실에서 만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날 따로 접촉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자승 스님은 이달들어 충남 공주에도 내려가 총선 후보를 불러 만나 격려했다. 충청도 지역 선거캠프 관계자는 "이달초 조계종 총무원장이 오라고해서 캠프의 다른 직원이 후보자를 모시고 마곡사에 직접 다녀왔다"고 밝혔다.
자승 스님은 최근 전남 순천, 강원도, 부산 등 전국 곳곳을 주지 진산식 등을 이유로 순례했다.
지역의 한 조계종 관계자는 "총무원장 스님이 총선 후보 80여명을 만나고 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향후 불교계 예산 증액, 원활한 정각회 운영, 증오방지법을 비롯한 각종 입법을 위해 노력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전직 조계종 종무원은 "전 총무원장 스님 때도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를 격려한 적은 있다"면서도 "특보, 교역직종무원 등을 시켜 인사하도록 했지 원장 스님이 직접 후보자를 접촉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않다면서 피했다"고 했다.
자승 스님은 이미 새누리당 권영세, 나경원 후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 유세현장에서 만나 동행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각 후보들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개됐다.
유세현장이 주로 전통시장통 등 대중이 운집하는 곳인데다 각 후보들의 선거캠프 관계자가 지근거리에 붙어 사진, 동영상을 촬영하고 시민들도 스마폰으로 촬영해 소셜 미디어에 실시간으로 전송하고 있다. 총무원 스스로도 밝혔듯이 "“후보자 선거대책본부가 이용한 측면이 있다”는 사실 등을 감안할 때 자승 스님의 노출이 의도된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또 ""자승 스님이 해당 지역 사찰을 방문했다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후보자들과 인사를 나눈 것뿐"이라는 조계종 주장과 달리, 함께 식사를 하고, 특히 사찰에 후보를 불러 차담을 하는 모습까지 카메라에 잡히기도 해 또 다른 의혹을 낳고 있다. 해당 지역 사찰 방문이 주목적이라는 총무원의 주장을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총선을 코앞에 두고 전국 사찰을 집중적으로 순회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앞서 조계종은 한전부지 환수위원회 활동 과정에서 특정 정당에 대해 ‘필패’를 주장해 논란을 일으켰다.
조계종 한전부지환수위는 지난달 23일 서울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연 대규모 법회에서 ‘더민주 총선 필패’가 인쇄된 손피켓과 현수막을 내걸었다.
환수위는 “재벌과 더불어? 서민과 더불어? 더민주-한전부지 개발허가 즉각 중단하라”는 현수막을 펼쳤고, 참가자들은 “한전부지 개발허가하면 박원순은 대권불발, 더민주는 총선필패” 문구가 적힌 알림판을 내세웠다. 한전부지 환수와 직접 관련이 없는 ‘더민주 총선필패’ 알림판이 등장하면서 조계종이 총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들게했다.
이에 참여불교재가연대는 “종단 주장이 맞다 하더라도, 관련 책임은 정부에 있는데 총선을 코앞에 앞두고 논리적 근거도 없이 일개 정당에 대해 총선 필패를 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자승 스님이 이번 선거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 24번인 임명배 후보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정치적 행보의 연상선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대통령실 정무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임명배 후보(에너지관리공단 감사)는 제19대 총선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나섰다가 낙천했다.
사회공공연구원은 지난해 4월 1일 발표한 ‘공공기관 정상화? 낙하산 잔치는 계속된다-박근혜 정부 2년, 공공기관 임원 현황 분석’ 보고서를 통해 “공공기관의 문제는 정부가 낙하산으로 투하한 ‘공공기관 임원’이 비정상이라는 점에 있다.”며 “제대로 된 공공기관 개혁정책이라면 전문성이 없고 무능력한 낙하산 인사에 대한 근절 대책이 우선되어야 한다.”면서 임명배 후보를 청와대 낙하산 인사 명단에 포함시켰다.
한편, 조계종 총무원 홍보국과 사서실은 자승 총무원장의 총선 행보와 관련한 <불교닷컴> 질의에 답을 하지 않았다. 홍보국 관계자에게 전화했지만 '지금은 받을 수 없다'는 메시지 이후 전화를 하지 않았고, 문자로 홍보국과 사서실 관계자에게 질의했지만 역시 반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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