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가 된 엿장수’
‘붓다가 된 엿장수’
  • 조현성
  • 승인 2016.09.2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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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초대 종정 효봉 스님 전기소설

대한불교조계종 초대 종정을 역임했던 효봉 스님(1888~1966)의 일대기를 다룬 소설 <붓다가 된 엿장수>가 출간됐다. 

이정범 작가는 효봉 스님이 남긴 발자취와 사상을 널리 선양하기 위해 그동안 발표됐던 효봉 스님 관련 저술과 에세이, 논문 등 다양한 자료를 두루 섭렵했다. 효봉 스님을 직접 시봉했던 스님과 불자들의 회고담을 취재하며 3년여 동안 원고를 완성해나갔다.

책은 소설 형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개항기, 일제강점기, 6·25전쟁, 근대화 시기 등 효봉 선사가 살았던 시기의 굵직한 역사적인 사건과 개인의 일상을 적절히 배치해 효봉과 당대의 고승들이 실현하려던 이념과 시대적인 한계 등을 입체적이며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시인 고은은 “당대 고승선덕과 주인공의 다채로운 인연 관계나, 여러 시대의 환경에도 철저한 탐색이 발휘된 고증 서술에 신뢰감이 생겨난다”며 찬사를 보냈다.

간추린 효봉 스님 일대기

1888년, 평안남도 양덕군에서 출생한 효봉 스님은 부유한 집안 환경을 배경으로 비교적 유복한 성장기를 보냈다. 평양고보, 일본 와세다대학 법대 졸업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아 법관이 된 그는 평양복심법원에 재직 중 한 독립군에 대한 사형 선고를 내린 뒤 심한 양심의 가책과 가치관의 혼동을 느낀 채 가출을 하고 만다.

서울 남대문에 도착해 입고 있던 양복을 팔아 엿장수가 된 그는 3년 동안 방방곡곡 유랑걸식하며 참회와 하심下心의 세월을 보낸다. 그러다가 홀연히 금강산 신계사에서 당시 ‘금강산 도인’으로 추앙받던 석두 선사에게 출가하여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서른여덟, 늦깎이인 그의 수행은 생사를 걸 만큼 치열했다. 깔고 앉은 방석에 엉덩이 살이 들러붙어 진물이 흐를 정도의 지독한 수행으로 ‘절구통 수좌’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깨달음이 온전치 못한 것으로 여긴 효봉은 끝내 금강산 법기암 주변에 출입문이 없는 토굴을 만들고는 스스로 유폐되었다. 그때부터 참선 수행에 매진하던 효봉은 1년 6개월 만에 큰 깨달음을 얻고 붓다가 되었다. 붓다(부처)는 역사 속의 인물인 석가모니 부처님을 일컫는 말이면서, ‘진리를 깨달은 이’란 뜻으로도 쓰이는 용어이다.

엿장수로부터 깨달은 이가 된 효봉은 은사 석두 선사뿐 아니라 당대 제일로 추앙받던 고승들로부터 인가를 받은 뒤 남쪽 송광사로 내려가 10년간 주석하며 구름처럼 모여든 후학들을 제접했다. 송광사는 한국불교의 중흥조로 일컬어지는 보조국사 지눌 스님이 정혜결사 운동을 펼친 역사의 도량이자 지눌을 비롯한 16국사를 배출한 승보僧寶도량이었다. 효봉이 자신의 법호(효봉)와 법명(학눌)을 새로 바꾸고 제2의 정화결사 운동을 펼친 것은 보조국사의 영향을 깊이 받았음을 말하고 있다.

그는 해방 이후 가야총림 방장, 통합종단 초대 종정 등으로 추대되어 오늘날 조계종단의 밑거름이 되었다. 늘 참선수행과 지계, 절약 정신을 일깨우던 그는 구산, 고은, 법정을 비롯한 수십 명의 직계 제자들을 두었다.

그는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 등으로 상처받았던 수백만 민중들이 기댔던 정신적 지주였으며 현대 한국불교의 새벽봉우리로서 지금도 후학들을 굽어보고 있다. 1966년 10월 15일(음력 9월 2일) 노환으로 열반할 때까지 그의 평생은 법호인 효봉(새벽봉우리)처럼 오롯하고 청정했다.

붓다가 된 엿장수┃이정범 지음┃동쪽나라┃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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